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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채 칼럼]철밥통을 걷어찬 이웅렬 회장

    기사입력 2018.11.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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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kaoTalk_20170922_110359879.png▲ 박현채 주필

     

    재벌 총수는 임기가 없는 만년 직장이다. 올해 62세로 적어도 10년은 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데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철밥통을 걷어찼다. 1996년 코오롱 경영권을 승계한지 23년 만에 스스로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직책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새로운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사실 그룹 오너의 퇴진 자체는 큰 이슈가 아니다. 갑질 논란이나 경영 실패 등 그룹을 둘러싼 잡음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사태가 진정되면 슬며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그럴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이 회장 스스로 퇴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선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업주인 할아버지 이원만, 2세 아버지 이동찬의 뒤를 이어 자산기준 재계 순위 31위의  코오롱 그룹을 이끌어 온 그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하다”면서  '3세 경영자' 자리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세상이 변하고 있고,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전제하고 "매년 시무식 때마다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졌지만 미래의 승자가 될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불현듯 내가 바로 걸림돌이구나,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앞장서 달렸으나 한계를 느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며 홀가분해 했다. 검은색 터틀넥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은퇴선언을 한 것도 이러한 기분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인의 변화 속도가 느려 회사에 걸림돌이 된다고 느껴  퇴임을 결심했다는 이 회장의 솔직한 고백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재벌 기업과 총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반세기동안 재벌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는 과감한 의사결정, 빠른 추진력 등의 장점으로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주역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지구촌의 산업 생태계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도 대마불사라는 말만 믿고 안주하다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조선이 그렇고, 해운이 그렇고, 자동차가 그렇다. 기득권의 벽에 둘러싸여 작은 변화도 거부한 채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자신들의 철옹성 지키기에만 몰두해 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너 독단’의 폐해를 경계하며 스스로 그 그물을 제거한 이 회장의  ‘자의적 조기 퇴진’ 결정이 우리 기업문화를 돌아보는 신선한 자극제가 돼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 보겠다”고 창업 의사를 내비쳤다. 스타트업은 대마가 아니라서 망해도 좋으니 마음껏 뜻을 펼쳐 보겠다는 얘기다. 번듯한 사업체를 놔두고 험난한 창업의 길을 택할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선택했다. 이 회장은 29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창업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아이템을 꼽지는 않았지만 주저 없이 “플랫폼 사업이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앞으로 1년 정도 4차 산업 분야 인사들을 많이 만날 것”이라고 밝혀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천천히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하겠다. 창업 시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그 모든 것들을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영권을 바로 아들에게 승계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맡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들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로 승진시켜 그룹의 패션사업을 총괄토록 했다. 경영수업을 받게 한 것이다. 언제 외아들인 이규호(35) 전무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냐는 질문에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이 돼야 가능하다”며 “나는 기회를 주는 거다. (아들은) 현재 주요 회사 지분도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아들에게 스스로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사회가 너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나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아들을 믿는다”고 말해 이 전무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 회장의 전격 퇴진이 당장 코오롱의 소유구조나 경영 근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는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 49.74%를 보유하고 있는 1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이 회장의 퇴진을 4세 경영체제로 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면서 오너 경영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자의적 조기 퇴진’을 주목하는 것은 그 결정이 재벌가의 대물림 경영 관행에  익숙한 우리 기업문화를 뒤돌아보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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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기 칼럼] ‘부동산 거래절벽’ 파장에 대비해야
  • 김성기 부회장|2019-01-18
