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기획] ‘카니발리즘’ 中美 맹주 아즈텍을 무너뜨리다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그것’ 카니발리즘의 역사와 교훈
    기사입력 2018.12.14 11:0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1.png▲ 인류의 금기어 ‘카니발리즘’.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인류에게는 ‘절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금기어가 있다. 이 단어는 누구에게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며 현대문명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엄연히 존재했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잊혀짐이 요구되며 또 마땅히 잊혀져야 할 존재. 바로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다. 본 기획 내용은 일부 독자에게 정신적 충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됨을 미리 밝힌다.

    ‘동족포식’은 적잖은 동물들의 ‘본능’이다. 귀여운 외모의 햄스터마저 새끼를 아무렇지 않은 듯 잡아먹어 어린이들의 ‘동심’을 파괴한 사례가 무수하다. 인간도 동족포식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한 목적에서부터 ‘기’를 흡수하기 위한 목적까지 태고적 인류사회에서는 카니발리즘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동아시아에서는 ‘유교질서’가 확립된 후로 동족포식은 모습을 감췄다.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는 인육을 젓갈로 담근 해(醢)라는 게 있었다. 유교를 국교(國敎)로 받아들인 한(漢)나라 때에도 종종 인육은 모습을 드러내다가 후대에 거의 완전히 사라진다.

    다만 완전히 소멸된 건 아니라 오늘날에도 중국 도처에서는 인육이 밀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한 조선족 남성의 만행이 범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서양에도 식인풍습은 있었다. 영어에는 인육을 애둘러 표현하는 ‘롱포크(longpork)’라는 단어가 있다. 심지어 ‘십자군전쟁’ 때에도 카니발리즘이 행해졌다는 주장이 있다.

    시오노 나나미(塩野七生)의 ‘십자군 이야기’ 1편에는 마아라트 알 누만(Maarrat al-Numan)에 주둔하던 레몽(Raymond)의 군대가 시체를 요리해 먹었다는 내용이 있다. 서양도 동양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면서 동족포식은 일부 범죄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자취를 감춘다.

    그런데 아직 태고적 인류의 습성을 그대로 간직한 중남미 대륙에서는 16세기까지도 카니발리즘이 ‘대중적이고 조직적으로’ 행해진 국가가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중미(中美)의 맹주 ‘아즈텍(Aztec)’이다.

    2.png▲ 현존하는 아즈텍 피라미드. 수백년 전 이곳에서는 ‘인신공양’ ‘카니발리즘’이 행해졌다.
     

    아즈텍의 ‘꽃 전쟁’

    아즈텍은 서기 1248년 건국돼 1521년 스페인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에 의해 멸망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다. 그러나 실상 아즈텍 붕괴의 결정적 원인은 ‘카니발리즘’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동족포식으로 인한 주변부족들의 ‘반란’이었다.

    아즈텍은 훗날 유럽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이전 시기에 존재했던 톨텍(Tolteca)문명을 이어받은 3개의 도시국가가 삼각군사동맹을 맺어 ‘에슈카 틀라톨로얀(Excan Tlatoloyan)’이라는 집단이 탄생했고 이것이 바로 아즈텍이다.

    아즈텍의 외교정책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이이제이(以夷制夷) 등 고도의 외교술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로지 ‘전쟁’으로 주변민족들을 다스렸다. 주변민족들은 아즈텍에게 있어서 그저 하루하루 쫓기는 ‘사냥감’일 뿐이었다. 아즈텍은 수시로 군사를 동원해 ‘인간사냥’에 나섰다. 이같은 행위의 주된 목적은 ‘인신공양’ ‘포식’이었다.

    아즈텍의 전쟁방식은 독특하다. 이른바 ‘꽃 전쟁(La guerra de Las flores)’으로 이들의 전투에서는 날카롭게 벼린 창칼이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죽지 않을 정도로만’ 치명상을 입히는 흑요석이 박힌 목제둔기가 사용된다.

    아즈텍에 납치된 포로들은 신(神)에게 제물을 바치는 제단이나 ‘도축장’으로 끌려갔다. 제단에 바쳐진 포로는 아즈텍 사제의 흑요석 칼에 의해 ‘산 채로’ 가슴이 도려내져 심장이 꺼내진다. 사제는 심장을 불에 태운 다음 시체를 불에 ‘구웠다’. 여성포로의 경우 제단에 눕힌 뒤 목을 쳤으며 이 외 화살로 벌집 만들기, 산채로 불에 굽기, 맨몸에 칼 한자루만 주고 전사와 겨루게 하기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했다.

    ‘식용’으로 쓰일 포로는 더러는 노예로 쓰이는 경우도 있었다. 실컷 부려먹다가 일을 태만히 하면 곧장 ‘시장’에 내다팔았다. 이들의 이후 운명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즈텍의 카니발리즘이 ‘허기’를 달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당시 아즈텍에서는 농사가 이뤄지고 있었으며 칠면조, 토끼 등 가축도 사육됐다. 이로 인해 아즈텍은 인구 500만명의 대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굳이 ‘식인’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원시적인 외교수단인 ‘공포’를 이웃부족들에게 조장하기 위함이 가장 컸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3.png▲ 목제둔기로 무장한 채 ‘사냥감’을 뒤쫓는 아즈텍 전사들(사진=영화 ‘아포칼립토’ 中).
     

