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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역사의 사각지대’ 아프리카가 주는 교훈

    유럽 상대 ‘노예무역’으로 부흥… ‘인권팔이 독재자’ 등 신음
    기사입력 2019.01.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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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jpg▲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총면적 3천36만㎢’ ‘수에즈운하’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 아프리카의 역사는 아시아,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베일에 싸여 있다. 고대에는 이집트문명 등 세계를 주도하는 지역 중 하나였으나 근대 들어서는 국제사회에서 소외된 탓이 크다.

    학계 정설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인류의 ‘고향’이다. 수백만년 전 인류는 이곳에서 둔부비대증 즉 ‘엉덩이 근육’이 발달한 탓에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일어섰다. 이족보행을 하게 됨에 따라 앞발 즉 두 손으로 각종 도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됐으며 이는 ‘불의 발견’ ‘농사’ 등 혁명으로 이어졌다.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180만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났다. 중국, 동남아, 유럽 등에서는 약 50만년 전 인간 거주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대 인류의 조상이 탄생한 건 약 4만~5만년 전이다. 이들은 빙하시대를 이겨내고 멀리 아메리카 대륙으로까지 이주하는 과정에서 황인, 백인 등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돌연변이’ 하면 어감이 이상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류의 피부색은 본시 ‘검은 색’이었다. 유럽인들도 원래는 ‘검은 피부’였다는 게 근래 학계에 의해 규명된 바 있다.

    유럽에서 흰 피부가 등장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7000년 전이다. 인류 유전자 속에 내재 돼 있던 열성 돌연변이가 유럽에서는 비타민D를 흡수하기 좋은 우성 돌연변이가 돼 흰 피부가 ‘대세’가 된 것이다.

    한국인과 같은 황색 피부도 비타민D 흡수를 목적으로 동아시아, 북미대륙에서 대세가 됐다. 지금도 아프리카 흑인들 중에는 열성 돌연변이 유전자 즉 밝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심심찮게 태어나고 있다.

    황인, 백인, 북아프리카 흑인은 ‘같은 조상’을 둔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하라사막 이남의 흑인들은 이들과 다소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황인 등의 몸 속에는 현생인류 즉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와의 생존경쟁에 패해 ‘멸종’한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의 ‘피’가 섞여 흐르고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슬프게도 ‘복부비만’이 바로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대표적 ‘유산’이다.

    그러나 지구 각지로 뻗어나간 타 인종들과 달리 사하라사막 이남에 고립돼 살던 중·남아프리카 흑인들에게서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들이 훗날 백인 등 ‘다문화’ 인류에게 ‘정복’당한 점을 감안하면 과한 순혈주의가 좋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2.png▲ 가진 게 ‘돈’ 밖에 없었던 만사 무사(Mansa Musa).
     

    ‘교역과 황금의 땅’ 아프리카

    아무튼 아프리카에서는 ‘인류의 발원지’답게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가 탄생했다. 1994년부터 본격 발굴된 터키 남동부의 초고대 유적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 등장으로 가장 오래된 문명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문명, 인더스(Indus) 문명, 황하(黃河) 문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집트(Egypt) 문명이 그것이다.

    이집트 1왕조가 등장한 건 ‘기원전 31세기’ 무렵이다. 기록에 의하면 나르메르(Narmer)라는 왕이 남북으로 나뉘었던 고대 이집트를 통합해 통일왕국을 이룩했다. 이후 카르타고(Carthago) 등 다수 국가가 우후죽순으로 건설됐으며 특히 카르타고는 지중해 패권을 두고 로마제국과 전쟁을 벌일 정도로 흥성했다.

    로마에게 패하기 전까지 카르타고는 세계 최고의 ‘해상왕국’이었다. 이들은 지중해 연안은 물론 사하라 이남과도 교역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국력도 강해 기원전 218~202년 벌어진 2차 포에니(Punic) 전쟁에서는 그 유명한 ‘한니발 바르카(Hannibal Barca)’가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로 진군하기도 했다.

    참고로 한니발 등 인명(人名)에 들어간 ‘바알(Baal)’은 본시 고대의 ‘풍요의 신’이었으나 기독교를 국교(國敎)로 받아들인 로마 등에 의해 훗날 ‘악마’로 탈바꿈한다. 바알을 악귀로 재평가 할 정도로 한니발의 카르타고가 로마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비록 아프리카는 카르타고의 3차 포네이 전쟁 패배 등 영향으로 인해 기독교 문명권에 편입되지만 중세에도 다수 왕국이 위세를 떨쳤다. 특이한 나라가 지금의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3세기 무렵 세워진 악숨(Aksum)왕국으로 이들은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약 20년이 지난 서기 333년 무렵 기독교를 받아들인다.

    악숨왕국은 십자군전쟁에 즈음해 유럽국가들과 접촉하게 되며 때문에 다수 ‘흑인 기사’들이 예루살렘 원정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장면은 2005년작 헐리웃영화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에서 짧게 묘사된다. 중세 백인의 전쟁을 다룬 영화에 뜬금없이 흑인이 등장한 건 ‘정치적 올바름’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훗날 이슬람을 수용하기 전까지 1000년 이상 기독교국가로 존재한다. 에티오피아의 전제군주제는 20세기 넘어서도 이어지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군을 격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6.25전쟁 때는 한국을 도와 파병하기도 했다.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assie. 1892~1974) 국왕이 1968년 방한(訪韓)할 정도로 에티오피아는 우리에게 있어서도 고마운 나라다.

