대법원, 2012년에 1·2심 원고 패소 깨고 파기

▲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대법원이 일본의 기업이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그에 대한 책임이 있어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 기업은 1940년대 강제징용으로 당한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0일 고(故) 여운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2차 대전 이전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 전합은 지난 2012년 대법관 4명(김능환·이인복·안대희·박병대)으로 이뤄진 소부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 1부는 원고 패소 판결한 1·2심을 뒤집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당시 신일본제철이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부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고, 청와대가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소송 파기환송 후 항소심까지 결과. (뉴시스 그래픽 전진우 기자)



앞서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1941∼1943년 구일본제철에서 강제노역한 여씨와 신천수(사망)씨가 낸 손해소송에서 “구일본제철의 채무를 신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피해자 4명은 2005년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 모두 “일본 판결 내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비춰 허용할 수 없다고 할 수 없다. 일본의 확정 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1부는 일본의 확정판결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충돌해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접수된 지 5년2개월 만이며 지난 2005년 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8개월 만이다. 세월이 지난만큼 피해자중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98)씨만 이날 소송에 참석해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일본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지난 29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대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패소를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청구권은 끝났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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