    소수민족의 ‘분노’

    그렇게 아즈텍인들의 ‘식탁’에 올려지는 삶을 살아야 했던 중미 소수민족들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16세기 ‘콩키스타도르’의 출현이다.

    흔히 스페인을 ‘가해자’로, 아즈텍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시각이 우리나라에 지배적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상술했듯 아즈텍은 주변민족을 학살하는 ‘가해자’였다. 스페인은 기나긴 세월 동안 이슬람세력의 지배를 받은 ‘피해자’였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건 인류역사상 흔했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을(乙)의 갑질’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스페인은 이슬람의 지배영향으로 유럽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까만 머리’에 ‘까만 눈’인 사람들이 많다. 지금도 전국 도처에는 이슬람 건축물이 남아 있다. 이들은 피비린내 나는 독립전쟁인 ‘레콩키스타(Reconquista)’를 통해 자립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얻은 무기제조술 등을 바탕으로 팽창에 나선다.

    아즈텍을 방문한 콩키스타도르의 지도자는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다. 1485년 몰락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산토도밍고, 쿠바 등 식민지에서 부를 쌓아올렸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큰 열망이 있었으니 ‘황금의 땅’ 엘도라도(El Dorado)를 찾는 것이었다. 코르테스는 쿠바 총독의 지원 하에 1519년 병력 600명, 인디오 300명, 말 10여필, 대포 10문 등이 실린 10척의 배를 인솔해 출항한 뒤 중미 동부해안에 상륙했다.

    기껏해야 작은 통나무배만 만들 기술이 있었던 중미인들에게 거대한 범선의 출현은 ‘문화쇼크’였다. 그들의 묘사에 따르면 “바다에 갑자기 ‘산’이 떠 다닌다”였다. 당시의 광경은 멜 깁슨 감독의 2006년작 영화 ‘아포칼립토’ 말미에서 상세히 그려지고 있다.

    콩키스타도르의 무장은 총, 톨레도(Toledo)검, 모리용(Morion)철모, 말(馬)로 상징된다. 총은 아즈텍인들에게 말 그대로 ‘마술’이었다. 우뢰와 같은 폭음이 일 때마다 사람이 하나씩 쓰러지는 건 호기심을 넘어 공포였다. 로마시대부터 철 생산지로 이름높았던 톨레도지방에서 만든 검은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원주민의 사지를 ‘손쉽게’ 잘라낼 정도로 날카로웠다.

    또 강철 철모·갑옷은 아즈텍의 나무몽둥이로는 꿰뚫기 힘들어 콩키스타도르를 ‘불사(不死)’의 존재로 만들었다. 난생 처음 보는 동물인 말은 콩키스타도르를 인간이 아닌 ‘켄타우로스(Kentauros)’와 같은 괴수로 보이게끔 했다. 어마어마한 충격력으로 돌격하는 말 등에서 톨레도검을 휘두르는 콩키스타도르는 아즈텍인들에게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그러나 코르테스에게도 치명적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머릿수’였다. 상술했듯 아즈텍은 인구가 수백만명에 달했으며 강력한 중앙집권제 덕에 황제가 명령하면 순식간에 대군(大軍)이 소집됐다. 반면 코르테스 휘하 병력은 ‘600명’에 불과했다. 먼 거리 탓에 쿠바식민지나 본국으로부터의 지원도 바랄 수 없어서 아즈텍이 인해전술(人海戰術)로 나오면 몰살은 시간문제였다. 소수병력이 원시적 무장의 대군을 ‘학살’하는 광경은 19세기 기관총이 등장하고 난 뒤에야 가능해진다.

    여기에서 코르테스와 중미 소수부족들의 ‘이해관계’는 맞아 떨어지게 된다. 아즈텍을 증오하고 두려워하던 소수민족들에게 스페인군은 그야말로 ‘구원자’였다. 병력이 열세였던 코르테스에게 소수민족은 ‘든든한 동맹’이었다.

    실제로 소수민족들은 콩키스타도르에게 ‘생명의 은인’ 역할을 했다. 병력, 식량지원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화약재료인 ‘초석’ 등의 매장지를 찾는데 큰 도움을 줬다. 번쩍이는 쇠붙이(톨레도검)을 휘두르면서 아즈텍군의 사지를 잘라내고 인신공양, 카니발리즘 희생자가 될 뻔한 원주민들을 수만명씩 구해낸 콩키스타도르도 소수민족들에게 있어서 ‘메시아’였다.

    이들은 콩키스타도르를 그들의 신인 케찰코아틀(Quatzalcohuatl)과 동일시하면서 숭배하는 지경까지 갔다. 스페인 최초의 멕시코식민지인 베라크루즈(Veracruz)도 원주민들의 작품이다.

    중미 원주민과 스페인군 간 만남에서 한가지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코르테스와 그 부하들의 중미방문 목적은 오로지 ‘금’이었다. 그런데 중미에서 흔하디 흔하던 금은 원주민들에게 ‘그저 좀 예쁜 금속’ 수준에 불과했다. 스페인인들이 식사도 거르고 ‘걸신 들린 듯’ 금을 캐는 모습을 본 한 원주민이 참다참다 건넨 질문은 “니네들 이거 먹냐”였다.

    5.png▲ 콩키스타도르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아즈텍에 맞서는 소수민족 전사들.
     