    중세 아프리카에는 악숨왕국 외에 금값을 일시에 ‘똥값’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부유했던 말리(Mali)제국도 존재했다. 이 나라의 가장 유명한 인물이 14세기 초 재임한 ‘만사 무사(Mansa Musa)’ 왕으로 그의 재산은 현재가치로 환산했을 때 약 ‘453조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19년 기준으로 세계 1위 갑부인 제프 베이조스(Jeffrey Bezos) 아마존 CEO의 147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만사 무사의 재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800명’의 부인을 뒀던 그는 1324년 7월 메카(Mecca)로 성지순례를 떠나면서 빈자(貧者)에 대한 베풂이라는 이슬람의 가르침에 충실하기 위해 길가에 금을 마구 뿌려댔다. 특히 귀국길에서는 이집트 카이로(Cairo)에서만 무려 ‘11톤’의 금을 쏟아부었으며 덕분에 카이로의 금값은 이후 12년 간 폭락했다고 한다.

    3.jpg▲ 흑인노예를 끌고 가는 흑인병사들.
     

    ‘노예무역’ 도매상

    아프리카는 15세기 이후 유럽인이 도래하면서 이들을 상대로 ‘비즈니스’에 나선다. 다른 아닌 ‘흑인노예 무역’이다.

    아프리카인이 동족을 팔아넘겼다는데 충격받을 독자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한국에 만연한 ‘이분법적 기준’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당시 아프리카에는 동시대의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과 마찬가지로 많은 종족이 부족을 이루거나 나라를 세우고 살았다. 때문에 A부족(왕국)에게 있어서 B부족은 ‘동족’이 아닌 ‘남’이었다.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를 누리는 ‘다른 민족’이었다.

    아프리카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피부색의 동족이라는 논리대로라면 한국, 일본, 중국도 ‘동족’이 되며 영국, 프랑스도 ‘동족’이 된다. 무지한 서양인이 한국에 와서 “너희들 왜 동족(일본) 욕하니”라고 묻는 격이며, 무지한 동양인이 영국에 가서 “늬들 왜 프랑스 사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니”라고 묻는 격이다. 뒷골목에 조용히 호출돼 멍석말이 당하기 십상이다.

    로마제국 이후 아프리카에 정착지를 세우고 비슷한 시기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은 남·북미에서 노동력으로 부릴 노예를 필요로 하게 된다. 아프리카 유력 부족·국가들은 이같은 유럽인들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짐에 따라 주변 부족·국가를 정복하고 피정복민을 유럽인들에게 노예로 팔아넘겼다. 콩고(Congo)왕국의 은징가 은쿠와(Nzinga a Nkuwa. ?~1509)는 자신의 아들을 포르투갈에 유학 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자, 피해자를 특정하는 성향이 있지만 인간사에 영원한 피해자도, 영원한 가해자도 없다. 가깝게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을(乙)의 갑질’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게 인간세상이다. 노예무역의 책임을 무조건 유럽인들에게만 전가하면서 ‘제국의 갑질’로 단정하는 건 ‘한국은 미제(米帝) 식민지’를 주장하는 일부 이념·정치세력의 ‘반(反)서구 프로파간다’에 휘말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들 세력의 특징 중 하나가 ‘한국은 미제 식민지이므로 자주권을 지키는 북한이 진정한 우리 조국’이라는 논리다. 정작 북한은 소련 장교단이 김일성을 노골적으로 감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촬영됐을 정도로, 북한정권은 스스로를 ‘한민족’이 아닌 ‘김일성민족’으로 자처하고 있을 정도로 ‘자주권’ ‘한민족’과는 거리가 먼 족속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사람들은 북한정권은 ‘인권탄압·전쟁범죄자’로, 주민들은 ‘독재정권 피해자이자 우리 동족’으로 정확히 규정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무튼 그들 모두가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었던 아프리카인들은 노예무역을 통해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정복자 입장의 부족·국가는 노예를 판매하는 대신 유럽으로부터 머스킷(Musket)소총 등 ‘첨단무기’를 수입했다. 1526~1867년 사이 유럽인들에게 팔려나간 흑인은 1천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대다수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농업에 동원됐다.

    이들 노예가 아메리카 대륙 정확히 말하면 미국 남부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해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인권’이라는 개념이 확립되고 미 행정부에 의해 노예해방이 추진되자 남부 여러 주(州)들의 독립에 따른 남북전쟁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인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건 불과 100~200년 전이다. 그 이전에는 전세계 모든 종교·문화권에서 ‘피정복자는 노예’ 공식이 ‘상식’이었다. 인권이 당연시되고 또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오늘날과 그 시절을 동일시하면서 “서구 제국주의자들 나빠요”를 외치는 건 자신의 무지를 자랑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4.jpg▲ ‘인권’으로 집권해 ‘인권’을 말살한 로버트 무가베.
     

    ‘인권팔이’ 등 몰락으로

    이토록 융성한 아프리카이지만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시대 흐름’에 뒤쳐진 탓에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현실에 노출되고 만다.

    중세까지만 해도 유럽은 ‘빈민촌’이었다. 기원전 221년에 이미 다수 국가가 진(秦)나라의 기치 아래 하나로 통일돼 자급자족하면서 비단, 차(茶), 도자기 등을 유럽에 수출하던 중국 등 동아시아, 유럽에 노예를 독점공급하면서 부를 쌓던 아프리카 여러 왕국들과 달리 유럽은 이들에게 ‘구걸’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빈곤함’이 ‘생존본능’으로 이어져 나침반, 화약 등 선진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유럽인들은 기술에 기술을 접목해 발전시키면서 바다로 뻗어나가 대항해시대를 열었으며 마침내 ‘을의 설움’을 떨치고 ‘갑(甲)의 지위’에 올라서게 된다. ‘식민지 개척’이 그것이다.

