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지질탐사선 ‘인사이트’로 본 미래의 화성개척

▲ 화성의 실제 표면사진. 자막만 없다면 여기가 화성(火星)인지 경기도 화성(華城)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사진=YTN 캡처).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6일.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전광판을 바라보던 직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인류가 남긴 또 하나의 족적을 기념했다. 지질탐사선 ‘인사이트(InSight)’의 화성착륙이다.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인사이트는 길이 6.1m, 폭 2.0m, 높이 1.4m, 무게 360kg의 무인탐사선이다. 올해 5월 캘리포니아주(州)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로켓에 실려 발사돼 206일, 4억8000만km라는 장대한 여행을 한 끝에 지구의 이웃행성 화성에 무사착륙했다.


화성(火星). 영어로 마르스(Mars)라 부르는 이 행성은 특유의 호전적인 붉은 빛깔로 인해 그리스신화 속 ‘전쟁의 신’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태양계 전체질량의 99%를 차지하는 거대한 태양 주위로 공전하는 8개 행성 중 하나이자 4개의 지구형 행성 중 하나로 크기는 지구의 3분의 1 가량이다. 위성은 포보스(Phobos), 데이모스(Deimos) 등 2개다. ‘명물’도 있어 높이 약 27km의 올림푸스(Olympus)산은 에베레스트산의 3배 높이를 자랑한다.


지구표면에서 육안으로 볼 때 달, 금성과 함께 가장 잘 보이는 천체이기도 하다. 때문에 오랜 옛날부터 화성은 인류가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대상이 됐다. 19세기 말부터는 화성인의 지구침공을 다룬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 등 화성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소설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옥불’ 금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들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지만 화성의 환경은 인간에게 혹독하다. 각종 화성탐사선들이 보내온 현장사진을 보면 푸른 하늘, 건조한 대지 등 지구와 얼핏 비슷하지만 대기는 95%의 이산화탄소, 3%의 질소 및 극소수의 산소로 이뤄져있다. 대기권은 매우 얇아 운석이 수시로 표면을 강타한다. 표면온도는 평균 영하 23도다. 중력도 지구보다 낮다.


이처럼 ‘죽음의 행성’으로 여겨졌던 화성이 재주목받은 건 올해 7월이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은 유럽우주기구(ESA)가 2003년 발사한 탐사기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가 화성궤도를 돌면서 고성능레이더(MARSIS)로 탐지한 결과 화성지하에서 거대한 ‘호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물이 얼음형태로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액체상태로 확인된 건 처음이었다. 상식이지만 물은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모든 생명체가 필요로하는 화학물질이다. 모든 지구생명체가 처음에는 바닷 속 단세포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물은 ‘생명의 근원’ 그 자체다. 물의 발견은 곧 인간이 화성에 가서도 살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 생겼음을 뜻했다. 전 지구촌이 흥분으로 들끓은 이유다.


▲ 졸지에 엘리트과학자에서 순박한 농군의 삶을 강요당한 마크 와트니(사진=영화 ‘마션’ 中).


“화성개척도 식후경”


물론 화성을 개척하는 데에는 아직 많은 난제가 남아 있다. 우선 현 기술로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6~7달에 달한다. 그 시간 동안 인간이 좁디좁은 우주선 실내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온전히 견디기는 힘들다. 한때 지원자들을 격리된 시설에 몇달 간 가두는 실험이 행해졌지만 우울증, 갈등 끝에 파벌이 형성돼 서로를 지배하려 등 전형적인 닫힌사회(morale fermée) 초기현상이 일어나 조기종결된 바 있다.


어째어째 화성까지 간다 하더라도 혹독한 환경이 발목잡는다. 상술한대로 식수는 확보할 수 있다 해도 산소가 부족하다. 화성표면을 지구처럼 만드는 테라포밍(Terraforming) 작업에는 ‘천조국’ 미국도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민간자본을 유치하려 해도 화성개척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거액을 투자할 간 큰 도박사는 찾기 힘들다. 결국 화성에 간다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은 인공산소가 있는 구조물 또는 지하에 갇혀 생활해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식량조달이다. 화성에 단지 몇 명이 거주한다면 모를까 지금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등 우주강국들이 꿈꾸는 ‘화성식민지배’를 위해 최소 수백명이 이주한다면 이들이 소비할 막대한 식량수송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성인 한끼 식사량을 쌀 200g으로 잡았을 때 7달 동안 한 사람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소비하는 쌀은 약 126kg이다. 화성 거주자를 단 1000명으로만 잡아도 1회 수송량은 최소 126톤이 돼야 한다.


이정도 물자를 한꺼번에 우주로 쏘아올린 전례는 아직 없다. 물론 여러 우주선에 나눠서 보내면 되지만 몇달에 걸친 우주여행 중에 만에 하나 우주선들 중 하나가 고장나 작동이 중단될 경우 화성거주자들은 여지없이 식량난에 시달려야 한다. 곡물 대신 우주식량 등 간편식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만 ‘맛’에 대한 욕구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타국에서 단 며칠만 지내도 고국의 음식이 그리워지는 게 사람이다.


결국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거주자들 간의 내분, 범죄발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간은 사회를 이뤄야하면서도 위기 시에는 개인의 욕망에 충실한 이중적 동물이기에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를 보여주는 유사사례가 1940년대 일어난 ‘아나타한(アナタハン)의 여왕’ 사건이다. 한 명의 여성과 함께 섬에 고립돼 배고픔에 시달린 다수의 일본인 남성들은 힘을 합쳐 탈출하려는 대신 이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살육전을 벌이다 자멸했다.


이같은 비극을 방지할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조달, 즉 화성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면서 어류양식을 하는 것이다. 2015년 개봉한 헐리웃영화 ‘마션(The Martian)’은 ‘화성 농사’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홀로 화성에 격리된 주인공은 산소발생기에 호흡을 의지한 채 수소를 태워 물을 만들고 화성의 흙에 동료들 인분을 섞은 뒤 씨감자를 심어 키워 먹는다. 대표적 구황작물인 감자는 어떤 조건에서도 잘 자라기로 유명하다. 물론 감자만 먹을 경우 영양불균형은 어쩔 수 없다.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분명한 건 ‘귀농귀성(歸農歸星)’ 시대는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지질탐사선 인사이트의 임무도 인간이 화성지하에서 거주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인류는 그 어떤 악조건도 극복하고 현대문명을 이룩해왔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은 고대~중세 인류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물건이다. 단 몇 초만에 한국에서 태평양 건너 미국의 지인에게 전화하거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한양에서 동래현(부산)으로 편치를 부치는 데에만 며칠이 걸렸던 조선인들에게 상식이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미래에는 현생인류가 상상할 수 없는 또 어떤 ‘물건’이 나와 대규모 화성이주를 현실화시킬지 알 수 없다.


여담이지만 인류역사상 건설된 식민지들은 대부분 ‘독립쟁취’에 나섰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화성식민지가 지구에 ‘반기’를 들고 나설 수도 있다. 지구의 대기업 본사가 화성의 자원을 캐내어 본(本)행성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 화성과 지구의 ‘동등한’ 무역관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 날이 되면 우리 후손들은 실제로 ‘우주전쟁’을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은 자유이니 판단은 각자의 몫일 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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