    아즈텍,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운명 맞다

    그렇게 금을 쓸어담던 콩키스타도르와 아즈텍이 처음부터 전면전을 벌인 건 아니었다. 몇 번의 소규모 교전 끝에 콩키스타도르의 위력을 알아차린 아즈텍 황제 몬테수마(Montezuma)는 코르테스에게 사절을 보내 화친을 요구한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던 콩키스타도르는 이에 응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좋게 말하면 병력열세 앞에 예민해진 상태고 나쁘게 말하면 ‘겁’을 집어먹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황제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즈텍의 대도시로 향하는 과정에서 아직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몇몇 소수민족들에게 습격당한 콩키스타도르는 급기야 이것이 ‘황제의 소행’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돼 “이렇게 된 바에야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눈이 뒤집히게 된다. 황제의 명령이었냐 여부를 두고서는 현재 학계에서 ‘맞다’ ‘아니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일단 당초 목적지였던 대도시에서의 교전에서 승리한 그들은 아즈텍 수도 테노치티틀란(TenoChititlan)으로 진격해 몬테수마를 인질로 억류한 뒤 몰려드는 아즈텍 대군을 상대로 ‘무쌍’을 찍었다. 당시 전투를 몬테수마 입장에서 서술한 기록은 “양측이 맞붙더니 갑자기 저 멀리에서 뭔가가 휙휙 날아다니는데 알고보니 아즈텍군 팔다리였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때 콩키스타도르 전사자는 놀랍게도 ‘0명’이었다.

    그러나 중과부적으로 밀리는 가운데 식량이 다 떨어지고 화약이 바닥나며 창칼이 무뎌지는 건 어쩔 수 없어 코르테스는 후퇴를 결정하게 되고 그 결과 콩키스타도르가 학살당하는 ‘슬픔의 밤(Noche Triste)’ 사건이 벌어진다. 이들이 베라크루즈까지 철수하는 과정은 처절함 그 자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와중에 쿠바식민지에서는 코르테스를 체포하려는 ‘진압군’이 파견된다. 총독의 명분은 왕명을 거역한 반역자 토벌이었지만 실상은 다 차린 밥상의 숟가락(금)을 아예 빼앗기 위함이었다.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벌어진 ‘스페인 정규군’과의 싸움이었지만 놀랍게도 코르테스는 이들을 격파하는 ‘기적’을 일으킨다. 잘 훈련되고 무장한 정규군 패잔병들을 휘하병력에 보충한 건 덤이었다.

    식민지 간의 싸움에 분노한 스페인 왕이었지만 코르테스가 바칠 막대한 영토와 ‘금’에 흔들린 그는 내분을 ‘없었던 일’로 넘기고 나아가 지원군까지 파병한다.

    이 결정은 이미 사방이 적군에 고립돼 패색이 짙은 아즈텍 멸망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스페인군, 소수민족들은 사방이 호수에 둘러싸인 테노치티틀란을 포위한 채 최후의 맹공을 퍼부었다. 아즈텍은 수도를 포기하고 내륙으로 후퇴하지만 기울어진 대세는 바로잡을 수 없었고 그렇게 스페인과 소수민족 연합군에 의해 중미 최후의 ‘카니발리즘 제국’ 아즈텍은 서기 1521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6.png▲ 폐허로 남은 아즈텍 유적.
     

    “폭력은 저항을 부른다”

    카니발리즘이 인류사(史)에서 모습을 감춘 건 종교의 도덕적 가르침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온몸으로 체감한 ‘피비린내 나는 교훈’이다.

    ‘폭력’은 복종과 순종을 불러오기는 커녕 오로지 분노와 저항만을 낳는다. 본 기획에서 다룬 콩키스타도르라는 ‘대척점의 세력’에 대한 중미 소수민족들의 ‘협력’이 대표적 사례다. 때문에 문명사회는 덕치(德治)를 무엇보다 중시했다.

    2018년 한해 대한민국은 일명 ‘적폐청산’이라는 ‘죽음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전 정부와 전전(前前) 정부의 내부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벌써 3명이 입증된 혐의 없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여론은 적폐청산에 대한 찬성보다는 ‘정치보복’ ‘독재구축’ 의혹으로 기울고 있다. 전임정부를 ‘제물’로 바쳐 여론을 호도한 뒤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집권’은 이미 현 여당대표가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잘못된 것은 바로세우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독재수단이 되거나 비법(非法)적 ‘희생’으로 실현돼서는 안 된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세상 사람 중 바보는 없다. 여론이 기울다보면 언젠가는 아즈텍처럼 ‘역풍’을 맞게 된다.

    국민의 지지 앞에 ‘범진보’로 분류되던 야당(소수민족)들이 ‘우파정당(대척점)’과 합심하는 현상은 이미 현살화됐다. 정부·여당은 이것을 무조건 정략적 야합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정신승리’를 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행위는 민심의 뒷받침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죽음의 소용돌이’는 2019년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방침에는 흔들림이 없는 듯하다. 내년에는 또 얼마나 많은 목숨이 사라지게 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뒤늦게 후회의 피눈물을 흘렸던 아즈텍인들의 통곡이 들리는 듯하다. <끝>
    <저작권자ⓒ:: 투데이코리아 :: & www.todaykore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미세먼지 정보(2019-07-24 08:00 기준 )

