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2019 신년 벽두부터 정치권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행보에 온통 조용할 날이 없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하 신 씨)은 지난해 12월 30일 유투브를 통해 KT&G의 백복인 사장을 교체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주장과 청와대가 정무적 이유로 국채발행을 강요했다는 주장을 연달아 내세웠고 1월 2일엔 직접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청와대가 지난 박근혜 정부의 나라 빚이 많아 보이게 하려고 적자국채를 더 발행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기자회견 뒤 기획재정부는 신 씨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며 사실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해명했고, 이어 신 씨가 기재부의 문서와 기재부 직원들과 나눈 대화를 퍼뜨린 것을 문제삼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 조치했다,


기재부의 검찰 고발 소식이 있던 다음날인 1월3일 오전 8시 20분경 신 씨는 돌연 자신이 활동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서를 올리고는 잠적을 해버렸고 경찰청은 서울시 관할서 전체에 비상 추적 명령을 내려 오전 내내 서울시 전역에서 신 씨의 행방을 찾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12시 40분경 관악경찰서는 신 씨가 남긴 유서글의 IP를 추적하여 신 씨의 위치를 파악했고, 이어 신 씨는 자택에서 멀지 않은 한 모텔 객실에서 자살을 기도하다 실패한 채 들이닥친 경찰과 구급대원에 의해 보라매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 되어 자살 소동은 일단락 되었다.

신재민의 주장은 사실일까?

일단 신 씨가 크게 주장하는 부분은 기재부의 결정에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과, 2017년 말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가 기재부 쪽에 바이백 취소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우선 청와대 외압설과 관련된것에 대해선 공직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신 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신 씨가 근무한 기획 재정부는 국가 부처이고 곧 정부 최고 기관인 청와대의 정책 결정을 따르는 부처이므로 청와대가 기재부에 연락을 하고 지시를 내린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 씨 말대로 기획재정부가 알아서 국가재정을 판단하고 처리할 것이라면 청와대는 왜 존재해야 하며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왜 존재 해야하는 것인지 신 씨의 주장은 납득이 안되는 주장인 것이다.


이어 신 씨가 주장한 ‘적자국채’에 대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사회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이 적자국채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총수는 “신 씨의 주장은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첫해인 2017년에 초과세수가 되어 세금이 많이 걷혔다, 나라의 돈이 남았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적재국채를 발행했다. 일부러 빛을 낼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더 잘못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속셈이 숨어있다는 주장이다”며 "이 같은 신씨의 주장은 엉터리"라고 밝혔다.


김 총수는 "우선 2017년 5월에야 시작이 된 문재인 정부다. 신 씨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박근혜 정부가 대선전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 직무정지가 되었다. 곧 2017년은 박근혜 정부 시스템이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던 해"라며 "촛불 시민들에 의해 역사의 죄인으로 평가 받은 박근혜 정부를 굳이 문재인 정부가 깍아내릴 이유가 하등 없으며 박근혜 정부를 더 나쁘게 만들기 위해 임기 첫해에 스스로 국가의 채무비율을 더 나쁘게 했단 소리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봐야 국가채무 비율은 0.2% 증가할 뿐이며 이는 문재인 정부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초과세수 주장에 대해선 "정부는 장사를 하는 기업이 아니며 다음 해에 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면 일부러 적자재정을 펼치기도 한다"며 "초과세수를 가지고는 국채를 먼저 갚을지 다른일에 쓸지는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라고 신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미국 역시 이를 위해 국채 규모를 유지하며 각국 정부 역시 이를 적정히 판단해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 씨가 문제 삼은 바이백은 채권 만기 이전에 이를 다시 사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정부나 기업이 3년 동안 빚을 갚기로 한 내용의 채권을 발행한 다음에, 이를 2년 만에 사들여서 빚을 줄이거나 청산하는 것이다.



▲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 본부장의 입장문 (출처=차 본부장 SNS 발췌)


바이백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는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전 금융결제국장)이 반박을 하고 나섰다. 차 본부장은 과거 바이백 제도를 도입한 사람중의 하나로 알려졌으며 자신의 SNS통해 신 씨의 주장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


차 본부장은 “가짜뉴스를 바로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글을 쓴다”면서 “바이백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전에 되사는 조치인데 보통은 바이백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함. 따라서 바이백을 취소하건 취소하지 않건, 국가 채무비율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바이백을 하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채권업자들이 오래된 국채보다는 새 국채를 좋아한다. 오래된 국채는 주로 보험사들이 갖고 있어 유통이 잘 안되고 거래를 중개하는 채권업자들은 항상 새 국채를 좋아한다. 하지만 채권업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3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다고 2년 만에 바이백 할 경우에는 국가채무의 실질만기가 짧아 지기에 이는 정부가 불필요, 무계획 하게 고금리로 장기자금을 조달한 의미가 된다”며 “만일 바이백을 자주 실시한다면 2017년 11월 바이백을 갑자기 취소한 것이 아니라 그간 자주 실시했다는것에 대해 감사원이 기재부 국고국을 대대적으로 감사할 대상(신재민 전 사무관 포함)”이라고 주장했다.


차 본부장은 “결론적으로 바이백은 채권시장 관계자의 관심을 사기위한 실무자 차원에서의 포퓰리즘일뿐이며 국가 채무비율논쟁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다”며 “신재민 사무관이 자기일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걸로 보이며 유능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 김동연 전 부총리가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출처= 김동연 페이스북 발췌)

이어 신 씨가 재직할 당시 주무부처의 장관이었던 김동연 전 부총리는 신 씨가 자살에 실패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신 씨에게 “절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해선 안된다”며 “공직을 떠났지만 앞으로 어떤일을 하든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할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청년”이라며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 전 부총리는 신 씨가 주장한 청와대 외압설에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 어느 한 국(局)이나 과(課)에서 다루거나 결정할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러 측면, 그리고 여러 국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다”며 “최근 제기된 이슈들도 국채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 채무, 거시경제 운영, 다음 해와 그다음 해 예산 편성과 세수 전망, 재정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국고국뿐 아니라 거시, 세수,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의 의견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국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 충정도 이해가 된다.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도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한 적은 결단코 없다.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다. 부처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특정 실·국의 의견이 부처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부처의 의견이 모두 정부 전체의 공식 입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이다”라고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상세히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에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빨리 이번 논란이 매듭지어지고 민생과 일자리, 그리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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