    아시아는 열강 개입으로부터 약 100년만에 다시금 ‘갑의 지위’를 찾았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G2’이며 일본은 중국이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 ‘2인자’ 지위를 지켰다. 우리나라는 2017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며 이는 호주(13위), 스페인(14위), 네덜란드(18위), 스위스(20위), 스웨덴(23위), 노르웨이(29위), 덴마크(36위), 핀란드(43위), 포르투갈(47위) 등 소위 ‘서구열강’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혹자는 “그들이 순위가 낮은 건 인구가 적기 때문” “그들은 복지가 잘 된다” 등 반박을 펼치며 조국 폄하에 나서고 있지만 스페인만 해도 인구는 4644만명으로 우리와 비슷하다. ‘복지천국’ 핀란드의 2008년 청소년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기준으로 10만명 당 11.3명 수준이다. 한국(6.8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노키아(Nokia) 몰락 등 경제난 앞에 소득의 ‘절반’ 안팎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 청소년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조국을 쓸데없이 폄하할 필요는 없다.

    아시아와 달리 아프리카는 ‘영광’을 되찾지 못한다. 19세기 노예무역이 폐지되자 유럽은 산업화시대에 발맞춰 ‘광물자원’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기 시작한다. 프랑스, 영국이 선두에 섰으며 비록 약 한 세기 만에 아프리카 각 국은 독립하게 되지만 이전의 사회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저마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군벌 간 피비린내 나는 내전에 돌입한다. 군벌뿐만 아니라 다수 ‘인권운동가’ ‘독립운동가’들도 대통령 취임 후 ‘독재자’로 변모해 장기집권을 도모했다.

    ‘백인들의 압제’로부터 조국을 해방시킨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1924~)는 집권 후 ‘적폐청산’을 이유로 무리한 해외자본 철수를 요구해 경제를 파탄냈다. 일자리와 상품이 사라지자 그는 물자를 가진 자는 시장에 내다팔아야 한다고 강제했다. 한정된 자원이 고가에 유통되자 지폐를 마구 찍어댔으며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이 야기됐다. 무가베가 이제는 싼 값에 팔라고 윽박지르자 물건을 파는 사람들마저 도산해버렸다.