    • 서울
      좋음 : 16
    • 부산
      좋음 : 19
    • 대구
      좋음 : 24
    • 인천
      좋음 : 22
    • 광주
      좋음 : 19
    • 대전
      좋음 : 15
    • 울산
      좋음 : 22
    • 경기
      좋음 : 21
    • 강원
      좋음 : 28
    • 충북
      좋음 : 21
    • 충남
      좋음 : 20
    • 전북
      좋음 : 18
    • 전남
      좋음 : 14
    • 경북
      좋음 : 27
    • 경남
      좋음 : 22
    • 제주
      좋음 : 16
    • 세종
      좋음 : 17
    투코칼럼
  • [김성기 칼럼] 소주성, 탈원전에 죽창가까지
  • 김성기 부회장|2019-07-23
  • 가끔 지인들과 만나면 건강문제를 비롯한 개인사가 입에 오르기 시작해 개인사업과 나라 살림 얘기로 범위가 넓어진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손님들이 빠져나가 식당이 한가해질 즈음엔 몇 번 안면을 익힌 음식점 주인까지 끼어들어 장사 걱정에 한마디 거든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에 최저임금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종업원을 줄였는데 주 52시간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저녁 손님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자신은 점심 장사로 어렵게 버텨가고 있지만 저녁 매상 위주로 술과 안주 등을 팔아온 다른 점포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노래방 같은 단체손님 위주의 업소는 임대료를 내지못해 폐업한 곳이 널렸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대로 길 건너편 점포들을 보니 불 꺼진 곳이 적지 않다. 신문이나 방송에 이미 보도된 현상이지만 어둑해질 무렵 주인 없는 점포들이 더욱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탈(脫)원전과 4대강 보(洑)철거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도 관련 업계와 전문가는 물론 주민 반발을 더해 혼란과 부작용을 부추긴다. 각종 여론 조사를 통해 탈원전에 반대하는 민심이 확인된데 이어 반대서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원전 대신 원가가 비싼 LNG 등 발전을 늘린 이후 한국전력 경영이 급격히 악화돼 전기요금 인상이 거론될 지경에 이르렀다. 소액주주들은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환경단체 의견을 들어 4대강 보 철거방침을 밝혔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충남 공주와 전남 나주에 이어 경북 칠곡에서도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철거반대 운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보 덕분에 가뭄과 홍수 걱정에서 벗어나게 됐는데 정부가 현지 실정을 외면하고 보 철거를 강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대일본 관계가 대결로 치달으면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시작된 일본 경제 보복 조치가 아베 정권의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는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모임을 갖고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언론 발표문’을 냈다. 보복이 다시 보복을 부르는 식으로 확산돼 양국 모두 피해를 입고 감정대결로 폭발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사태를 더 키워 대결을 조장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민주당에서는 일본에 맞서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3일 SNS에 1980년대 운동권 노래 ‘죽창가’를 올렸다. 조 수석은 청와대 여야 회동에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직후 “양국간 경제전쟁에서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가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20일에는 강제징용에 관한 대법원 배상판결을 비난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친일파’라고 매도했다. ‘애국’과 ‘이적’으로 편가르기 하는 식을 넘어 거의 국민을 겁박하는 수준이다. 일본과 경제전쟁을 하고 있는데 정부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국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의 불일치에 따른 외교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후속대책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의 발언은 이런 여론까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으로 몰아 ‘친일파’로 도배하려는 저의가 보인다. 이런 공세가 지지층을 결집시켜 내년 4월 총선에서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으나 한일 국민감정을 악화시켜 무역과 관광 등 민간교류와 협력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올들어 4월까지 한국수출은 1815억달러로 6.9% 감소해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여기다가 일본 경제보복과 민간교류 위축의 영향까지 반영되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가 얼마나 침체를 겪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대일무역과 관광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업이 어려워져 또 어떤 고역을 치러야 할지 걱정이 크다. 소주성과 탈원전, 보철거에 흔들리는 민심에 죽창가까지 따라 부르라고 확성기를 높이 틀어주면 그 영향이 어디로 미칠까? 과연 계산대로 정부 여당에 총선 승리 선물을 안겨줄지 의문이다. 일본의 보복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앞장서 갈등의 판을 키워 자해할 이유도 없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데스크 칼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정부가 취해야 할 자세
  • 김충식 편집국장|2019-07-20
  •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지 6개월이 지났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 이유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 줌으로써 그동안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한 후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채택했다. 지난 16일 국무조정실은 규제 샌드박스 시행된지 6개월만에 총81건의 과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주요성과 중 금융혁신 분야가 46%를 차지했고 중소기업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또 공유경제, 블록체인,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시험 무대로 사회적 갈등과제 등 오랜기간 해묵은 과제들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다소 아리송하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유경제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시험무대라하면 이들이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공유경제의 핵심 사안으로 떠 오른 ‘타다’ 서비스의 경우 기득권층이 양보하지 않아 공유경제의 새로운 서비스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앞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운송사업 허가를 내주기로 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는 사업 규모에 따라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 형태로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이 돈을 이용해 매년 일정 규모의 택시면허를 사들이고 플랫폼 사업자에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결국 렌터카를 활용한 운송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다’는 제도권에 들어와 합법 영업을 하려면 차량 구입비, 면허 매입비 등 최소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공유경제를 ‘정치논리’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앞선다. 