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업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풀서비스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전국에서 몰려든 택시운전기사 7만여명이 빨간 머리끈을 두른 채 ‘카풀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택시 등으로 대한민국 모바일 산업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카카오는 이제 승차공유 서비스 ‘카풀’ 출시까지 선언했다.
‘승차공유’는 지난 2009년 미국 ‘우버’가 처음 선보였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가 비슷한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운전자는 빈자리를 채워 용돈을 벌고, 승객은 택시보다 저렴하고 버스보다 비싸지만 편하게 목적지로 향할 수 있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차량공유와 관련한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3조5000억달러(약 3950조원)에서 오는 2030년 6조7000억달러(약 7550조원)로 몸집을 키울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카카오의 ‘카풀’ VCNC의 ‘타다’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있지만 자가용 영업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에 막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카카오 카풀의 경우, 서비스는 시작됐지만 아직도 택시업계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카카오 측은 서로 ‘상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업계는 ‘택시산업 죽이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는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기획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출퇴근 목적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기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카카오는 이걸 이용해 사실상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택시업계는 성명서를 통해 “신산업·공유경제·승차공유는 대단히 새로운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법의 맹점을 찾아 이익을 창출하려는, 사실상 일반인을 고용한 택시영업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 절반 이상 카풀 ‘동의’...출시 사흘 만에 카풀앱 다운 ‘10만명’ 돌파
택시업계가 파업 및 대규모 집회를 열고 ‘카풀앱’ 출시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카풀앱 서비스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국민 절반 이상(56.0%)은 카풀앱 서비스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인 28.7%로 집계됐다.
카풀앱 서비스의 잠재 고객이 많은 경기·인천, 출퇴근 택시 이용이 잦은 30대와 40대, 사무직과 노동직에서 찬성이 60%를 넘었다. 특히 사무직에서는 찬성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풀 논란은 뜨겁지만 시민들은 카풀앱 출시를 환영하는 모양새다. 카풀앱은 출시 사흘 만에 다운로드 수 10만건을 넘어서고 인기 어플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시민들, “필요할 때 못 타는 택시...카풀로 교통수단 한 가지 더 생기는 것”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한 가지 더 생기는 것이다. 정작 필요할 때 타지 못하는 택시만을 바라볼 순 없다. 그래서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업계를 향해 “왜 소비자의 선택권을 막는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시간에 택시를 타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달 오전 8~9시 평균 택시 호출 건수가 11만6000건인데 비해, 배차요청을 수신한 택시는 3만6000대에 그쳤다.
심야시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장거리 손님들만 골라 태우는 택시가 적지 않아 비교적 단거리를 가는 승객들은 도로변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평일 낮 시간대에는 빈 택시가 넘쳐난다.
택시업계, “생존권 달린 일...투쟁 계속한다”
물론 카풀로 인해 택시업계가 생존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수입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우석 전국민주택시조합 기획국장은 지난달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카풀 사업은 택시 시장 자체를 고사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기 국장은 “사실상 택시 자체가 영세 업체에다가 노동자들의 임금 자체도 굉장히 최저 수준”이라며 “카풀의 불합리한 측면들, 택시 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측면들 해소시키는 대책들을 내놓으라는 요구들을 계속하면서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택시업계는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불법 카풀앱 금지 입법을 촉구하는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이참에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22일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스스로 친절을 익혀 시민들에게 인정받는 것만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명감으로 택시서비스 개선을 이루어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승객을 친절하고 편안하게 모시는 봉사정신으로 친절한 택시 만들기에 앞장 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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