    그 결과 2002~2008년 짐바브웨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62%’를 기록했다. 그 와중에도 무가베는 주요 야당인사를 체포해 고문·암살하는가 하면 1980년대에는 반대파 부족 2만여명을 북한 지원을 받아 ‘학살’했다. 국민의 80%가 실업자가 됐지만 무가베는 수도 근교에 290억원 상당의 초호화별장을 짓는가 하면 2009년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초고가 양주 수천 병을 동원했다. 이같은 아프리카의 혼란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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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박현채 칼럼] 내년에도 어두운 한국경제
  • 박현채 주필|2019-12-13
  • 한국 경제가 2% 안팎의 저성장 함정에 빠져 내년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대대적인 재정살포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잠재성장률(2.5~2.6%)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석유파동이나 외환위기 등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집행 예산을 금년 내에 반드시 소진하도록 독려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이 가까스로 2% 선에 턱걸이하더라도 이는 한은이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1954년 이래 5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성장률이 이보다 낮았던 해는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2%) 등 네 번뿐이다. 제2차 석유파동(1980년), 외환위기(1998년), 금융위기(2009년) 등 하나같이 세계적 차원의 경제 충격이 있을 때 발생했다.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한다. 한은은 올해보다 높은 2.3%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S&amp;P 등도 2.1~2.3%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을 더 나쁘게 보는 기관들도 많다. LG경제연구원 등 일부 민간 경제연구기관들과 국가미래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8% 내외로 보고 있다. 외국 투자은행(IB)인 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와 모건스탠리도 올해 성장률을 1.8%로 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1.6%, 1.7%로 더 나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내년 성장률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대외경제 환경이 무척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내년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돼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이로 인해 내년 중반 이후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등으로 민간 소비도 증대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미·중 무역 갈등이 나아지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내년 역시 올해처럼 지지부진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은은 내년도 설비투자 증가율을 4.9%로 잡았다. 일부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올해의 -7.8%와 수출부진 등을 감안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였을 경우에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데도 이를 밑돈다는 것은 국가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불행하게도 한국 경제는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2.5% 아래에 머물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195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반영,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경제가 반세기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경제는 점차 선진화하면서 매년 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지 못해 고부가가치 기술이 부족한 상태이고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은 이제 우리 주력산업의 기술력을 턱밑까지 추격,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내년 40개 산업별 산업위험 전망’에 따르면 내년에 실적이 개선될 업종은 전무한 상태다. 주력산업의 조로현상과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가 한국 경제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출산ㆍ고령화 심화로 우수한 노동력 확보마저 쉽지 않아 잠재성장률도 2%대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니콘 기업 육성’과 ‘인공지능(AI) 국가’를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의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AI와 유니콘 기업 육성을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제도 정비 방안을 다음 주에 확정·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계획에는 차세대 AI 기술 확보, AI 기업 육성, 공공·민간 전 분야에서의 AI 활용 전면 확대, AI가 촉발하는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정비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 진행돼 AI가 제조업을 뒷받침할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김성기 칼럼] 패거리 정치에 밀려난 경제팀
  • 김성기 부회장|2019-12-10
  •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거나 이들과 가까운 인맥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조국 사태가 좀 잦아지는가 싶더니 그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감찰 무마 의혹에서 비롯된 곁가지 사건들이 파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둘러싼 무마 의혹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관련 첩보 처리에 비서진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 수색을 하기에 이르렀다. 금융위원회 재직 시 관련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출신 실세로 불리는 이호철 전 정무수석 등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주위 관계자들에게 “호철이 형 잘 아느냐”며 위세를 떨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송철호 현 울산시장 역시 문 대통령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관계를 자랑해왔다. 청와대의 감찰 무마 사건 수사에는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 정권의 실세나 측근으로 통하는 인물들이 정책 수행 등 국정운영과 인사, 감찰 등 각 방면에 어느 정도까지 깊숙이 개입해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청와대 비서실 전·현직을 중심으로 끈끈한 인맥을 형성해온 측근들은 문 대통령의 통치이념과 선거공약을 수행하는 과제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면서 정부와 여당 내에서 결집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 분야에서도 이들 측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이 2년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때 특정 인물들을 거명하며 저지른 비리를 보면 그 행세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제정책은 이념성향에 치우친 정치권의 간섭을 가급적 배제하면서 경제 관료와 학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국민에 미칠 부담과 효과를 분석, 검증하고 추진해야 마땅한 과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들을 보면 전문가와 관료들의 의견과 분석은 뒤로하고 비슷한 이념성향의 소집단과 시민단체들이 정권의 실세들을 중심으로 추진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히는 소득주도성장이 그러하고 탈원전 정책은 학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물론 국민부담과 여론까지 외면한 폭거로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취임 1년을 맞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성과를 본 정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수출과 내수 투자 등 경제 분야 전체에 걸친 성적이 부진할뿐더러 규제개혁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홍 부총리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혁신성장을 주장했지만 카풀서비스 확대는 ‘타다금지법’으로 제동이 걸렸다. 