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종 교수가 윤한덕 센터장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투데이코리아=이주용 기자]설 연휴기간 근무 중 과로로 세상을 떠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NMC)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추도사를 통해 윤 센터장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10일 거행된 윤 센터장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맡아 그간 윤 센터장과의 추억과 그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 교수는 “선생님께서 오랜동안 숙고하셨던 중앙응급의료센터장직 이임에 대해서 한사코 반대한데 대해서 저는 아직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반도 전체를 들어 올려 거꾸로 흔들어 털어 보아도, 선생님과 같이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선생님은 20년간 의료계 뿐 아니라 이 사회 전체의 가장 어렵고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한 중과부적의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혀 왔다. 응급의료의 현실이 견딜 수 없이 절망적임을 인지하고서도 끝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 스스로를 산화 하셨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한 “한국의 응급의료상황은 선생님의 결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침을 반복해 왔다. 의료계 내부로부터의 반발과 국내 정치상황이 변할 때 마다 불어오는 정책적 뒤틀림 사이에서 선생님은 좌절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사람이든 국가든 진정한 내공은 위기때 발현되기 마련이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라는 세간의 진리를 무시하고 오히려 물러설 자리가 없는 사지로 뛰어들어서는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다시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 해 내는 선생님께 저는 항상 경외감을 느껴 왔다“고 고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교수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아틀라스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자신이 무거운 짐을 받아 내면서 그 하중을 견디어 내는 아틀라스의 존재로 인해 이 혼란스러운 세상 자체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버티어 낼 수 있다. 우리에게 아틀라스는 바로 선생님이셨다”며 “선생님께서 만들어 주신 항공의료체계에 종사하는 저를 비롯한 항공의무대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선생님과 함께 하고자 한다. 선생님의 이름을 우리가 쓰는 기체에 새겨 영원히 기억하겠다. 우리와 같이 하며 용기를 주시길 바란다.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들에게 힘을 주실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몸을 부수어 그 파편에서 나온 선생님의 수많은 DNA들을 육상에 남기셨다”며 “이제 육상근무의 시름은 잠시 접어 두시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날리시던 무선조정 기체들을 조종하시면서 비행감각을 유지하시길 부탁드린다. 잠시만 편히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들이 곧 비행해 올라가면 많이 바빠지실 것이다. 창공에서 다시 만나자”며 추도사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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