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소 대법원 판결을 앞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며 법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돼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노역한 ‘여자근로정신대’ 등 피해자들이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에서 2013년 한 차례 파기환송을 거친 뒤 길게는 18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고(故) 박창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2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944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제작소로 강제동원된 ‘여자근로정신대’ 양금덕씨(87)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배소도 원심과 같이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은 양씨 등에게 각각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들은 1944년 9∼10월 강제징용돼 일본 히로시마 구(舊)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서 일한 정 할아버지 등은 불법행위인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기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합친 1억1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는 물론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부터 기산해도 소송청구가 그로부터 10년이 경과돼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대법원은 “청구권이 소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본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두 사건 모두 196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국교를 정상화하며 맺은 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승소를 확정했을 당시 대법원 판단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한반도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시기 구 미쓰비시중공업을 계승했다고 판단해 불법행위의 책임이 존재한다고 봤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 패소로 결론낸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을 두고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승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동원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첫 확정판결이다. 일제시기 여자정신근로대 피해자들도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처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이같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달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며 대법원에 계류돼온 이 사건도 미쓰비시 측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 바 있다.

다만 현 아베신조가 정권을 잡고 있는 일본 정부에서 한국의 대법원 배상 판결에 반발하고 외교적 마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