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현대자동자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수소차, FCEV)’에 운명을 걸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최근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열린 수소전지 2공장 기공식에서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수소차는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크고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해 침체된 국내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차는 일종의 전기차다. 일반적인 전기차가 외부의 플러그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아 배터리를 충전하고, 이 배터리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하여 주행한다면, 수소차는 연료 탱크에 주입된 수소가 공기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진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이를 통해 모터가 구동하는 방식이다. 수소를 주입해야만 갈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수소차’라고 부르나 바퀴를 굴리는 최종동력은 전기니까 ‘수소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로도 일컬어진다.

수소차는 전후방연관효과가 무척 큰 시스템산업이다. 휘발유 등 내연기관 자동차는 부품수가 무려 2만2천여 개나 된다. 하지만 일반 전기차는 엔진이 필요없어 1만2천여 개에 불과하다. 수소차는 일반 전기차와 유사하지만 연료전지스택과 수소저장장치가 추가로 탑재되기 때문에 부품 수가 일반 전기차보다 훨씬 많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소차가 활성화되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계 등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소차의 장점은 많다. 우선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데다 공기중의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정화시키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공기청정기’라고 불린다. 가장 진화한 수소차로 평가받는 현대차의 넥쏘에는 3단계 공기정화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들려면 순수한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유입된 공기는 공기필터를 거치면서 초미세먼지의 97% 이상이 걸러진다. 이후 건조해진 공기를 촉촉한 공기로 바꿔주는 가습막을 거치고 공기를 연료전지 셀에 골고루 확산시키는 장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3%의 초미세먼지도 제거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 한 대가 한 시간 운행할 때 정화되는 공기의 양은 26.9㎏로 성인 42.6명이 한 시간 동안 호흡하는 분량이다. 넥쏘 10만대가 하루 2시간을 달리면 서울특별시 전체 인구(985만명)의 86%에 해당하는 845만명이 한 시간 동안 숨을 쉴 수 있는 청정산소가 형성되는 셈이다. 가솔린이나 경유 자동차는 환경 오염의 주범이지만 수소차는 미세먼지까지 줄일 수 있는 청정산업이다.

수소차의 또 다른 장점은 짧은 충전시간과 긴 주행거리다. 현재 40kwh의 배터리를 장착한 일반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300㎞ 중반대를 달릴 수 있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30분 안팎, 완속충전 시에는 4시간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넥쏘는 5분 만에 수소탱크를 다 채우고 600㎞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차 값이 비싸고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돈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다. 수소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자체가 고가다. 지난 2013년 현대차가 처음 내놓은 투싼 수소차 가격이 1억5000만원에 달했지만 최근엔 기술 발전으로 비용 부담이 크게 줄기는 했다. 그래도 옵션을 넣고 나면 7천만 원이 넘는다. 또한 수소연료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러 안전장치가 필요해 수소충전소 한 곳을 세우는데 20~30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니 민간 기업의 힘만으론 다량의 충전소를 설치하기가 힘들다. 국내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 가능한 수소 충전소가 채 10곳도 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소충전소 설치에 따른 각종 규제가 많다는 것도 수소차의 대중화를 막고 있는 주된 요인이다. 수소를 위험물로 인식, 규제를 하다보니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안이나 대형마트 등 상업시설 내에는 설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등 도심충전소 설치가 어렵다. 또한 수소 충전은 충전소 직원만 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어 수소셀프충전소도 불법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수소충전 가격이다. 현재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연료비 절감이 목표다. 일반 전기차가 차 값이 비싸고 주행거리나 충전 인프라 등에서 많은 제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팔리는 것은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충전비용이 무척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충전 가격은 비싼 운송비용 등으로 싸지 않고 충전소별 가격 편차도 크다. 수소탱크 용량이 6.33㎏인 넥쏘의 경우 수소충전비용이 가장 저렴한 울산에서는 2만8천원 선에서 완충이 가능하나 창원에서는 6만3천원대로 현재 디젤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굳이 값비싼 수소차를 살 만한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수소차는 지난해 말 현재 일본,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5천여 대가 보급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5년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한 우리나라에서는 고작 183대가 보급되어 있을 뿐이다.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량도 지금까지 1000여대에 그쳐 일본 도요타의 5300여대, 혼다의 2000여대에 훨씬 뒤진다. 기술력은 앞서 있지만 국내 수소차 판매량은 이처럼 미미하다.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차가 대중화되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발생한다. 일본과 독일, 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은 산업 연관효과가 워낙 크고 환경 문제와도 직결돼 있어 보조금지급 등을 통해 국가적 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수소경제 구현에 목을 매고 있다. 우리도 2005년부터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기획했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잃어버린 13년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 6월 ‘산업혁신 2030 로드맵’을 꺼내 들었지만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 시행방안은 없다. 이젠 대기 정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자동차 산업의 지속 성장 등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하겠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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