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농사 경력 30년 베테랑 농민, "트렉터로 뭉개야 보상금이라도 받지"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농축산식품부는 무와 배추값이 폭락함에 따라 ‘공급과잉’ 배추‧무 선제적 시장격리‧감축 조치하겠다고 지난 달 27일 밝혔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안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새해 배춧값은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1일 현재 1kg 당 배추가는 350원, 최저가는 250원을 기록했다.


▲ 최근 일주일 간 배추가격 추이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또한 과잉 공급에 땀을려 재배한 배추를 갈아 엎는 사태가 지방 곳곳에서 발생했다.


기자는 이틀 전 배추 산지폐기를 결정한 전남 영암군에서 수십년 간 배추농사를 지어온 한 농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산지폐기 중인 배추밭
Q. 지난 9일 배추 산지폐기를 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땀흘려 지은 배추를 갈아엎으셨다니 참 가슴 아프셨겠습니다.


A. 농민들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정부에서 농민들에 대한 대책을 안세워 주니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 정책 자체가 농민들 생산자보다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농산물가가 오르면 매스컴에서 때리고 정부가 수입농산물 들여버리니 정말 힘듭니다. 산지폐기를 해도 기껏해야 폐기비용 몇푼 트렉터 기름값 정도 보상해주는게 현실입니다.

Q. 한때 ‘금추’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배추는 값 비싼 품목 이였습니다. 그때는 좀 여건이 좋았나요?


A. 우리 농민들은 추석, 설명절에 평소에 안 보던 핸드폰을 들여다봐요. '금추, 채소 값 폭등'기사들 보면서 우리끼리 모여서 깔깔 거리며 봐요.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똑같이 몇 푼 안되는데 사람들 댓글이 어찌나 웃기던지 "채소 값이 이렇게 비싼데 농민들은 왜 이렇게 찡찡대냐"는 기사댓글을 보고 참 유통구조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채소가 올라봐야 유통업자가 등락률에 따라 유통비를 올려 버리니 농민 손에 들어오는 돈은 똑같이 몇 푼 안되는데 국민들은 우리가 떼쓴다고 생각하죠.


Q. 다른 품종에 비해 가격등락률이 커 위험성이 크다는 말이 많은데 왜 많은 농민들은 배추 농사를 선호하나요?


A. 누구는 하고 싶어서 하나요? 무는 요즘 소비자들이 황토무라고 해서 무뿌리만 보고 사요. 좋은 땅도 아닌 일반 밭에서는 그냥 무난한게 배추라 '울며 겨자먹기'로 농사짓는 겁니다.

Q. 농식품부 및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내가 일군 밭을 트렉터로 짓밟아야 보상금을 주는 정부에게 부탁합니다. 우리 농민들은 농작물이 안팔리는 것도 서러운데 트렉터로 밀면서 한 번 더 울어야 합니다. 불쌍한 농민 두번 울리지 마시고 무엇이 문제인지 굽어 살펴주세요. 우리는 바라는거 없고 그저 농민을 관리와 대응의 대상이 아닌 같은 국민으로 봐줬으면 합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상황에 따른 공급량 조절로 수급․가격 안정화, 배추가격안정제를 통한 출하정지 8천톤, 지자체 자체 산지폐기 9천톤, 산지유통인 자율감축 2천톤 등 총 19천톤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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