타다에서 영업하는 사람들보다 택시 기사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에 대해 이민화 교수(KAIST)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4차 산업 혁명은 죽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민화 교수는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공유를 통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혁신을 촉발하여 사회적 가치창출과 가치분배를 선순환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본질”이라고 설명하고 “기존 사업자의 지대(地代)추구에 정치권이 동조하는 환경에서 혁신의 씨앗이 자랄 수 없음은 불을 보듯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방안이 발표되자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는 “기존 제도와 기존 이해관계 중심의 한계가 있는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기존 택시 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기존 택시 사업과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을 포함해 국민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4차 산업 혁명의 대명사로 떠오른 ‘공유경제’의 흥망이 기로에 선 가운데 지난 17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제주포럼 개막식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규제가 기업인의 발목을 옭아맨다”고 호소하며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규제 플랫폼부터 재점검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가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서 규제 샌드박스를 설명했더니, 한국이 영국보다 광범위하게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사실에 대해서 놀라더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전했다. 박용만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규제 개혁을) 많이 했다(고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체감하는 변화가 많지 않다고 한다”며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규제만 없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업과 정부관료와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시각을 보여준 사례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기존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나 택시업계가 반대하는 공유 차량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정부가 기존 기득권자 편에서 정치논리를 펼 때가 아니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정부의 모습을 보면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정부의 역할이 기업죽이기로 보여서야 되겠나? 규제하나 풀었줬을 뿐인데 박용만 회장이 "공무원 업고 다니고 싶다"고 한 말은 역으로 정부의 규제로 인해 사업을 펼칠 수 없는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권순직 칼럼] ‘사람 중심 경제’ 표류의 원인
  • 권순직 논설주간|2019-07-18
  •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를 두 번째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240원)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된데 대해 지난 14일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김상조 정책실장을 통해 말했다. 대통령은 작년 7월에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목표달성에 실패했다며 사과했었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뒤늦게나마 인식하고 속도조절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김 실장은 설명에서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표준고용계약’ 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나,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표준고용계약 틀 밖에 있는 분들에게 큰 부담이 됐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반성했다. 그는 이어 “건강보험료 지원 등을 통하여 보완책을 마련하고 충격 최소화에 노력했지만 구석구석 다 살피기에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책 실패를 자인(自認)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폐기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비롯, 주 52시간 근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을 위한 정책 중심의 ‘사람 중심 경제’(J노믹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이다. 이들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과 반발이 표출됐고, 사회적 갈등 또한 깊어졌다. 이들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도 많았겠지만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컸던 것은 정책 수립과 추진과정이 치밀하지 못했고, 현장을 경시한 정책당국자들의 자세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J노믹스의 원설계자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꼽힌다. 그는 문재인 대선캠프 경제팀의 좌장 격이었으며, 주요 공약 마련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의장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정책입안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문 대통령 취임 후 2017년 12월 27일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대통령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서 일자리 축소 없이 최저임금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고, 대통령의 사과로 이어진다. 선(善)한 의지, 그러나 세련함이 부족 김광두 교수는 “현 정부의 선(善)한 의지는 인정하지만 세련됨이 부족했다” “현 정부가 정책을 원(原)설계에서 많이 바꾼데다 실행 과정에서도 우리가 처한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lt;7월16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gt; 아픈 지적이다. 의도는 좋지만 이를 시행 추진하는 정책당국자들의 무능 때문에 긍정효과보다 부정효과가 더 두드러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J노믹스의 설계자이면서도 비판론자인 김교수의 지적을 이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지난 2년여의 시행착오가 거듭될 공산이 크고, 그런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힘든 계층의 어려움만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정책의 문제와 관련, 초기 이 정책을 주도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문제점을 꼽는다. “...장전실장은 원래 기업 내 분배 쪽에 관심이 더 많다보니, 분배에서 노동자가 너무 적게 받는게 아닌가, 그걸 고치는게 정의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인식이 조금 정확하지 못했던 게 우리나라는 영세 기업이 엄청 많다. 그들의 소화능력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나타나는 부작용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풀어 도와주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한 게 아닌가..”라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사람중심 경제를 편다는데 왜 서민층은 더 힘들어 지는가. 원설계에서는 사람의 능력을 올려주면 근로자는 소득이, 기업은 경쟁력이 올라간다. 기업 경쟁력이 오르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렇게 가자는 것이 사람중심 경제인데 실제로는 임금 보조해주고 올려주는 식으로 바뀌었다. 임금을 올려주더라도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병행됐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다는 것이 김 교수 평가다. 누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는 방향이 갈린다. 지도자가 누구에게 이 중책을 맡기느냐가 중요하다. 잘못된 이념을, 아니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을 가진 사람이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 시행착오는 뻔하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피해는 어려운 계층일수록 더 크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 [박현채 칼럼] 민낯이 드러난 한국의 부품·소재산업
  • 박현채 주필|2019-07-12
