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유한일 기자

승차공유 서비스를 두고 사회적 대타협기구와 택시업계의 줄다리기가 끝날 기미를 안보인다.

대타협기구는 지난 2월 말 마지막 회의에서 ‘1일 2회 운행’과 ‘출퇴근 경로 일치’를 전제로 승용차 카풀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택시업계는 거부했다. ‘카풀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정부의 중재안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택시업계의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업계의 대(對)카풀 투쟁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그간 대규모 집회와 파업, 호출 거부 등을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카풀 반대를 외치던 택시기사 3명이 분신자살을 시도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카풀 관련 취재를 진행하면서 되도록 택시를 많이 타려고 노력 중이다. 택시업계에 종사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택시에 올라타 눈치를 살핀 뒤 “카풀 관련해서 기사님 생각은 어떠세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절반 이상, 아니 10명 중 9명은 “진짜 나쁜놈들이야”라며 한탄을 시작한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기사식당에 찾았을 때는 기자가 방문했다는 소식에 기사들이 모여 들었다. 이들은 “우리 이야기를 기사에 꼭 좀 실어달라”며 “어려운 택시 환경를 외면하지 말고 처우 개선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이 10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고 밝힌 김 씨는 “오전 10시에 나와서 자정까지 하루 14시간 가량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유류비와 식비, 사납금, 보험료 등을 빼면 들어오는 건 2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카풀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권’ 때문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승차공유가 활성화 된다면 당장 수입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승차공유 논의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출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기껏 마련한 테이블에는 택시업계가 나오지 않았고, 카카오가 시행 중이던 카풀 시범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자 참여했다.

택시에 대한 여론은 점점 안좋아지고 있다.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고질적인 문제 외에도 최근 협상 테이블에 앉은 택시업계의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 대타협기구는 택시업계에 ‘당근’을 제시했지만 카풀을 원천 봉쇄하는 것 외에는 협상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껏 진행된 대타협기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택시업계는 승차공유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타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같은달 25일에는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를 고발했다.

사실 이미지가 안좋아진 택시업계에게는 이번 카풀 사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관심이 큰 상황에 대승적 판단을 내려 극적 합의가 된다면 추후 기억될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끝내 협상이 결렬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은 거셀 것이다.

신산업과 구산업이 조화를 이루려면 수많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받은 것이 있다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그간 대타협기구는 많은 양보를 했다. 이제 택시 차례다. ‘통 큰’ 양보가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상대가 한 발 물러났다고 더욱 몰아치는 것은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다. “안돼”, “싫어” 같은 말만 반복하면 그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을게 너무나도 자명하다.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물론 시간과 관심에 쫒겨 반쪽짜리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매듭은 한 번 묶을 때 확실히 묶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외출할 때 신발끈을 느슨하게 묶으면 걷다가 풀리기 마련이다.

승차공유 논의가 막판에 반전드라마가 될 지는 택시업계에 달렸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향후 “우리나라 공유경제 실현에 택시업계가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택시업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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