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기 부회장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주요 정책 결정과 집행에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 탈(脫)원전 정책부터 소득주도성장, 4대강 보 처리방안에 이르기까지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논란도 그치지 않는다.

탈원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했다. 한전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 전기료 인상 압력이 가중되면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려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원전 해외수출을 추진해온 산업정책까지 퇴색하는 것은 물론 관련 학계와 업계의 반발이 빗발친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시장 여건을 외면하고 적정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최저임금인상을 강행한 결과 저소득층부터 일자리가 크게 줄고 소득 감소와 자영업자 폐업이라는 경제적 참사가 빚어졌다. 성장은커녕 쪽박마저 깨는 정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을 다시 평가해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세종보와 죽산보를 철거하고 공주보를 부분 철거하겠다는 정부 조사 평가위원회 결정은 민심을 외면한 또 하나의 무리수로 지목된다. 백제보 승촌보는 수문을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금강과 영산강 유역의 보를 모두 들어내거나 열어 놓겠다는 방침이다. 조사 평가위는 나머지 한강과 낙동강 수계의 11개 보 처리방안도 연내에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 최종계획은 오는 6월 시행되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구성될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공주보를 비롯한 해체 및 상시 개방 대상 보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즉각 반발해 머리띠를 두르고 나섰다. 보를 들어내거나 문을 상시 개방해 물을 빼게 되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다. 보를 해체 또는 부분 해체할 경우 갈수록 폭우와 가뭄 등 기상이변이 심해지는 추세에서 그 피해가 더욱 광범위하게 번지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된다. 더구나 홍성과 보령 예산 청양 등 충남 대부분 지역은 가뭄으로 상수원이 부족할 경우 금강 유역의 보에 의존해온 형편이라서 걱정이 더욱 크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4대강 보 대책 등 부작용과 논란이 큰 정책들은 그동안 소위 진보성향의 노동 시민단체에서 제시한 의견을 바탕으로 추진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광범위한 전문가 집단이나 실무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들의 의견 보다는 이념 성향이 강한 집단의 요구를 반영해 정책을 수립 추진한 결과 재앙에 가까운 부작용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을 참작한다고 했지만 실제 반영은 미온적이다. 탈원전에 대한 각종 여론 조사는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여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악화되고 있다. 보 철거에 관한 여론조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필요 없다’는 의견보다 높게 나왔다. 특히 조사대상에서 일반인들을 제외한 농어민들의 의견은 압도적으로 ‘보가 필요하다’쪽에 기울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조사 평가위는 “찬반 여론이 (전체적으로) 오차 범위 내에서 비슷했다”는 모호한 이유를 들어 비용편익 측면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 최근 수출까지 위축되는 여건이어서 경제 전망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망도 ‘절벽’을 걱정하는 판국인데 정부의 경제 산업 정책은 여전히 시장흐름에 역행하는 추세다.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부 시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이 지속되면 불신을 자초하고 정책의 추진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집권 초기에는 구호나 기획성 행사를 앞세워 감성에 호소하는 정책이 먹혀들 수 있으나 학습효과가 거듭되면 한때 우호적이었던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기 어려워 진다. 학습효과 이후를 생각할 때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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