  •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우리의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이 한·일 무역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맞불 대응이나 불매운동 등 감정적 대응을 우선하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외교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로 한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지금의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는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하여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관세전쟁은 대응할 여지가 있어 어느 정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중간재 공급을 차단해 생산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분쟁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무척 크다. 우리는 최근 수년간 한국산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등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마치 1등 산업국가가 된 것처럼 자신감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주요 소재·부품이 주로 일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3대 수출 규제 품목의 일본 의존도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가 93.7%, 포토레지스트가 91.9%, 고순도 불화수소인 에칭가스가 43.9%에 달한다. 반도체 분야만 보더라도 장비·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이 절반에 훨씬 못미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부품·소재산업의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정책을 본격화했다. 국내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지 않고서는 날로 커지는 대일 무역 역조를 해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 종속을 영원히 피할 수 없다고 판단,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전략을 이 즈음부터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한국이 부품·소재 산업에서 영원히 일본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본에서 제기되자 2001년에 ‘부품소재전문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제정하면서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도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수지는 지금까지 만년 적자 상태다.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국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튼튼한 기초과학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성과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서 부품.소재 국산화비율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었고 중국 등지로의 중간재 수출도 많이 늘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실정이 이러하니 일본의 보복에 한국이 수출 규제로 맞대응할 경우 한국이 불리하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는 한국의 맞대응이 강화될수록 한국의 손실 폭은 커지는 반면에 일본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일본 수출기업들의 한국내 독점적 지위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대일 수출규제를 강화하면 일본은 한국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상당부분 일본 내수기업이나 중국 기업 등으로부터 대체 조달할 수 있으나 우리는 그렇게 못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11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한테는 241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흑자를 냈고 이 중 151억 달러가 소재.부품 분야에서 달성됐다. 우리한테 부품 등을 팔지 못하면 무역적자가 더 커져 일본 경제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처지이기 때문에 사태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일본의 이번 보복 조치를 계기로 부품·소재·장비 산업 육성을 국가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예산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 우리 산업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금명간 부품·소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부품·소재·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앞장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핵심 소재와 부품 개발이 정부의 의지대로 그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프리미엄 핵심 소재는 특허 문제로 국산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할 경우 미세한 차이만으로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과거 남미 국가들이 그랬듯이 경쟁력 강화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해 이익을 내려는 부실기업이 양산될 수도 있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기자수첩
  • [기자수첩] 혁신보다는 ‘총선’이 중요한가 봅니다
  • 김태문 기자|2019-07-23
  • 최근 국토교통부가 불법 논란을 빚던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운송사업 허가를 내주는 것을 골자로 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하 상생안)을 발표했다. 제도적 틀 안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상생안은 지난 3월 7일 정부와 여당, 택시업계, 모빌리티 업계 간에 이룬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첫 후속조치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 편익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택시업계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번 상생안으로 최대 직격탄을 맞은건 ‘타다’다. 상생안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일정한 기여금을 내야 제도권 안에서 영업을 허가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돈으로 매년 일정 규모의 택시면허를 사들이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사업에 진입할 플랫폼 사업자는 영업차량 대수만큼 택시면허를 사들이거나 대여해야 한다. 또 플랫폼 기사는 택시면허 보유자로 제한했다. 렌터카를 활용하는 방안도 이번 상생안에는 포함되지 않아 플랫폼 사업자는 차량을 직접 구입해야 한다. 렌터카를 금지한 이유는 택시업계의 반대 때문이다. 이번 상생안을 접한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플랫폼 사업자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려면 사실상 ‘택시회사’를 하나 차리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는 “기존 택시 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타다는 서울 등에서 약 1000여대의 승합차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차량들은 모두 VCNC의 모회사 쏘카에서 렌트한 것이다. 타다는 렌트카와 기사를 한 번에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타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쏘카의 차량을 매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타다가 차량을 직접 보유할 경우 최소 300억원의 차량 매입 비용이 든다. 여기에 차량 수만큼 택시면허를 얻으려면 추가로 수백억원, 택시기사 자격증 보유 기사로 교체하는데도 상당한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번 상생안 발표로 제도권에 들어오는 문은 열어줬지만 문턱은 더욱 높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력을 확보한 업체만 운송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기업에게는 진입장벽에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신규 사업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국토부가 내놓은 이번 상생안을 보면 정치적 목적이 담겼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정부가 연일 혁신을 외치는 것과 달리 시대를 역행하는 이러한 결과가 도출됐다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주요 표밭인 택시업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의심이다. 현재 전국에서는 약 26만대의 택시가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수가 2.5명(통계청)인 것을 고려하면 택시업계는 약 65만표를 쥐고 있는 셈이다. 타다는 기껏해야 약 3만표, 모빌리티 업계 전체를 합쳐도 택시업계와 상대가 안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토부가 이번 상생안 발표 말미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직 세부적인 룰은 정해지지 않았다. 렌터카 허용 여부도 추후 실무기구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고 한다. 정부가 앞으로 있을 실무기구에서 소비자 편익을 우선으로 하고 혁신과 상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보길 바란다. 정부가 말하는 상생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 기존 이해관계의 손을 들어주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기자수첩]'무사안일주의'가 키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 권규홍 기자|2019-07-07
