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독도·이어도 등 장거리 항공작전 능력 향상… 변수는 ‘정부 정책’

▲ 12일 김해공항 활주로에 착륙한 ‘대한민국 1호 공중급유기’.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공중급유기’. 말 그대로 ‘하늘’에서 ‘급유’를 하는 항공기를 지칭한다. 언뜻 보기에는 ‘날아다니는 주유소’ 쯤으로 여길 수 있지만 공중급유기는 세계 각국 공중전력에서 큰 역할을 수행한다.


2018년 11월12일 부산김해공항. 길이 59m, 폭 60m, 최대이륙중량 233t의 거대한 항공기 1대가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외관은 평범한 여객기같지만 이 항공기는 내부에 사람 대신 ‘기름’을 가득 싣는다. 바로 ‘대한민국 1호’ 공중급유기 ‘A330 MRTT’였다.


우리나라의 공중급유기 도입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군은 제6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공중작전 능력 향상을 위해 공중급유기 4대를 구입해 도입하기로 했다. 예산은 1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구체적 기종은 2년 뒤인 2015년 제89회 방추위에서 유럽 에어버스D&S사의 A330-MRTT로 결정됐다.


당시 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도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세기 넘게 우리와 ‘전쟁’ 중인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전쟁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우리와 독도 영유권을 두고 대립하는 일본, 반미(反美) 맹주를 자처하면서 이어도 영유권을 다투는 중국, 중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일본과 북방영토(쿠릴열도)를 두고 맞서는 ‘잠재적 적대국’ 러시아도 비공식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항의했다. 도입 결정 때부터 장장 5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문재인정부 들어 ‘도입 재검토’ 움직임이 있었지만 군의 반발로 결국 강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공중급유기는 전투기, 공격기 등의 작전 시간·반경을 획기적으로 늘려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우리 공군이 보유중인 전투기 중 가장 대형인 F-15K의 경우 연료를 가득 채우고 폭장량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외부연료탱크를 장착한다 해도 독도에서 30여분, 이어도에서 20여분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주력기인 KF-16은 독도 10여분, 이어도 5분에 불과하다. 사실상 세계 2~3위 해군력을 갖춘 일본, 항공모함을 보유한 중국, 항모 보유국이자 전통적 군사강국인 러시아와의 군사충돌 시 ‘손발을 묶고’ 싸우는 격이 된다.


하지만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A330-MRTT는 약 108t의 항공유를 싣고서 작전지대에 머물면서 전투기, 공격기에게 지속적으로 연료를 보급할 수 있다. F-15K 기준으로 독도에서는 90여분, 이어도에서는 80여분으로 체공시간이 급격히 늘어난다. ‘평양’에서의 작전시간 증가도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전투기는 이를 바탕으로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며, 공격기는 적함을 노릴 수 있다. 현대전에서 제공권을 뺏기는 건 곧 ‘패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속적 화력투사’를 보장하는 공중급유기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2대에 동시급유 중인 A330-MRTT.


A330-MRTT의 항속거리는 약 1만4800km다. 승무원은 3명(조종사 2명, 급유기술자 1명)이며 최대속도는 시속 880km다. 상승한도는 약 12km다.


이 기종의 가장 큰 장점은 ‘동시급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A330은 주익에 4개의 엔진이 있는 A340과 달리 엔진이 2개에 불과하다. A330-MRTT는 이 2개의 엔진 자리에 호스 형태의 프로브(Probe and Drogue)형 급유기를 장착한다. 추가로 동체 후미에는 막대 형태인 플라잉 붐(Flying Boom)형 급유기가 달린다. 17m 길이의 급유용 붐인 ARBS는 분당 최대 4천500리터를 급유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많은 나라가 A330-MRTT를 운용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주문하거나 도입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영국·프랑스,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가 이 기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2일 도착한 첫 A330-MRTT를 내달 중으로 실전배치한 뒤 내년까지 3대를 추가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2021년까지 40대 도입이 예정된 스텔스 전투기 F-35A와도 큰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근래 폭격기 등을 동원해 잇달아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침범하면서 도발을 일삼는 중국·러시아와 중러(中露) ‘행동대장’ 격인 북한 등에 대한 억지력 제고, 경제적으로는 안보강화에 따른 외자유치 촉진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330-MRTT는 이미 2001년 아프간전쟁 등 ‘실전’에서 능력을 입증했다. 9.11테러가 도화선이 돼 발발한 아프간전에 참전한 영국군은 이 항공기를 동원해 폭격에 나섰다. 미국은 9.11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을 자국에 넘길 것을 탈레반에게 요구했으나 그들은 즉각 거절했다. 그리고 결과는 혹독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과 탈레반을 반대하는 아프간 북부동맹군은 2001년 10월7일 탈레반에 대한 총공격에 나섰다. 무수한 미사일이 탈레반 거점을 일제히 타격하고 수많은 항공기들이 이륙해 맹폭을 퍼부었다. 뒤이어 지상군이 진격해 수도 카불, 탈레반의 거점 칸다하르 등을 점령했다. 전쟁은 불과 약 2달만에 연합군의 완승으로 끝났으며 그 중심에는 영국 공군의 제공권 장악을 뒷받침한 A330-MRTT도 있었다.


다만 A330-MRTT 도입에 있어서 변수는 있다. 국제사회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강행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일부 인사들의 친중(親中)·친러(親露) 성향을 감안할 때 북한, 중국, 러시아가 예상 외로 강하게 반발할 시 최악의 경우 나머지 3대 도입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A330-MRTT의 연료 적재량 등에도 한계가 있기에 최소 4대가 ‘로테이션’을 해야지 1대만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의 ‘병역거부 무죄’ 판결로 급격한 병역자원 감소 예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A330-MRTT 도입 자체에 대한 ‘무용론’도 있다. 아무리 전략무기가 많아도 그것을 운용할 ‘인력’이 없으면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기에 전력증강에 앞서 굳건한 국방을 담보할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주장들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문재인정부는 이미 전 정부에서 창설된 이른바 ‘김정은 참수부대’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바 있다. 지난 7월12일 채널A 등 보도에 의하면 추가배치됐던 부대원들의 원대복귀가 당시 진행됐다. 이 부대는 앞서 4월 열린 한미 독수리훈련(FE)에서 ‘열외’됐다. 5월5일 중앙일보는 참수부대용 침투헬기 사업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6월21일 TV조선은 참수부대가 일반 대테러부대로 바뀔 전망이라고 전했다. 많은 국민이 기대하는 A330-MRTT 도입사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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