  •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매수세가 위축되고 집을 팔겠다는 매도 물량도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전세 거래까지 감소해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전국 공인중개업소와 일반인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말 서울 부동산 소비심리지수가 전월 대비 12.6포인트 하락한 93.9로 나타나 6년 5개월 만에 100 이하를 기록했다. 매수 심리가 뚝 떨어졌다는 지표다. 강남 지역 실제 거래가격도 몇 억씩 급락했지만 매수세가 거의 없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의 하락은 지난해 9.13대책이 발표된 이후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가 주택공시가격 인상과 세제 강화, 대출규제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은 급락했다. 부동산 상승세를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내놓으면서 다주택 보유자가 집을 매도할 출구까지 사실상 봉쇄해 부동산 하락에 이은 거래절벽을 초래했다. 보유세를 인상하려면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거래세를 낮춰 세부담의 형평을 맞추고 매도가 원활해지도록 출구를 열어놓아야 하는데 정부는 주택보유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 세금공세를 펼쳤다. 그 결과 시장을 안정시키는 수준을 지나 아예 거래가 끊기는 절벽이 바로 다가왔다. 부동산 급등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하지만 대책이 지나쳐 거래가 끊어질 지경에 이르게 되면 정책 실패로 인한 후폭풍이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담을 남기게 된다. 거래절벽에 따른 후폭풍은 곧 바로 공급 감소로 이어져 주택건설이 위축되고 이는 건설업계의 감량경영과 일자리 감소를 가져온다. 거래가 실종되면서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늘어나고 전기조명과 도배 도장을 포함한 인테리어업체, 가구업체, 포장이사업체에도 한파가 바로 엄습하게 된다. 정부의 과도한 대책에 따른 장기 침체가 부동산 대출의 부실로 확산되면 이는 다시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불러 경제전반에 큰 파장을 안겨준다. 국제결제은행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94.8%로 43개국 중 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1514조원에 달했으며 주요 증가원인은 부동산 대출로 분석됐다. 은행 시스템 밖에서 중개가 이뤄지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도 470조원 규모로 이 중80조원 정도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거래절벽이 초래하는 장기 침체는 주택건설 위축으로 인한 가격 급등을 다시 불러 시민의 주거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이로 인해 주택 가격은 완만한 안정세가 아니라 급등과 장기침체를 반복하는 ‘위험한 계단식’ 오름세를 보여 시장을 구조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주택시장을 때려 부숴야 할 증오의 대상으로 보아 세금폭탄 퍼붓고 각종 규제를 가하는 게 능사라면 집값을 잡지 못할 정부는 없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국민에게 주거안정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금융과 실물 경제의 큰 몫을 담당하는 기반이다. 따라서 세금과 규제 폭탄이 아니라 급등락을 오가는 시장을 안정화시킬 연착륙 방안이 절실하다. 주택업계가 꾸준하게 주택을 신축할 수 있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하고 기존 주택도 합리적인 수준의 양도세를 부담하고 거래하도록 세제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집값이 안정되고 급등락의 단절 없이 공급을 지속할 수 있다. 지금 정부의 구상대로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키우면 주택시장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빠질 우려가 높다. 이러한 충격은 다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정치권까지 파장을 키울 수 있다. 강남 동작 마포 서초 성동 종로 등 서울시내 6개 구청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다시 조사해달라고 한국감정원에 요청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장의 민심이 올라오는 구청에서 주민 부담이 급증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5개구의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데 이런 민심이 여당에 바로 전달되는지 궁금하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 미세먼지로 하늘이 시커멓던 날
  • 권순직 논설주간|2019-01-17
  • 그날은 미세먼지가 뿌옇다 못해 시커멓게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서민들은 짜증을 넘어 공포감까지 느낄 정도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공습했다. 그날 오전 앞 정권의 대법원장은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으러 갔다. 이중 삼중으로 짜증나는 날이다. 이날 서울 동작구 서민들이 몰려 사는 한 동네 약국에서 목격한 일이다. 80대의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가 혈압약이며 관절염 당뇨약을 한보따리 사들고 나가려다 약국 출입문 쪽 구석 미세먼지 마스크 판매대로 다가갔다.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마스크 한 개를 들고 종업원에게 값을 묻더니 이내 아쉬운 표정의 할머니는 마스크를 판매대에 걸어놓는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헐거워진 면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고 서둘러 약국 문을 나선다. 할머니 주머니 사정엔 값이 너무 비쌌으리라. 젊은이도 견디기 힘든 그날의 미세먼지에 면 마스크는 할머니를 보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귀가한 할머니는 저녁내 기침이 유독 심했을 것이다. 전 국민에게 미세먼지 마스크 무료 제공 이런 날 박원순서울시장님, 문재인대통령님이 TV에 나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면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오늘 같이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에는 전 국민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시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우리 국민은 이런 지도자를 모시고 행복해할 자격이 없는 걸까. 3년째 세금이 수 조원씩 더 걷혀 초과세수를 여기 저기 펑펑 쓰는 모습을 보아온 국민들에게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실패한 정책 땜질 하는데 2조원, 3조원씩 투입하면서 가난한 서민 폐 망가지게 하는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무료공급 못할 이유가 있을까. 국민들 짜증나는 일이 너무 많다. 얼마 전에는 국회의원 나리가 신분증 보여 달라는 공항 직원에게 행패를 부리더니, 해외여행 간 지방의회 의원의 가이드 폭행 화면이 방송을 탄다. 여당 국회의원은 국회에 파견 나온 판사를 불러 재판 청탁을 했다고 하고, 남 야단치기에 유별난 또 다른 의원님은 지방에 수건의 부동산을 매입해 사전정보 이용과 투기 의혹을 사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의 근무 기강 해이도 국민들을 화나게 한다. 추상같아야 할 청와대 근무자들이 음주운전, 음주 후 폭행, 자기들끼리 민간사찰을 했네 안했네 하고 다투는 모습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는다. 이 정권 들어 시작된 적폐청산 작업은 언제나 끝날지, 피로감을 넘어 이제 무관심 지경에 이른 감이다. 재판거래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내며 전 정권 대법원장 대법관 줄줄이 잡아가고, 계엄령을 모의한 정황이 있다며 서슬 퍼렇던 기무사령부 수사는 사령관 자살로 없던 일이 된 건가. 