  • 지난 5월 인천에서 시작돼 한 달 넘게 이어진 ‘붉은 수돗물’ 사태는 환경부 조사에 의해 결국 인재로 드러났다. 또 인천시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발단은 지난 5월 30일 인천광역시 서구 주민들은 수도꼭지에서 붉은 물이 나오자 구청과 인천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인천시는 원인을 알아보겠다고 하고 무려 한달 가까이 이 문제를 방치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불만은 커졌다. 집에서는 물을 가정용수로 쓸 수 없었다. 집뿐만이 아니였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제공할 급식을 만들 수 없었다. 학교들은 임시방편으로 생수를 대량으로 구매해 급식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분노한 시민들 2천여명은 인천 완정역에서 인천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남춘 시장은 첫 민원이 제기된지 18일이나 지난 6월 17일 인천시민들에게 공개사과하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공촌 정수장을 시찰하는 등 뒤늦게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인천시와 환경부의 공동조사결과 붉은 물은 녹물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이 사건의 원인으로 매뉴얼을 무시한 무리한 공정과 인천시의 안일한 초동대처가 사태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환경부는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하자 인근 정수장물을 수계 전환하는 과정에서 붉은 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유속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침전물이 떠올라 혼탁한 물이 상수도로 공급됐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인천시의 사전 대비와 미흡한 초동대처가 사건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매뉴얼이나 다름없는 ‘국가건설기준 상수도공사 표준시방서’의 원칙을 무시한 채 밸브 조작 위주의 대책으로만 사건을 해결하려했다. 이뿐만 아니였다. 인천시 공무원들은 정수장의 탁도계가 고장난 것도, 원인이 된 수계전환 방식에도 제대로 된 인지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환경부는 현장조사 당시에도 “관련 공무원, 담당자들이 제대로 답을 하지않고 숨기고 은폐하는 등의 모습까지 보였다”며 “인천 수돗물 사태는 100% 인재”라며 인천시 공무원들을 꾸짖었다.  결국 박 시장은 인천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천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하고 정수장과 배수장, 배수관과 송수관의 정화작업을 실시했다. 이물질 배출 송수관의 방류, 수질 모니터링 등을 강화 하기로 뒤늦게 대책을 세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뒤늦은 땜질 처방에 분노한 인천시민들은 박 시장을 비롯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부분의 시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을 넘어 서울시 문래동, 양평동을 비롯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과 서면 등지에서도 줄줄이 이어지며 해당 지자체는 일제히 노후 하수도관을 점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 점검을 한 뒤 이번 기회에 서울의 노후화된 하수도관을 대거 교체하겠다며 정부에 긴급 재정을 요청 했다. 공무원, 국민들을 생각하는 ‘행정’ 펼쳐야 환경부가 밝혔듯이 이번 사태는 철저한 ‘인재’다. 공무원들의 안일한 행정이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게 했다.  인천시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몰랐고 사고가 터져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인천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박남춘 시장의 인천시 행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평소에도 꼼꼼하지 못한 행정지도때문에 인천시 공직사회의 기강이 해이해져 붉은 수돗물 사태가 터졌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의 바른 몸가짐과 맡은 일에 대한 근면한 태도는 국가 시스템의 출발점이다. 국민들을 대신해 국가의 일을 처리해야 할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주의와 복지부동, 그리고 마음에서 부터의 부패는 곧 국가의 패망으로 이어진다.  일찍이 조선시대의 유명한 문신 정약용은 자신의 저서 ‘목민심서’를 통해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적했다. 정약용은 예제(禮際)를 통해 공무원이 백성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겸손해야 하며, 수법(守法)을 통해서는 법을 잘 지킴과 동시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점에 미뤄보면 인천시 공무원들은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알아보겠다는 말만 내놓은채 시민들의 말을 무시한채 시간만 허비했고, 잘못된 관행이 있었음에도 불구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 조차도 몰랐고 바로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태가 커져 조사가 시작되자 변명과 거짓으로 일관했고 사건을 은폐하려고까지 했다. 공무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국가의 일을 하는 직책이다. 자신들이 국민의 머리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대단히 큰 착각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 공무원들을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날은 갈수록 더워지고 시간은 어느새 한 여름의 한복판으로 달려가고 있다. 물이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는 계절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원들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 [기자수첩] 5G폰으로 바꿀 생각 있냐는 질문에 ‘싫다’고 답했다
  • 유한일 기자|2019-06-27
  • 최근 퇴근 후 가진 술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5G로 갈아탔어”라며 새 스마트폰을 자랑했다. 5G폰을 이리저리 만져본 기자는 “잘터져?”라고 질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니”였다. 5G 서비스는 지난 4월 3일 상용화한 이후 69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5G는 출시 초기부터 현재까지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신 속도다. 5G 서비스 수신 가능범위(커버리지) 등 통신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5G 기지국은 지난 10일 기준 6만1246국(장치 수 14만3257개)이 구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수도권 및 전국 주요 도심 일부에만 몰려있다. 아직까지도 뽐뿌 등 스마트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5G가 터지지 않는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껏 5G폰을 구매해놓고 LTE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정부는 5G 전국망 구축 완료 시점을 오는 2022년으로 보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5G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이 약 3년이나 남았다는 뜻이다. 이동통신 3사 역시 올 연말까지 커버리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연말까지 LTE 수준의 통신을 이용하라는 말로 밖에 안들린다. 특히 5G는 실내에서 더 취약하다. 이통 3사는 이달부터 공항, 역사, 대형 쇼핑몰 등 120여개 건물 내에서 5G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시설 공동구축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연말께나 실내 5G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5G 가입자 100만명 돌파는 내실 있는 서비스 덕이 아니라고 본다. 