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과 이순자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지난 1일 극우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전두환 씨의 부인 이순자에 대해 여야는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었다.


2일 여당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 발언에 대해 "경거망동 마라. 국민이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마저 농락하지 마라.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각종 법안을 애써 외면하는 자유한국당에게도 묻는다. 같은 생각인가?이순자 씨 말에 동조하는가?"라며 "전두환을 비롯한 5.18 범죄자에 의한 역사모독, 피해자 모독 발언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범죄자들과 그 비호세력의 세 치 혀에서 나온 말들은 피해자들에게는 또다시 그해 오월의 총칼이 되어 상처를 할퀴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입장을 밝히라.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하여 국회에 부여된 책무를 이행하고 역사적 진실을 명확히 하는 것만이 경거망동한 반역사적 발언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출석한 설훈 최고의원은 과거 전두환 군부정권 당시 당한 피해를 떠올리며 이번 망언을 규탄했다. 설 의원은 "새해 벽두에 덕담이 오가야 할 상황인데 그러지 못하고 분노의 이야기를 쏟아내게 된 데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다.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씨가 지난 1일 인터넷 보수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아버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 생각한다”며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실성에 가까운 망언을 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이지만 해괴망측한 이런 발언들이 여과 없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두환의 만행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광주 5.18민주화운동으로 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어갔고, 유가족들은 수십년의 세월동안 그리고 지금도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역사의 단죄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 당사자가 감히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실성에 가까운 발언을 내뱉은 사실에 광주항쟁의 원혼들을 대신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신군부가 공군기를 출격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상황, 군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서 사격한 사실,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해 어린 여고생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성폭행과 성고문이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 등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순자씨는 전두환이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을 하며 이 같은 사실도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헬기 총격은 미국인 목사와 조비오 신부가 고의로 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전두환이 남긴 공을 내세우며 선처까지 호소했다"며 "인간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 같은 발언을 해서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일 수도 없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재판정에 나와 역사 앞에 석고대죄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발언을 일삼는 괴수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마지막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80년 소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죽음의 고통을 당하는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감옥에 있으면서 숱한 저주의 나날을 보냈다. 그것이 결국 나 자신에게 해롭다는 것을 알고 용서하고자 했다. 용서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그 용서가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때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다. 많은 국민들이 용서했던 그 사실에 대해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용서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용서를 내린 결정을 후회하기도 하였다.


민주평화당의 김정현 대변인 역시 이순자씨의 망언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기가 막힌다. 해외토픽에 나올 일이다. 전두환이 민주주의 아버지라니 신년 벽두에 이 무슨 망언인가. 용납할 수 없는 작태다. 5.18진상규명에 앞장서서 협조해도 모자랄 판에 5.18단체들과 광주시민을 정면으로 모욕했다. 5.18과 한국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5.18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데 더욱 진상규명작업이 절실해졌다. 자유한국당은 5.18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고, 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을 상대로 온갖 만행을 자행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이 변함없는 뻔뻔함은 따를 자가 없음이 분명하다. 함부로 민주주의 운운하지 말라. 참회와 속죄로 성실히 (사자 명예훼손) 재판에 임하라”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 역시 “자기 최면도 이만하면 병이다. 뻔뻔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며 “전씨는 광주 영령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바에야 전씨 부부는 그 입 다물고 더 이상의 망발을 멈추기 바란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하지만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 발언에 대해 아직까지도 공식 논평을 비롯한 어떠한 논평도 내지 않고 있어 언론계를 비롯해 시민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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