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감귤 4만 8천여톤 北으로 보내

▲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수송기에 감귤이 실리고 있다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감사의 표시로 우리 정부에 무려 2톤 가량의 송이버섯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후 우리정부는 답례의 표시로 지난 11일부터 제주산 감귤 200톤을 군 수송기를 통해 북에 전달했다. 남북간 우애와 화해의 모습으로 훈훈하게 끝날거 같았던 이번 선물교환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어김없이 망언을 내뱉으며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을 사고 있다.


시작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시작되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미 그들은 남북 정상 회담의 댓가로 수억 달러를 북에 송금 한 전력도 있었다. 최근에는 유엔제제를 무시하고 석탄을 몰래 거래 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한국이 미국이나 유엔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을 당하지 않는 다는 보장이 있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정치권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비핵화의 귤화위지에 통탄을 금할수 없다"며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했다. 비핵화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문재인 정부하에서 판문점선언, 평양선언을 지나며 '핵보유국 북한'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라며 정부의 감귤 선물에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여야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자유한국당의 시비 걸기식 공세에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12일 논평을 통해 "자신의 정략적 이득만을 얻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는 수준 이하의 발언을 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제주농민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국민이 바라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감귤이 홍 전 대표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다. 귤 상자 속에 귤이 아닌 다른 것이 들어있다고 믿고 보는 홍 전 대표는 이제까지 제주 감귤을 본 적이 없고 박스 속의 다른 내용물만 본 적이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12일 국회 상무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사과박스부터 시작해 과일 대신 엉뚱한 물건을 과일상자에 담는 일이야 자유한국당이 전문일지 모르지만, 괜한 시비 걸기를 중단하라”고 말하며 “한국당은 이번에 우리 정부가 귤을 보낸 것 가지고 ‘대북 제재라는 국제사회 흐름과 완전히 엇박자’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귤로 핵폭탄은 못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홍준표 전 대표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있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며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맞다 귤 상자 안에 귤만 들어있지 않다. 평화에 대한 의지가 들어있고, 연내 답방이라는 소망이 들어 있다”고 논평했다.

정의당에 이어 바른미래당 역시 “정부가 귤상자를 보낸다고 하니 과거 기득권 부패 정치인들이 사과 박스에 돈을 넣고 은밀한 거래를 했던 것처럼 검은 돈이라도 넣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정부여당에 대한 정상적인 비판마저도 홍 전 대표의 입을 거치면 희화화되고 정부의 지지율은 상승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자유한국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홍 전 대표의 발언으로 정계에는 ‘차떼기 사건’이 다시 끄집어내어졌다. 지난 2002년 대선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당시 기업들로 하여금 대선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기업들은 수백억원의 자금을 트럭에 넣고 트럭채로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기업들로부터 840억이 넘는 불법선거자금을 모금한 것이 드러나 전국민적인 비판을 받았고 결국 대선에서도 패배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역시 13일 프로그램 오프닝을 통해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김 총수는 “제주도에 감귤을 북한에 보낸건 이미 1998년 부터 시작되었다. 이 감귤 북한 보내기 사업은 지자체 단위의 남북 협력사업의 효시였고 당시 외신들이 비타민C 외교라는 이름을 붙여줄정도로 화제가 된 바 있었다”며 “감귤은 한반도에서 제주도 특산이고 북에선 귀한 과일이라 남북모두에서 환영받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이 잘 몰랐지만)이 감귤 사업은 이명박 정부도 시행했다. 이명박 정부당시 북한에 보낸 감귤 총량은 4만 8천여톤으로, 집권 2년차에는 무려 1,300톤을 보냈다. 이번에 보낸 200톤은 이명박 정부당시 한해 평균 분량의 20분의 1정도에 불과한 정말 소량”이다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그렇게 많은 양을 보내왔는데 이제 와서 자유한국당은 감귤 가지고 북한에 조공을 하느니 감귤 가격 폭등이라느니 귤이 탱자가 된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고 있다. 귤 껍질로 플루토늄을 만듭니까? ICBM을 만듭니까? 남북이 DMZ(비무장지대)에서 CP, 지뢰를 철거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던 날에 겨우 귤 가지고 이 소란을 피워야 하나?"라고 자유한국당에 반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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