혁신성장 이름은 그럴 듯 했지만 성과를 낸 분야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경제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주요 정책을 주도하는 청와대에 밀려 경제장관들은 뒤치다꺼리나 실무를 챙기는 들러리에 머물러 있다. 홍 부총리와 경제장관들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 배경에는 권력 측근들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념이 주도하는 판도에서는 측근 실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느 정책도 추진력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청와대나 여당이 경제관료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구도에서는 경제정책이 제 위상을 찾기 어렵다. 홍 부총리에 대해 여당내에서 내년 4월 총선 차출설이 나오는 걸 보면 경제관료를 보는 시각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장기판의 말이나 패거리를 위한 행동대원 정도라 할까. 그래도 경제가 잘 나가던 시기를 회상하면 대통령이 경제관료와 참모의 전문성을 인정해 정치권의 간여를 차단하고 직접 힘을 실어 준 정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정희 정부의 오원철 경제수석과 전두환 정부의 ‘경제 대통령’ 김재익 수석은 기술관료의 전문성을 살려 성공한 사례로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경제분야라 해도 현실적으로 정치논리를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겠으나 최소한 정치권의 패거리 인식이 경제를 뒷걸음치게 하는 만용은 없어야 한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 2019년이 남긴 숙제
  • 권순직 논설주간|2019-12-06
  • 조국씨를 법무부장관에 앉히느냐 마느냐를 놓고 온 나라를 두 어 달간 벌집 쑤신들 헤집어 놓더니, 최근엔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느냐 마느냐를 놓고 시끄럽다. 두 문제 다 심각한 이슈다.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려는 정부, 선거에 권력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벌이는 다툼은 어쩌면 민주주의의 근간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온 국민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들 사건은 국민들을 화나게 했고, 서글프게도 했으며,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 걱정하게 만든 상태다. 이들 문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네 서민들에겐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함으로 여기에선 저잣거리의 경제 문제 중심으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려 한다. 우리네 삶에 지금 무엇이 제일 문제인가. 일자리다. 마음 놓고 직장에 출근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고 안정적인 수입을 올려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 이상으로 서민들에게 중요한 게 있겠는가.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일자리 정부’임을 자처하고 일자리 창출에 노력했다. 그러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가슴 아픈 40대 고용 부진 가장 가슴 아프고 우려스러운 현상은 40대의 고용 부진이다. 어느 세대라고 고용이 중요하지 않을 리 없겠지만 일자리에서 밀려나 갈 곳 없는 40대 실업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심대하다. 지난 10월 고용통계에 의하면 20대 60대 70대 모두 고용률이 조금씩이라도 늘었으나 40대의 경우 하락세를 멈추지 않는다. 40대의 일자리 상실은 당사자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문제다. 자녀들이 한창 자라나는 시기이고, 그들 스스로도 생산성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에 40대의 대량 실업은 국가적으로 산업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높아 우려스럽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라는 분은 40대 고용 부진을 최근의 경제문제에서 찾기보다 인구와 주요 업종의 경기 및 구조의 변화가 큰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가정에서, 기업에서, 사회에서 허리 노릇을 해야 할 40대에 대한 안이한 정책 대응은 실망스럽다. 가파른 최저임금 정책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사업이 부진, 소득이 줄고 폐업이 속출함을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먹고살 만하던 중소 자영업자들이 종전보다 하위 소득계층으로 하향이동하면서 하위소득계층 소득이 늘어났다. 이를 두고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한다. 중상위소득계층에 속했던 자영업자들이 소득이 줄어 한 단계 아래인 저소득층이나 무직가구로 옮겨가면서 일어난 현상을 아전인수로 설명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및 주 52시간 근로 정책의 영향을 받은 편의점을 보자. 주인이 직접 가게 일을 하게 되면서 알바 자리가 없어지고, 그나마 풀타임 알바가 임시직 알바로 바뀌고 있다. 고용의 질과 양이 함께 악화된 케이스다.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의 업무시간은 줄여 주었을지 모르나 동시에 큰 폭의 소득감소를 초래했다. 달갑지 않은 여유를 감수해야 한다. 갑작스런 소득감소는 가계 운영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퇴근 후 또는 비번 날에 대리운전 알바로 투잡에 나선다. 여기저기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감소를 메우려는 사람 때문에 투잡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 당국은 실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한 소리로 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열 번이 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은 안정되기는커녕 치솟는다. 그래도 대통령은 무슨 비책이 있는지 부동산 가격상승을 막을 자신이 있다고 한다. 시장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 서민 삶은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화자찬이다. 현금 살포식 알바 일자리 증대로 고령층 일자리가 늘어난 것을 고용 사정 호전으로 선전하는 정부를 국민들은 신뢰하기가 힘들다.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는 아니다. 경제 현상을 보는 것은 결국 경제 분야 참모들의 보고와 해석에 좌우될 터인데, 대통령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참모들의 잘못이라고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속히 경제를 보는 시각을 재조정,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경제 측근에 대한 정밀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조심스럽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오다 경질됐고, 후임 홍남기 부총리는 아예 그런 역할은 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 설계에 참여했던 김광두 교수를 포함한 캠프 참여 인사들이 최근 들어 입을 모아 정책 비판을 하고 나섰다. 양극화 해소나 일자리 창출 방향은 옳으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속도 조절에 실패했고, 민간 일자리 창출보다 공공부문이나 알바성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함으로써 J노믹스의 밑그림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방향이나 지향하는 바는 옳았다 해도 방법이나 속도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시장 활력을 떨어뜨리고, 소기의 정책효과도 내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J노믹스 비판에 귀 기울여야 과감한 궤도수정 없이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정부 들어 유독 현금 살포 성 재정정책이 많았다. 재정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경기가 하락세이니 예산도 급속한 확장편성이다. 지나친 복지에다 내년 총선을 앞둔 재정팽창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세수가 좋아 재정에 여유가 있었으나 이제 경기가 움츠러드는 상황에서 돈 마련은 빚을 내거나(국채발행) 세금을 쥐어짜는(증세) 수밖에 도리가 없다. 벌써부터 종합부동산세가 60만 명에게 3조3000억 원이 부과되는 등 사상 최대의 종부세 폭탄이 투하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집값이 오르니 건강보험료가 껑충 올라 서민 가계에 주름살을 늘리고 있다. 집 한 채 보유에 소득이라고는 얼마 안 되는 연금뿐인데 건보료는 10만~20만 원씩 오르니 집 팔아 세금 보험료 내라는 거냐고 아우성이다. 양약(良藥)은 입에 쓰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쓴소리를 반대 세력의 저항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늦지 않다. 널리 의견을 수렴해가며 과감한 정책 수정이 긴요하다. 그리고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정책 책임자들의 이름을 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의 이름표에 달아 ‘정책 실명제’를 실시하기 바란다. 정책의 책임을 진 고위 관료들에 대한 미래의 평가를 위해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 [데스크 칼럼] 정부나 권력이 자살의 이유 제공하지 말아야
