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로 또 한 번 좌절… ‘정부 실정’ 등으로 연말 재기 도모

▲ 자유한국당 로고.


[투데이코리아=이준호 기자] 올 한 해도 여의도는 ‘분쟁지역’이었다. 여야 간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협력과 반목이 이어졌다. 그러나 연말에는 급격한 경제악화 등 영향으로 민심이 돌아서자 야당은 정부·여당에 맞서 ‘빅 텐트’를 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그 뿌리를 둔 유서 깊은 정당이다.


한국당은 1951년 창당된 자유당 계보인 민주정의당,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상도동계가 이끈 통일민주당,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신민주공화당 간 ‘3당 합당’으로 탄생했다. 대한민국 정치는 이 한국당과 3당 합당에 반발해 탈당한 민주당계에 의한 ‘양당(兩黨)정치’로 견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는 청와대 주인을 배출한 당당한 여당으로서, 때로는 야성(野性)의 야당으로서 여의도를 지켜온 한국당의 지난 1년간 행적을 되짚어본다.


▲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하는 당 지도부와 후보들.


‘전국구’에서 ‘TK자민련’으로


올 한 해 여의도의 최대 관심사는 ‘6.13지방선거’였다. 누가 더 큰 ‘영토’를 장악할 것인가, 상대의 ‘안방’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여부를 두고 여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포문을 연 건 제1야당 한국당이다. 일각에서 ‘정치보복’ 아니냐는 의혹을 산 검찰 수사망이 옥죄어 들어오는 가운데에서도 한국당은 탈당파 ‘복당’ 러시로 세를 불렸다. 1월9일 김세연 의원은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친정 한국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달 16일에는 박인숙 의원이 복당했다.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10일 홍준표 당시 대표는 충남도당, 대전시당을 방문해 “문재인정부가 여전히 북한을 주적(主敵)이라 똑바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남지사 출신인 홍 대표는 밀양화재와 관련해 ‘책임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직 약 5달이 남았지만 한국당은 1월부터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1월31일 공천에서 여성, 청년, 정치신인에게 최대 30% 가산점을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하고 당협위원장 24명을 신임했다.


2월에는 희소식도 들렸다. 9일 이명박(MB) 전 대통령 계열인 늘푸른한국당이 당을 해산하고 한국당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북정책 공세도 지속돼 24~25일에는 당 지도부가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방남(訪南)에 항의해 통일대교 시위를 벌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내홍도 가시화됐다. 3월22일 나경원, 이주영, 유기준, 정우택 의원 등 중진들은 홍 대표의 당 운영이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26일에는 서울시장 전략공천에 반발한 김정기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에 대한 제명이 언급됐다.


31일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경남지사 후보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충남지사에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환영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 ‘뉴페이스 발탁 실패’ 등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지방선거 흐름도 전반적으로 한국당에 불리하게 전개됐다. 4월6일 한국당 출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탄핵정국’의 기억이 다시금 적잖은 국민들 사이에 떠오르면서 자연히 한국당에 대한 비난여론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국당은 이른바 ‘셀프 디스’로 대응했다. ‘드루킹 게이트’와 관련해 당 의석 세팅을 교체하면서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문구를 적어넣었다. 비난을 피하지 못할 바에야 과오를 순순히 인정하면서 민주당도 과거의 한국당과 다름 없는 상황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같은달 한국당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경선이 마무리됐다. 대구시장 후보에는 권영진 전 의원이, 경북지사 후보에는 이철우 전 의원이 각각 선정됐다. 25일에는 6.13지방선거 슬로건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로 확정됐다.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당에 대한 일각의 포문도 거세졌다. 홍 대표에게는 ‘막말’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홍 대표가 입만 열면 그에 대한 평가에 ‘막말’이라는 수식어가 달렸으며 이에 당내에서도 홍 대표가 입 다물고 있는 게 지방선거를 돕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설상가상 5월1일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홍 대표에게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했다. 홍 대표는 “돈 없으니 잡아가라”고 응수했다. ‘사이다 발언’ ‘당대표로서의 품격 제로’ 등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이튿날에는 홍 대표가 경남 창원 한국당 지방선거 필승대회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시위하던 민중당 당원들을 보고 “원래 창원에는 빨갱이가 많다”고 말해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안상수 의원은 ‘당대표가 교양이 없다’며 홍 대표 사퇴를 공식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창원 현지 여론에는 반(反)한국당 정서가 급격히 형성됐다. 실제로 후일 선거 투표 결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당선되는 결과를 야기했다.


같은달 5일에는 단식농성 중이던 김성태 원내대표가 괴한에게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관심이 그쪽으로 쏠렸다. 한국당은 가해자가 민주당 당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여론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민주당이 ‘기습적인’ 2차 남북정상회담을 실시하면서 주도권을 다시 빼앗겼다.


6월 들어서도 홍 대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기야 3일에는 홍 대표가 공식적 선거유세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부 지방선거 후보가 지원유세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중단 5일만인 8일 지원유세를 재개하면서 김문수 경기지사가 ‘안 하는 것 아니었나’라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유세재개 당일 한국당에서는 ‘창원 빨갱이’ 발언에 버금가는 악재가 터졌다. 정태옥 대변인이 전날 YTN에 출연해 “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고 말한 게 드러난 것이다. 정 대변인은 직에서 사퇴했지만 이미 지방선거 정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 마치 ‘기획이라도 한 듯’ 지방선거 하루 전날 이뤄진 미북(美北)정상회담은 지방선거에 결정타를 날렸다.


6.13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말 그대로 ‘처참하게’ 망했다. TK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대부분을 민주당이 석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 TK와 함께 한국당 안방 격으로 여겨졌던 부산경남(PK)도 민주당에게 넘어갔다. 부산시장에는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경남지사에는 같은당 김경수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한국당은 ‘TK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신세를 맞았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진다며 투표 이튿날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7월에는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정의당과 동률을 기록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


재기 발판 마련하다


그러나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한국당은 김병준 비대위를 출범시키면서 자정(自淨)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들어 급격히 악화되는 각종 경제지표들도 한국당에 호재로 작용했다. 8월16일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0.1%로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7.0%로 하락세를 보였다.


9월 심재철 의원의 청와대 비위 관련 공방에 이어 10월에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이 완료되면서 ‘수술’이 시작됐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면서 여론환기에 나섰다. 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공세를 가했다.


시련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고질병인 계파싸움은 여전했다. 같은달 31일 홍문종 의원은 김 원내대표 등 복당파를 겨냥해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조용한’ 계파싸움이 이뤄지는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저잣거리 싸움’을 벌이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11월부터는 내년 초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와 관련해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7일 복당파 수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당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의식한 듯 “탄핵은 국민의 82%, 새누리당 의원 62명이 찬성했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9일에는 ‘태극기 포용’을 언급한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전격해임됐다. 29일에는 복당파 당대표 후보 하마평에 오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국당에 복귀했다.


12월은 한국당이 ‘부활’ 조짐을 보인 한 달이었다.


지속되는 경기한파 영향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5%. 상세사항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5%)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문 대통령 집권 약 1년반만에 찾아온 ‘데드크로스’였다.


탄핵정국 등 영향으로 흩어졌던 보수층과 중도층은 한국당으로 몰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달 26일부터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 7.7%. 상세사항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탄핵정국 이후 처음으로 25%선을 돌파한 26.4%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한국당이 ‘TK자민련’에서 벗어나 다시금 민주당과 쌍벽을 이루는 양당(兩黨)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처럼 대한민국 건국 때부터 나라와 호흡해온 한국당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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