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시장 ICT 기자단, "골목까지 대기업 전성시대, 적극적인 청년수혈 있어야 전통시장 활로 열려"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대기업 전성시대 2019년, 이제는 골목까지 대기업의 영역이 됐다.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여러 대기업의 깃발들이 골목마다 펄럭인다.


4차 산업의 바람이 거세다. 카풀 서비스 도입으로 인한 벼랑 끝 택시업계, 각종 시설 무인화로 인한 단순노무직의 실직 등 새롭게 변화하거나 혁신에 실패한 구체제는 쓸쓸한 퇴장을 맞고 있다.


작금의 전통시장도 대형마트와 문어발식 프렌차이즈 유통업계에 밀려 조선시대 보부상이 사라졌듯이 소리없이 시대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될 수도 있다.


▲ 정릉시장 내 위치한 개울장

4차 산업의 매서운 바람에 무너져가는 전통시장의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청년들과 똘똘 뭉쳐 자신만의 활로를 찾아나가는 시장이 있었다.바로 서울 서북권에 위치한 정릉시장이다.


정릉시장은 인근 대학생들과 협력해 기존의 지저분하고 낙후된 전통시장의 이미지에서 탈피, 청년 기자단을 통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홍보도 진행하며 지역시장의 명맥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간 대기업이나 프렌차이즈의 마케팅 전유물인 'SNS'를 전통시장이 활용하는 일은 드물었다. 특히 인근 대학생들로 꾸려진 'ICT(정보통신기술) 기자단'도 대학재단의 주선 없이 학생이 주체가 돼 시장과 호흡한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였다.


요즘 대기업 서포터즈 활동 및 국가기관, 공공기관 인턴같은 정형화되고 스펙활용도가 보장된 포지션도 많은데 왜 시장 기자단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자단 학생들은 웃으며 "시장의 매력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편안하고 안전한 스펙 쌓기에 모두가 열중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시장 현안 토의 중인 ICT기자단

국민대학교 법학부에 재학 중인 김남균(남·27)씨는 같은 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과 ‘열정’으로 뭉쳐 이번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남균 씨를 포함해 오지웅(남·24)씨, 이수연(여·21)씨 등 많은 청년들은 발길 끊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 개인적으로 스펙 준비, 공부할 시간을 할애했다.

이들은 전통시장이 활기를 띌 수 있는 방안들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왔다고 말한다. 직접 방문, 상인과의 대화, 방문후기 기사작성 등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시장을 살리겠다는 일념 아래 고군분투 해왔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본 기자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릉시장 ICT기자단 한 사람 씩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정릉시장 ICT 기자단(왼쪽부터 김남균, 오지웅, 이수연)

Q: 청년으로서 마을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방법은 무엇인가요?


김남균: 마을공동체 활동, 주민자치회 등에 청년으로서 참여하면서 마을지역경제의 한 주체로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또한 해당 지자체에서 마련하고 있는 청년창업 지원정책, 일자리정책 등에 관심을 갖고 정책의 수혜자로서, 그리고 청년주체로서 정책개선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이수연: 대학생의 신분으로서 사실 거창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겠지만, 정릉시장 청년서포터즈처럼 지역전통시장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는 방법도 있고 먼저 스스로 지역전통시장을 이용하면서 주위 친구들에게 알리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지웅: 나부터 전통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직접 찾아가고 시장만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청년으로서 시장을 익숙하게 이용하는 구성원이 되고, 그 뒤에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적응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Q: 4차 산업 바람이 부는 현 시점에서 전통시장의 활로에 대한 본인 생각은?


김남균: 대기업자본의 대형마트가 상권을 잠식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전통시장이 어느정도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적극적인 지원활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 바람 속에서도 전통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그리고 지켜져야 할 가치가 충분한 역사와 전통문화, 사람공동체의 활기를 더욱 깊어지게 하고 대중에 알릴 수 있도록 그 지원정책과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입니다.


이수연: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전통시장도 그에 따라 조금은 변화된다면, 지금보다 전통시장이 살아날 것 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전통시장만의 장점과 매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지웅: 최근 시행된 제로페이처럼, 정형화 시스템에 대항할 수 있는, 개인이 사용하기 간편한 기술들이 특히 전통시장에 접목되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홍보 방식과 채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들이 전통시장의 매력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적용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현실적인 전통 시장의 고충은 무엇인가요?


김남균: 대기업자본의 골목상권 진출 또한 주요한 고충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보다 현실적으로는 전통시장의 고유한 매력을 가꾸고 또 재생산하며 지켜나갈 주체, 그것을 향유하고 소비할 새로운 주체가 부실하다는 점이 큽니다. 대기업자본이 골목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정부가 개입해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식의 문제해결은 어렵고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시장 고유의 가치를 발굴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릉시장의 개울장과 같은 프리마켓 사업을 생각해보면, 시장에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시키고 전통시장을 알리며 정릉시장의 새로운 매력을 그려냈다는 큰 성과를 가지고 있지만, 지자체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줄어들거나 끊길 수 있다는 위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운영주체의 안정을 기할 수가 없습니다. 전통시장의 활기를 주입하고 문화예술적 가치를 발굴해내는 민간사업주체들의 안정된 사업활동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수연: 아무래도 홈플러스나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많이 분포돼 있고, 그런 대형마트에서는 다양한 상품들을 한 곳에 모아 팔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전통시장에 잘 오지 않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오지웅: 온라인 홍보수단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입니다. 대형 마트와 같이 판매와 구매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야기들이 모여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인데, 단순히 상품을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는 등 전통시장의 매력과 특색을 홍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큰 고충이라고 생각됩니다.

Q:앞으로 정릉시장을 통해 배운 점을 중심으로 한 활동계획이 있다면?


김남균: 국민대학교를 다니며 정릉시장 이 곧 놀이터이자 일상의 터전이었던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정릉시장에 개인적인 애정이 깊고 그 속에 담긴 추억도 많습니다. 정릉시장을 지키고 활성화에 앞장서는 것은 곧 제 추억을 지키고 제 삶을 가꾸는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대학에서 학생대표자로 활동하며 지역에 대한 관심과 경험, 문제의식을 쌓은만큼 앞으로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학생들, 그리고 지역청년들과 정릉시장 사이의 젊은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정릉시장의 활성화 방안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은 지역청년들이 더 많이 유입되어 젊어지고 활기를 띄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수연: 이제 4학년에 올라가는데 정릉에서 계속 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정릉시장 청년서포터즈로 계속 활동하고 싶습니다. 또한 로스쿨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바둑대회도 꾸준히 참가할 것입니다.


오지웅: 현재 정릉시장 청년 서포터즈 ICT 기자단에서 일하면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을 씨앗 삼아 전통 시장의 가치와 매력을 전파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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