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의적인 훼손 및 구간 별 상태 상이로 관리 어려운 점 많아"... 개선 노력할 것

▲ 여의도 공원 괴물 동상(왼쪽), 방치된 마포대교 자살방지 팻말(오른쪽)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자살의 명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마포대교에 자살방지팻말을 설치한 이후 자살방지 효과가 대단히 좋았다고 2012년 설립 당시 호평이 줄을 이었다.


기자는 서울시가 지난 2012년 자살방지팻말을 설치한 이후 7년이 지나도록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 차 마포대교를 직접 걸어보았다.


여의도에서 마포대교 보행자로를 따라 마포방향으로 걸음을 시작한지 5분만에 '생명의 문구 팻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살방지팻말로 이뤄진 '생명의 다리는 지난 2012년 서울시가 삼성생명, 제일기획과 함께 기획한 시설물로, 시인 또는 일반 시민들이 투고한 문구로 이뤄진 약 2km 길이의 전광판이다.


과거 칸 국제광고제 등 유수의 광고제에서 40여 개의 상을 휩쓸며 '훌륭한 광고 사례'로서 호평받았지만 과거 영광은 무색하게 기자는 누렇게 바래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자살방지 팻말을 목도했다.


희망의 감정과 자살단념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몰골이었다. 강바람에 찢기고 자동차 분진에 누렇게 바래 오히려 우울한 감정을 배가시켰다.


2015년, 삼성생명의 지원 중단 결정, 수많은 사람 살려온 '자살방지 팻말', 세월에 못이기고 녹슬어가...


▲ 규칙적으로 훼손된 생명의 다리 문구 팻말, 고의적으로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사진: 유효준 기자)

마포대교 자살방지팻말이 이렇게 방치된 배경에는 지난 2015년 삼성생명의 운영비 지원 중단이 있었다. 자살방지전광판 운영비가 연간 1억500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서울시는 삼성생명의 재정지원은 끊겼지만 자살방지라는 좋은 취지를 살리고자 고심 끝에 해당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관리 예산 부재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생명의 팻말은 점차 녹슬어갔다.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사업에서 2015년 9월 빠지기로 하자 서울시가 새로운 투신자살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독자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삼성생명이 경영 위기에 대비해 2015년 9월을 끝으로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히며 "서울시 차원에서의 독자적 운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의 부단한 노력에도 2015년 12월 1일부터 자동감지센서가 작동되지 않게 됐다. 삼성생명의 재정지원 중단 이후 생명의다리 문구 및 이미지 관람만 가능케 된 것이다.

서울시, 관리 예산 편성해 지속적 관리 중...구간 별 상태 상이해 일괄 개선처리 고충 겪어

▲ 서울시 로고

기자는 서울시의 부단한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현실이 지속되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해소하고자 서울시 교량안전과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교량안전과 관계자는 "2015년 삼성생명의 생명의 다리 지원사업 중단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해오고 있다"며 "고의적인 훼손이나 노후화 문제가 많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관리상태문제를 넘어 전시행정으로 비판받는 문제에 대해 묻고자 "한강 괴물 동상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의도 공원 보여주기식 사업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여의도 공원은 한강사업본부 소관이며 마포대교는 서울시 교량안전과 관할"이라며 "예산도 별도 관리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교량 관리의 경우 구간 별 상태가 상이해 일괄적인 개선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의도 공원과 마포대교가 인접해있다보니 여의도 공원만 관리가 잘된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실제로 상태가 불량한 구간을 촬영한 사진에서도 라이터로 고의적으로 그을림을 만들어 놓은 구간, 팻말을 가격해 금이 간 구간 등이 매우 많았다.
시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해도 1km가 넘는 긴 교량에 몇몇 구간을 게릴라 방식으로 훼손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근본적인 개선은 어려워 보였다.

여의도 거주 한 시민은 "마포대교를 걷다보면 자살방지문구가 누렇게 바래 방치된 것처럼 보인다"며 "자살방지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일에 동참은 못할 망정 훼손하는 이들에게 그 진의를 묻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국인 방문객과 외부유입인원이 많은 서울의 얼굴 여의도로 들어오는 관문인 마포대교가 시민의식의 부재로 인해 녹슬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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