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설익은 정책 남발로 MB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

<정우택 논설위원>
“서둘기만 하지 재대로 되는 게 없다” 이명박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두고 시중에서 하는 얘기다. 인수위에서 국민들의 귀에 솔깃한 계획을 연일 쏟아냈지만 실제 실천에 옮겨진 것이 거의 없는데서 오는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문제를 당장 해결할 것처럼 대들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고 혼선만 일으키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이와 관련 이 당선인측이 자체 여론조사를 했는데 지지도가 10% 포인트 이상 빠졌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당선인측은 참모들을 소집해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했다는 보도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인수위의 설익은 정책,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 등으로 인수위 피로증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그들의 분석이 뭐든 국민들이 혼란스럽고 피로한 것은 분명하다. 인수위가 말은 많이 하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피부에 와 닿는 게 없기 때문이다.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 다음은 정부조직 개편문제, 대운하문제 등도 국민들을 신경 쓰게 하는 대목이다.

대충 보더라도 이 명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국민들에게 밝힌 것은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게 정부 조직개편이고 대운하, 반값아파트, 이동전화요금 20% 인하, 수능제도 개선, 영어교육 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것 말고도 자잘한 것이 많다.

대운하는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서울대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최근에는 여론을 수렴하자는 의견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운하에서 슬기롭게 한 발 빼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값 아파트는 또 어떤가. 지분의 51%를 소유자가, 49%는 투자자가 갖도록 하고 금융권의 융자를 이용하면 시세의 25%로 아파트를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아파트 가격이 최소한 연 10%는 올라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자칫 부동산 가격 인상을 정부에서 유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동전화 요금 인하도 말장난으로 끝나고 말았다. 처음에는 이동전화 요금을 내려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엊그제는 업자들의 반발로 요금을 내릴 수 없게 됐다고 발을 뺐다. 차라리 말이나 하지 않았으면 욕이나 먹지 않을텐데 안타깝다.

영어는 전 국민을 어지럽게 했다. 영어로 수업하는 몰입교육을 한다고 했다가 반발이 심하지 입장을 바꿨고 심지어는 영어만 잘하면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영어 공청회를 하면서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불렀다는 비판도 받았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공천을 둘러싸고 불화가 끈이질 않고 있다. 금방이라도 당이 갈라설 것 같다.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정부 조직개편도 간단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데다 신당 등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의 정치력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이 당선인이 취임한다. 인수위도 해체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일을 만들거나 말을 하지 말고, 벌려 놓은 것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서둘지 말아야 한다. 이 당선인이 규제 전봇대를 뽑은 것같은 시원한 정책이 아닌 이상 인수위가 말을 하면 할수록 이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만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인수위가 처음부터 말을 아꼈다면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가 10% 포인트 이상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 지금 국민들이 겪는 혼선이나 실망은 4월 총선에서 표로 반영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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