사실이었다면 사령관이 죽었더라도 사실 자체는 밝혀놓아야 할 것이 아닌가. 왜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이 모양인가 지금 정부가 출범한지도 중반부로 접어든 지금, 정권 내부와 집권 여당의 잡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난 정권의 이른바 적폐에다 현 정부의 갖가지 문제들이 얽히고 설켜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사 정리는 보복 차원에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처벌은 명확한 책임자에 국한하고 제도개선에 치중해야 한다고 본다. 자신들의 정권에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지키면 그것으로 족하다. 보복 위주로 비쳐지니까 국민들의 호응이 낮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연 대통령을 잘 뽑은 건가. 민주화가 되기 전에는 물론 국민 의지대로 대통령을 선택하지 못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대통령을 잘 선택했는지 여부는 그들의 퇴임 후 상황으로 미루어 볼 수밖에 없다. 해외망명으로 끝맺음한 이승만, 부하의 총탄에 스러져간 박정희, 후임 대통령에 의해 구속된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의 운명의 보며 이유야 어찌됐든 불행한 역사가 계속되고 있어 슬프다. 과도기적으로 잠깐 대통령을 지낸 윤보선 최규하 등을 제외하고 온전히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낸 대통령은 김영삼과 김대중 뿐이다. 어쩌면 이들을 뽑은 국민들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필자 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 [박현채 칼럼]경제 혁신과 성과 강조한 문대통령
  • 박현채 주필|2019-01-11
  •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였다. ‘경제’라는 단어가 총 35차례나 언급될 정도로 신년 회견문의 상당 부분이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경제 문제에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고용지표 부진이 취임 이후 가장 아쉽고 아프다”면서 “어떻게 풀지가 올해의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일자리 부진에 유감을 표시하고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양극화 현상’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신년사 첫머리에서 ‘삶의 질 개선’을 강조했지만 고용사정은 더욱 나빠져 나락으로 떨어졌고 빈곤층과 부유층간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이들을 더 궁핍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제아무리 명분이 좋고 이상적인 정책이라도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면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지금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2년 남짓 슈퍼호황을 구가해 온 반도체 덕분이었다. 그런데 반도체 경기가 꺾였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9.9%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38.5%나 감소, 시장 전망에 크게 못 미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국내 양대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도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이 예상한 5조원대에서 약 1조원 감소한 4조원 대에 그쳐 역시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침체는 지난해 10월부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예견돼 왔다. 반도체 시장은 4분기와 1분기가 실적이 꺾이는 비수기다. 하지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이 꺾인데다 앞으로 고객사들이 재고를 미끼로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할 가능성마저 높아 업황 둔화가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지지 않을 까 우려된다. 올해 한국 경제는 도처에서 위기 경보음이 들려올 정도로 잿빛 일색인데 반도체 악재까지 겹쳤으니 예삿 일이 아니다. 모든 대내외 여건이 작년보다 좋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이로 인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대, 3개월의 시한부 휴전 상태인 미·중 무역전쟁, 초저금리 시대 종막으로 안전 자산으로의 자본 탈출이 빨라지면서 고조되고 있는 신흥시장의 금융 불안 등이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저성장ㆍ저소비가 고착화하고 있다. 성장판이 닫히면서 투자와 소비, 일자리 어느 것도 살아날 기미가 없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 악재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 증가세마저 크게 꺾일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285억 달러어치로 수출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품목 1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는데 올해는 1100억 달러 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조로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반도체를 대체할 신 성장동력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보이지 않는다.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데다 국가간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서둘러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첨단제조 파트너십(AMP)’, 중국의 '제조 2025' 등 주요 경제 강국들은 벌써부터 4차 혁명을 주도할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각종 규제와 사회적 갈등으로 더디기만 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108, 일본은 117, 미국은 130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신산업 유성을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사회적 갈등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경제, 사회 현실이 바뀌고 있는데 옛날 가치가 고집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보인다”며 “바뀐 시대에 맞게 더 열린 마음으로 상대와 대화하는 유연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 사례로 ‘카풀’을 꼽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새해에는 모든 것을 국정운영의 ‘성과’로 말하겠다고 강조하고 "혁신으로 기존 산업을 부흥시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신산업을 육성할 것"이라 약속했다. 올해는 선거 등 대형 정치 일정도 없다. 정부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올 한해 국정관리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lt;투데이코리아 주필&gt;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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