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방지 위해 1981년 야간조업 금지” 확인돼… 간첩선·어선 ‘혼동’ 실제사례도

 
▲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7월12일 강원도 동해시 어달동 해변에서 발견된 북한 간첩 시신과 침투용 수중추진기(사진=MBC 캡처).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근래 서해5도 ‘야간조업 허용’ ‘어장 확대’ ‘서해 공동어로구역 조성’ 등이 지자체, 정부에서 검토·추진되는 가운데 민간어선으로 위장한 ‘북한 간첩선’이 대량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인천시는 서해5도 야간조업 허가를 해양수산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간 ‘서해 적대행위 중단’으로 ‘평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야간조업뿐만 아니라 ‘어장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서해5도 어민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2시간 조업만 허용됐다. 장소도 연평도와 소·대청도 남쪽, 백령도 좌측 등 정해진 구역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인천시 제안이 받아들여질 시 제약은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야간조업 금지는 다름아닌 ‘간첩선 방지’가 목적인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81년 북한 간첩선 야간침투를 막기 위해 내무부, 국방부, 농림수산부, 교통부령을 근거로 선박안전조업규칙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각 시·도지사는 조례를 마련하고 야간 항해금지 시간 및 해역을 설정했다.

 

만약 인천시 주장대로 야간조업이 허용되고 어장이 확대될 경우 우리는 안전핀을 스스로 뽑는 격이 되는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야간에 어디서든’ 민간어선으로 위장한 간첩선을 ‘의심받지 않고’ 내려보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북한 간첩선은 어선으로 자주 위장하고 있다. 지난 1965년에는 일본어선으로 꾸민 북한 간첩선이 적발된 바 있다. 2001년 12월22일에도 동중국해에서 북한 간첩선 ‘조려(Choryo) 30750호’가 일본 해안경비대 순시선과 교전한 끝에 침몰됐다가 2003년 5월부터 도쿄(東京) 오다이바(お台場) 해사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서해5도 도처에서 주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어선들이 조업할 경우 그간 야간침투 여부로 간첩선을 가려냈던 당국으로서는 레이더를 총가동한다고 해도 어떤 게 간첩선이고 어떤 게 어선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의심선박을 향해 출동한다 해도 사방이 어둠인 상태에서 육안에 의지한 추격은 여의치않다.

 

게다가 남북은 지난 9월 ‘서해 공동어로구역’ 조성에 합의했다. 남북어선에 더해 중국어선들까지 서해상에 뒤엉킨 가운데 간첩선은 그 속으로 뛰어들어 공작물품들을 모두 바다에 버리거나 숨기고서 그물을 내밀면서 ‘북한 어선’이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다. ‘서해 적대행위 중지’ 합의로 인해 수색은 불가능해진다.

 

간첩선, 어선은 외양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 지난 2009년에는 부산 영도 앞바다에서 새벽에 불을 끄고 이동하던 어선을 간첩선으로 오인하고 해경이 덮친 사례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정감사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안보가 위협당할 수 있다”며 “어선을 위장한 간첩선이 남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 평화무드’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정작 북한은 ‘평화’에 나서는 기미가 없다.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북한이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미국 싱크탱크는 근래 북한 미사일 비밀기지를 공개했다. 김정은은 그 직후 오로지 ‘서울’ 등 수도권만을 사정권으로 하는 장사정포 시찰에 나섰다.

 

이달 1일 문재인정부의 ‘평화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일주일이 넘도록 개머리지역 해안포를 개방하기도 했다. 북한이 근래 돌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 군복을 한국군과 비슷한 ‘얼룩무늬’로 교체한 것을 두고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간첩은 없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09 공안사건 유형별 현황’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만 해도 간첩 6명이 검거됐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공안사범도 100여명이 체포됐다. 작년 12월에는 호주에서 한국계 북한간첩이 적발된 데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북한간첩이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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