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오른다. 지난 2013년 10월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른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서울시는 노사민전정 협의체, 물가대책위원회, 시의회 의견정취 등의 요금 인상 절차를 걸쳐 최종 조정된 택시요금(3800원)을 오는 16일 오전 4시부터 적용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중형택시의 기본요금은 주간 3800원, 심야(할증)는 4600원으로 조정된다. 또 모범택시 기본요금도 기존 5000원에서 6500원으로 1500원 인상된다.
서울만 요금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대전과 광주, 울산은 이미 지난달 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으로 올렸고 인천과 경기도 역시 서울 수준의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이 같은 택시요금 인상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와 물가 상승을 반영한 결과다. 회사에 내야되는 사납금을 빼면 월 수입이 200만원 안팎인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기사식당에서 카카오 ‘카풀’ 관련 취재 중 기자와 만난 택시기사 김 씨는 “오전 10시에 나와서 자정까지 하루 14시간 가량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유류비와 식비, 보험비 등을 빼면 들어오는건 200만원 수준”이라며 “시급으로 따져도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서울시와 택시업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우선 택시요금 인상은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버스·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들이 가장 먼저 우려하는 것은 과연 택시요금이 오르는 만큼 향상된 서비스 질을 제공할 지에 대한 의문이다.
택시업계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기사들의 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등은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문제로 꼽혀 왔다. 심야시간 장거리 손님들만 골라 태우는 택시가 적지 않아 비교적 단거리를 가는 승객들은 도로변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운전 중 욕설로 불쾌감을 줄 때도 있었다. 차가 많이 없는 도로에서는 과속과 난폭운전으로 승객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게다가 최근 논란이 된 카풀 사태는 택시업계에 대한 시선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었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카풀 서비스는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서비스 잠정 중단 상태다.
생존권을 보호해달라는 이들은 그동안 대규모 집회를 통해 카풀 반대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자 대화에 참여했다.
시민 입장에서는 정작 필요할 때 타지 못하는 택시만을 바라볼 순 없다. 그래서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업계를 향해 “왜 소비자의 선택권을 막는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택시업계는 이번 요금 인상을 또 하나의 과제로 안게 됐다. 인건비, 물가 상승, 기사 처우 개선 등의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그간 제기됐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반감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서울개인택시 서비스 개선 5대 다짐. <사진=서울개인택시조합 제공>

택시업계도 시민들의 요구를 인식했는지 선제적으로 서비스 개선 의지를 밝혔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지난 7일 승차거부 등 서비스 개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민들에게 더욱 사랑받겠다며 ‘서울개인택시 서비스 개선 5대 다짐’을 발표했다.
5대 다짐은 △승차난 해소를 위해 심야운행에 적극 참여 △승차거부, 부당요금 등 위반행위를 근절 △친절교육 강화로 개인택시 민원 감축 △단정한 복장 및 금연 실천, 청결한 서비스 제공 △고령운전자 안전운전 대책 시행 등이다.
서울시도 승차거부가 불가능한 콜택시와 여성전용 예약제 콜택시 시범운행에 나선다. 2월 중 서울시내에 승객 골라태우기가 불가능한 자동배차콜 ‘웨이고 블루’와 여성 전용 택시 ‘웨이고 레이디’를 선보인다.
서울시는 이들 서비스에 참여하는 택시 기사들에게 열악한 운송종사자 처우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혔던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 월급제를 시행한다.
먼저 ‘웨이고 블루’는 승객 호출에 따라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의 차량이 배정되는 방식이다. 운전자는 승객을 태울 때까지 목적지를 알 수 없어 배차를 거부할 수 없다. 즉 운전자의 승객 골라 태우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여성 전용 택시인 ‘웨이고 레이디’는 승객과 운전자가 모두 여성이다. 시범서비스 기간부터 국내 최초로 영·유아용 카시트를 제공하며 초등학생까지는 남자아이도 탑승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웨이고 레이디는 20대 규모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뒤 2020년까지 500대, 운전자 1000명 규모로 확대해 여성 고용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며 “웨이고 블루와 마찬가지로 완전월급제를 적용하고 유연 근로제 및 복리후생제도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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