  • 김충식 편집국장|2019-11-30
  • 대한민국이 2003년 이후로 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자살률이다.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우리나라는 2009년 31명, 2010년 31.2명, 2011년 31.7명으로 증가했다가 2012년 28.1명으로 떨어졌다가 2013년 28.5명, 2014년 27.3명, 2015년 26.5명, 2016년 25.6명, 2017년 24.3명으로 하락세를 그리다 2018년 26.6명으로 다시 상승했다. 2019년은 아직 통계수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자살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보고 기준과 관련된 자료상 문제로 자살에 대한 보고는 대부분 축소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축소된 수치만으로도 OECD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살에 관한 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일본의 자살률도 높은 수준이지만, 2010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2000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급증하다가 2012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2018년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2003년 이래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 부동의 1위를 이어 오고 있다. 자살에 따른 연간 경제적 손실도 6조480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서한기, 2015).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은 28.1명(2012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1명보다 16명이나 많다(OECD, 2015). 그리스, 터키, 멕시코, 브라질, 이탈리아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가 6명 미만으로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낮다(OECD, 2013). 반면, 한국, 헝가리, 러시아연방, 일본의 경우 자살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이상이다. 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20건 이상의 죽음이 자살로 발생하는 것이다. 실로 국가 간 자살률의 차이가 매우 크다. 자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인 한국과 가장 낮은 국가인 그리스는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개인의 우울증이나 가정형편, 경제적 악화 등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또는 사회나 정부가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심리상담이나 약물치료, 개인의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기도 한다. 최근 연예인들 중 자살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가수 구하라(여, 28세)가 11월 24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앞서 지난 10월 4일에는 설리(여, 25세)가 먼저 세상과 이별했다. 이들이 자살한 원인에는 SNS상에서 단 댓글 이른바 악플도 한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나 국가가 또는 거대 권력이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적페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기무사 친위쿠테타설, 세월호 유족 사찰의혹’에 대해 수사 받던 중 2018년 12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뿐만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자살도 있다. 노회찬 의원은 5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2018년 7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조국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던 상상인그룹 사건의 피고발인은 11월 29일 안양의 한 모텔에서 숨친재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 ‘애걸복걸’하고 있는 동안 북한을 탈출한 고(故) 한성옥 모자는 지난 7월 아파트에서 아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또 3명이 16명을 죽였다는 탈북귀순자(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사형당할 것으로 생각한다)들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 도살장에서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은 북한 정권이 지배하는 지역에 있지만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들이 탈북해 왔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귀순한 것으로 정부는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개인의 자살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정부가 개인을 상대로 자살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제공은 하지 말아야 한다. OECD 가입국이라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고 세계경제 불황에도 '우린 할 수 있다'는 정신승리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다. 개인이 힘든데, 그 원인이 정부나 국가가 그 원인을 제공해서야 되겠나. 개인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그 원인을 찾고 최소한 국가가 자살의 원인을 제공하는 일은 없어야 자살률도 내려 갈 수 있다.
  • 조은경 작가의 귀촌주부다이어리
  • [조은경의 귀촌주부 다이어리]2-9
  • 조은경 작가|2019-12-16
  •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때를 들라고 하면 그건 도시나 농촌이나 김장하는 날을 꼽을 수 있겠다. 김장이야말로 갈무리의 끝판왕이니까. 보통 양력으로 12월 1일 전후해서 김장을 한다. 올해야말로 마침 12월 1일이 일요일이니 11월 말일 또는 그 전날부터 배추를 절이고 속을 준비하면서 휴일 날 김장을 하는 가정이 대부분인 듯싶다. 문제는 김장이 끝나면 잠깐 허탈해진다는 것이다. 농촌에서의 한 해 일을 다 마쳤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린 귀촌 가정이니까 계산기를 두드려 보지는 않지만 진짜 농사꾼들은 한해의 수확을 정확한 수입으로 잡을 시기일 것이다. 눈이 오지 않은 채로 대설이 지났다. (12월 9일) 지구 온난화가 눈 오는 시기를 뒤로 늦췄겠지만 아마 옛날에는 이 비슷한 시기에 눈이 내렸을 것이다. 12월의 마지막 절기는 22일에 있을 동짓날이다. 올해는 팥을 수확했으니 내가 심어 거둔 팥으로 팥죽을 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농촌의 밤은 길다. 5시 반이면 벌써 어둑어둑하다. 불을 켜게 되면 커튼을 쳐야 한다. 안이 밝으면 창문으로 훤히 보일 수 있으니까. 커튼을 치고 나면 집안은 아늑한 동굴 속과 같다. 동굴 속에서는 아득한 옛 원시인들의 숨결이 묻어나기도 한다. 전기야 없었겠지만 비슷한 상황처럼 생각된다. 그렇게 인간의 옛 선조들로부터 내려오고 또 내려온 우리 현존 인간들의 생활이 꿈결과 같이 흘러가는 속에 내가 있는 듯 느껴진다. 고대인들은 어두워지면 낮 동안 잡거나 채집한 음식물들을 조리하여 식사를 했으리라. 식량이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으리라. 아니면 고픈 배를 쥐어짜며 허술한 잠자리로 들어가야 했겠지. 지금 현대의 우리들은 갈무리한 식량 중에서도 건강에 좋은 쪽으로 신중히 선택해서 한 끼의 식사를 마련한다. 선택의 목적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당뇨와 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을 피하고 활성 산소를 많이 배출할만한 식품을 배제하면서 선택한다. 이렇게 우리 생활은 복잡해져 버렸다. 그런 점은 시골에 있어도 도시에 있어도 비슷해진 것 같다. 회관의 할머니들도 무엇이 건강에 좋은 것인지 많이 알고 유기농 식품을 분별하는 것도 도시의 이웃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의 밤은 길다. 일찍 잠이 들었다면 한 숨 자고 났는데도 한 밤의 중간쯤에 있을 때도 있다. 물론 처음부터 잠이 찾아오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지만. 이럴 때 잠을 더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내일 아침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귀촌주부 아닌가? 남편을 출근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나는 이 특권을 죽을 때까지 잘 아끼며 소유하고 싶다. 내일은 내일의 하루가 흘러갈 테고 난 오늘 밤의 시간을 귀하게 사용하고 싶다. 텔레비전을 보아도 좋고 유 튜브를 보기도 하지만 책을 보는 것이 가끔 행복하다. 이곳에선 주로 –단포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다. 유 튜브에서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 ‘총, 균, 쇠’를 빌려 보았다. 퓰리처 상 수상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가 저자인데 그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지난 세기의 제국주의 팽창에 대해 언급하면서 –왜 어떤 민족들은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고찰한다. 