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혐의’ 올해에만 수백명 적발… “돈의 논리로 인간생명 접근해선 안돼”

▲ 많은 제약업체들이 여전히 ‘돈의 논리’로 ‘인간생명’에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제약사의 이른바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리베이트 혐의로 오너 일가가 투신자살을 시도하고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등 전례 없는 ‘광풍’에 휩싸였던 광동제약이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일부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불법사례비를 제공했다는 신고 두 건을 접수하고 검경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의하면 이로 인해 제약사 관계자 등 수백명이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 외에 지금도 수많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년6개월 동안 전국 384개 병·의원에 42억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모 제약사 관계자 등 127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7월19일에도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모 제약사 대표 등 8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리베이트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 물건만을 구매해준 뒤 지불액 일부를 되돌려받는 행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리베이트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람 생명을 다루는 업계라는 점에서 특히 문제시되고 있다.


특정약품에 효능이 입증되지 않거나 ‘유해성분’이 함유된 것을 알면서도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해 그 약품을 구매해 환자들에게 처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리베이트에 따른 결과는 일반국민이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물밑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을(乙)에 대한 ‘갑질’도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다. 특정업체 의약품을 구매해준 의사가 해당 제약사 영업직원에게 자신의 승용차 ‘세차’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 이같은 갑질행태는 2012년 영화 ‘연가시’에서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제약사 영업직원인 주인공은 수시로 거래처 병원장 자택, 골프장 등으로 불려다니면서 ‘무급 개인비서’ 역할을 강요당한다.


▲ 제약업계 리베이트가 만연한 가운데 급기야 ‘자살시도’까지 벌어졌던 광동제약이 재주목받고 있다.


이렇듯 제약업계 리베이트가 지금도 만연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자살시도’까지 벌어졌던 ‘광동제약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 네티즌 사이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11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광동제약 리베이트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받던 광동한방병원 이사장 이모(60)씨가 같은날 서초동 검찰청사 인근 12층 건물에서 투신했다고 발표했다. 광동한방병원은 광동제약이 1994년 설립한 한·양방 병원으로 이 씨는 광동제약 창업주인 고(故) 최수부 회장 사위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조사받던 중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며 청사를 나섰다. 이후 자신의 변호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종적을 감췄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7시22분께 검찰청사에서 약 400m 떨어진 B빌딩 부근에 쓰러져 신음하는 이 씨를 발견했다.


당시 검찰은 광동제약이 2013년부터 3년간 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뒤 상품권 등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광동한방병원 내부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었다. 이 씨는 ‘업계 관행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투신을 두고 일부 시민들은 ‘입막음’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동제약 측은 이를 일축했지만 오너 일가가 단순히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놨다.


이같은 음모론을 입증할 증거는 없어 소문은 유야무야됐지만 ‘인간생명’을 위해야 할 제약사에서 ‘돈’과 관련된 추문 때문에 ‘인간생명’이 ‘사라질뻔한’ 이 투신사건을 두고 광동제약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일부 시민들에게서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수사가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창업주의 장남 최성원(50) 부회장은 이 사건을 두고 이렇다 할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많은 국민은 물론 업계 내부에서도 리베이트 근절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비타민 건강음료인 ‘비타OOO’ 등 광동제약 제품을 애용한다는 자영업자 A씨(59. 서울 서초구)는 “제약업체는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목숨을 갖고 장사하는 곳”이라며 “(업계가) 돈의 논리로만 접근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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