그 이면에는 초기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한 이통사들의 출혈경쟁이 있었다. 지난달 10일 119만원대에 출시된 LG전자의 첫 5G폰 LG V50 ThinQ(씽큐)는 출시 첫 주말부터 일부 판매처에서 가격이 0원으로 떨어지는 꽁짜폰으로 풀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빵집’(실구매가가 0원인 곳은 의미하는 은어)의 좌표를 알려주는 게시물이 활개를 쳤다. 심지어 구매자가 돈을 돌려받는 페이백까지 등장해 불법보조금 논란이 일었다. 5G폰에 대한 불법보조금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로 시장은 다소 안정화를 찾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5G폰 지원금은 LTE폰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기자의 지인 역시 요금제와 통신 속도 문제와는 별개로 단말기 가격에 매력을 느껴 5G폰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통 3사는 서로 5G 속도를 두고 ‘누가 더 빠른가’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요약하면 LG유플러스가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앱) ‘벤치비’로 측정한 결과 서울 주요지역 50곳 중 40곳에서 자사 5G 속도라 1등을 기록했다고 홍보에 나서자 KT와 SK텔레콤이 “인정할 수 없다”며 발끈한 것이다. 5G 품질에 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 이같은 언쟁은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도토리 키재기’다. 최근 업계에서는 올 연말 5G 가입자가 5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5G폰 신제품이 줄줄이 출격하고 통신사들이 공언한 커버리지 확대 시기와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로 인해 가입자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의 5G가 올 연말까지 500만명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다. 당장 이용자들의 불편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새로운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5G 통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용화 이전부터 어느정도 정보도 받아보고 기사를 작성하며 관심있게 살펴본 기자 입장에서도 5G는 아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완성되지 않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5G를 주제로한 대화가 끝날 무렵 지인이 기자에게 물어봤다. “5G폰으로 바꿀 생각 있어?”라고. 기자가 5G 잘 터지냐고 질문했을 때 돌아왔던 대답처럼 “아니”라고 말했다.
  • [기자수첩] “규제는 강하고 지원은 약하고”…기업하기 안좋은 나라 한국
  • 최한결 기자|2019-06-18
  • 최근 나빠진 경제지표들과 기업들의 경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뿐만 아니라 밴처, 창업 기업들도 정부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지수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5월 잔산업 업황 BSI는 73으로 전월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전국 3172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다. 이 지수가 100이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긍정 기업보다 많은 것이고, 100 이상은 그의 반대로 경기를 낙관하는 기업이 비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협회의 정책담당자들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정책 지원수준은 낮고 규제강도는 높다. 지난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간담회를 개최해 한국과 주요국의 정책지원 및 정부규제를 비교·조사했다. 한국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 결과, 정책지원에서는 중국 123, 미국 118, 독일·일본 110이었고, 정부규제 강도에서는 중국 80, 미국·독일 90, 일본 96이었다. 조사 분야는 블록체인, 바이오, 사물인터넷, 우주기술, 3D프린팅, 드론,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VR·AR) 등 9개다. 정책지원에선 중국이 전 분야에서 앞섰다. 한국이 100일 때 중국은 신재생에너지·AI 140, 3D프린팅·드론·바이오 130, 블록체인·IoT·우주기술·VR/AR 110이다. 정부규제 강도는 7개 분야가 중국이 더 약했고 2개는 비슷했다. 중국은 3D프린팅·신재생에너지· AI 60, 바이오 70, IoT·우주기술·VR/AR 90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육성 환경에서 중국이 가장 앞서고, 한국이 가장 뒤 처진 것으로 보인다"며 “’초연결’ 시대에 들어선 지금 분야를 가리지 않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보통 규제를 생각하면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의 규제가 더 강할 것이란 선입견은 오히려 이런 자료를 통해 사라지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경제 지표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해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라며 “앞으로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부진은 완화될 것이지만 성장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한국 경제를 판단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 브렉시트, 홍콩 시위, 화웨이 국가 안보 위협 이슈, 세계교역량 위축, 수출 감소, 반도체 D램 등의 부진 등 경제 성장에 안좋은 소식만 즐비하다. 심지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유발된 금융위기 시절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0.3%)을 보여준 바 있다. 1분기 수출은 2.6% 감소하며 지난해 4분기(-1.5%)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말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올 2월부터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LCD(액정표시장치) 등 다른 주력 수출품목들이 부진세를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중국 경기 둔화로 대중 수출이 급감한 영향도 작용했다. 투자 역시 위축된 상태다. 설비투자가 전분기대비 -10.8% 감소하며 지난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에서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였다. 규제에 관해선 비단 이번 정권의 문제만은 아닌 점은 한국의 한계점을 보여준다. 매해마다 대통령이 다를때마다 “규제 완화”, “정부 지원”등의 키워드는 항상 들린다. 이번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추가한 것에 대해 큰 파장이 일었다. 판교에 위치한 모바일 게임 개발, 유통을 책임지는 게임사에 근무중인 박 모씨(39)는 “WHO의 판단이 있기 전에도 게임사들은 게임중독법, 청소년 강제 셧다운제 등으로 오랫동안 규제받아왔다”며 “비단 게임사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는 만화책이 공격의 대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국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이미 기존의 한국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은데다 이제 규제를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하나 더 생겼으니 고민”이라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에서 E스포츠 경기도 관람하고, 문화관광체육부가 WHO 질병코드 관련 이슈에 대해 게임업계를 보호하겠단 자세를 취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경영에 대해 규제를 보다 완화해 창업 벤처 기업들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해야 할 때다.
  •  
     
     
    투데이코리아(http://www.todaykorea.co.kr)ㅣ등록번호 : 서울아 00214ㅣ등록일자 : 2006년 6월 12일
    제호 : 투데이코리아ㅣ사업자등록번호 : 254-86-00111
    발행인 : 민은경ㅣ편집인 : 김충식ㅣ주필 : 박현채ㅣ논설주간 : 권순직
    발행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 310 유니온센터 1502호ㅣ발행일자 : 2006년 9월 15일
    대표전화 : 0707-178-3820ㅣ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웅
    Copyright ⓒ 2006 투데이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ostmaster@todaykorea.co.kr
    투데이코리아 ::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