위의 의문에 대한 답은 지정학적인 이유가 답의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식량이 풍부했던 대륙에 그 나라가 있었다면 여유 시간에 과학을 발달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럴 만큼 고대에는 식량이 중요했다. 식량 다음으로는 정보이다. 다른 지역에 대한 정보에 눈멀고 귀 먹어서라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정보를 알 만큼 과학 지식이 발달하지 않아서, 또는 발달한 나라와 너무 먼 곳에 있어서라는 답도 가능한 것이다. 과학의 발달에는 자유로운 경쟁이 기본이자 최선이라는 얘기도 풀어준다. 왜 중국이 고대 문명국가의 하나였으면서 유럽에 뒤처졌는지를 고찰한다. 그 이유는 중국은 대부분 통일 국가로 내려왔지만 유럽은 수많은 나라로 쪼개져 서로 경쟁하며 발전했다는 것이다. 콜럼버스를 예로 들면 그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프랑스와 포르투갈 왕에게 도와주기를 요청했고 거절당했지만 결국 스페인 국왕에게서 자금을 받아 세 척의 배로 탐험에 나섰단다. 즉 4개국이 콜럼버스의 탐험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동양에서는 명나라 사람 정화가 한 때 넓은 바다를 개척했지만 명 황제의 말 한 마디에 모든 배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적시해 준다. 정화를 받아줄 다른 나라가 존재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책은 역사와 함께 흘러오며 풀리지 않았던 많은 의문을 풀어준다. 저자의 견해가 100프로 정답은 아닐지라도 우리 사유의 폭을 넓혀 준다는 점에서 책은 겨울의 밤을 함께 하기에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 읽다가 치워둔 푸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의 1권, ‘스완의 집 쪽으로’도 재미있게 읽었다. 길고 지루한 글이라는 통념, 아니 사실 옛날엔 지루했다. 7권까지의 책 중 1권의 분량만도 장편 두 권으로 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한 때라 그런지 묘사와 의미에 방점을 두어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마르셀이 수많은 불면의 밤이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밤 풍경-어머니의 키스를 애태워가며 기다리던.......-과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먹는 순간 떠오른 어린 시절의 낮 풍경이 병치되며 묘사된다. 마르셀의 뇌리에 새겨진 어린 시절의 시골은 콩브레 라는 곳이었다. 그 곳의 자연은 마르셀의 일생을 지배한다. 도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는 사람과 얼마나 대비되는가? 비록 유년에는 시골에서 살지 못 했지만 노년에 이곳 영천 시골에 내려온 나에게도 그런 추억의 귀함이 느껴진다. 지금 맛보는 이 자연의 혜택을 나의 유년에 먼저 세례 받고 그 아름다움 속에서 평생을 보냈더라면 좀 더 보람 있는 생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꿈을 꾸기에 알맞게 농촌의 밤은 부드럽고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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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기자수첩] 나랏돈으로 경제부양하려니 '카드값 돌려막기' 수준
  • 최한결 기자|2019-12-16
  • 올 한해가 2주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경제가 참 어려워졌다. 주요 경제기관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 혹은 그 미만을 예측했다. 수출은 줄어들고 교역조건은 악화했다. 때문에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해서 경제를 부양하려니 딜레마에 빠졌다. 부양정책을 펼치면 재정적자가 심해지고, 이를 줄이자니 경제성장률이 나빠지는 것이다. 일종의 카드값 돌려막기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랏빚만 약 700조 원에 육박했다. 재정적자는 1년전보다 40조 원이 증가했다. 적자 확대로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다. 10월말 현재 중앙정부 채무는 698조6000억 원을 기록, 올해 들어 46조8000억 원 증가하며 700조 원에 육박했다. 이 기간 결산 기준 잠정 '세수 진도율'은 88.3%로 전년(89.7%)보다 1.4%포인트 줄었다. 1년간 걷어야 할 세금 기준으로 10월까지 이 비율만큼 걷혔다는 의미다. 최근 5년(2014~2018년) 평균 진도율인 88.5%보다는 0.2%p 하락했다. 1년 전보다 3조 원 감소한 수치다. 세수가 펑크났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적극적인 부양정책이 일종의 '카드값 돌려막기'로 보인다는 점이다. 돈을 쓰면 지표는 좋아 보일수는 있어도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 결국 나랏돈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나라재정이 나빠지면 그만큼 호주머니에서 나갈 돈이 많아진다. 특히 취업 부분에서는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기'로 보이는 부분도 많다. 취업자 수 증가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의 허리부분을 담당하는 40세의 실업률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제조업과 금융업같이 괜찮은 직장으로 분류되는 직종은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고령층의 취업률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재정으로 노인들의 취업을 돕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 OECD가입 국가중 노인 빈곤율이 압도적 1위인 점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이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취업을 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만 경제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다만 내년에는 조금 더 나을 것이란 예측도 많다. 미중무역분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인하도 없을 것이란 발표도 나왔다. 하지만 특히 한국 경제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저물가, 저금리, 저투자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준비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작해야 할 때다. 규제 철폐, 산업구조의 변화, 4차산업 혁신 기업 지원 등이다.
  • [기자수첩] 규제에 발목 잡힌 미래…‘데이터 3법’ 어디로 가나
  • 송현섭 기자|2019-12-11
  • 각종 규제와 감독이 많아 규제산업으로 불리는 금융업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포함한 ‘데이터 3법’의 입법은 최대 당면 과제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과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및 다양한 핀테크 기술을 금융업에서 활용할 수 있으려면 경직적으로 운영돼온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금융사들 입장에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별화된 금융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 당장 금융사들과 관련 협회, 유관기관 등이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빅데이터 사업이 법적 규제에 묶여 시작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조속한 법·제도 정비를 공언했던 정부도 정쟁으로 요동치는 정국흐름에 따라 국회의 입법처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9개 금융협회와 유관기관은 최근 공동 성명을 발표해 데이터 3법을 우선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재차 촉구했다. 국내 금융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빅데이터 사업이 시작도 못해본 채 사장돼선 안 된다.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대부분 금융권 관계자들은 시민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융소비자 보호문제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모 시중은행에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으나 이후 2차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사례도 생각해야 한다. 수사당국조차 사건 조사를 위해 잠긴 6자리 아이폰 비밀번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들이 갖춘 보안은 세계 최고수준이란 것이 대부분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빅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 우리 금융권에서 경쟁력을 갖춰 미래 글로벌 혁신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업의 미래를 위해 빅데이터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 [기자수첩] 달달한 초콜릿, 그 이면에 자리한 아동 노동 착취
  • 김태문 기자|2019-12-03
  • 국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초콜릿. 그 달콤함은 어른과 아이들 할 것 없이 즐겨 찾는 맛이다. 하지만 이 ‘달콤함’은 해외 아동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시작한다.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는 1년 내내 강우량과 습도가 일정해 초콜릿의 주 원료인 카카오가 자라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이런 이유로 코트디부아르와 이웃 나라 가나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재배·수확한다. 문제는 코트디부아르의 대부분의 가정이 생활고를 겪으며 카카오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인데, 농부들은 일당 2달러 미만을 받고 있다. 한명이라도 더 일해야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는 탓에 농장에는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된다. 코트디부아르의 아동들은 ‘마체테’라는 40cm에 이르는 무거운 칼을 들고 카카오 껍질을 벗긴다. 단순히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전기톱을 들고 높은 나무를 오른다. 병충해에 취약한 카카오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농약 등 화학물질이 사용되지만 아이들에게 보호장비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월드비전의 아동노예반대 캠페인 ‘노 칠드런 포 세일(No Child For Sale)’을 담당하는 셰릴 호치키스는 “카카오 재배와 수확을 위해 아이들은 비위생적이고 위험할 뿐 아니라 온갖 해로운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면서 “카카오 열매를 따기 위해 크고 날카로운 마체테 칼을 휘두르다 다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카카오 열매에 뿌리는 농약에 중독 돼 병에 걸리기도 한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 고된 노동을 하지만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서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보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가족들과 떨어져 살며 농장주인의 학대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제재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7월 툴레인 대학교의 ‘페이슨 국제개발센터(Payson 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의 카카오 농장 조사 발표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들의 수치는 증가했다. 지난 2009년 아동노동자는 175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2014년에는 220만여 명에 달했다. 20여년 전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의 아동 노동 상황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과 함께 대안이 제시됐지만 현실은 더욱 악화된 것이다. 마스, 캐드베리(크래프트와 몬델리즈), 네슬레, 페레로, 허쉬 등 해외 다섯 곳의 초콜릿 회사가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코트디부아르를 포함해 서아프리카 지역의 550만 명의 농민(아동은 220만 명 이상)이 싼 값의 노동력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당장 초콜릿의 소비를 줄일 수 없다면 공정무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콜릿의 공정무역 관련 부분은 미미한 상황이다. 규모를 확대해 최소한 아동 노동 현실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기자수첩] 블록체인 기술, 총애 받는 4차산업 기술 맞나?
  • 김성민 기자|2019-12-02
  •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의 안정화를 위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에선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의 보안성은 소중한 정보와 자산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출발해 범죄자 및 테러리스트의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9일 미국 연방 경찰로부터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Virgil Griffith)의 사건은 국가적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그리피스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미 국무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지난 4월 중국을 거쳐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서 4월 18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평양 블록체인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발표를 하고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the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위반했다. 윌리엄 스위니 주니어 FBI 부국장은 “북한이 자금과 기술, 정보를 획득하게 되면 핵무기를 구축해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검사에 따르면 그리피스가 주제발표의 제목을 ‘블록체인과 평화’로 정한 뒤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북한을 도울 수 있는지와 북한과 한국의 암호화폐 교환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까지 수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3년간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횡령 등으로 12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590억 원 규모의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1일 오후 2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유동수 위원장 민주당 의원)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 가결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특금법을 위해 회원사 의견을 취합하고 국회 정무위 여야 의원들과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미사용시 신고 불수리 요건에 이의 제기 ▲ISMS(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국가 공인의 인증기관으로부터 평가심사를 받아 보증받는 제도) 인증 미 획득 시 유예기간 요청 등 업계가 안심할 법한 내용들이다. 피해를 입은 업비트는 ISMS 인증을 이미 획득했고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정보보안·클라우드보안·클라우드개인정보보안 인증도 갖고 있어 전 세계 거래소 14위, 국내 거래소 중에서는 1위의 보안 능력을 평가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력 좋은 해커들의 공격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며 암호화폐 거래소 규율이나 투자자의 피해 보상·보호를 위한 법체계는 사실상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기업들은 삼성전자 블록체인 플랫폼 SDK를 비롯해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메인넷) 클레이튼 등 블록체인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시키는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방관자 신세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 3월 체포된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씨는 음란물 22만 여건을 유통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약 4억 원을 챙기면서 비트코인도 함께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월 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2019 과학수사 학술대회'에서 최상훈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검사는 지난해 5월 손씨가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취득한 216비트코인 중 191비트코인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윤정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191비트코인을 압수한 해당 사건의 경우는 범죄자가 자신의 전자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으로 순순히 이체해 준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라며 “범죄자의 비트코인이 탈중앙화해 개인 지갑에 보관 중이고 범죄자가 해당 지갑의 주소와 비밀키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는 비트코인이 몰수 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 검사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먼저 압수수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부는 여전히 범죄자들이 벌어들인 암호화폐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방법과 처리방법까지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대형 SNS인 페이스북도 '리브라'라는 암호화폐를 만들고 있는 마당에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페에 대해 아직 확실한 입장이 세워지지 않은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등 4차 산업의 총애를 받고 있는 기술들이 발전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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