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지난달 27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합의 결렬이라는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평양에서 장시간 기차를 타고 하노이로 온 김정은 위원장의 간절한 바램과는 달리 이날 협상에서 양국은 아무런 협의점을 찾지 못한채 다음 정상회담을 기약하게 됐다.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사실상 회담을 결렬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큰 규모의 핵시설이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측이 우리가 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미사일과 핵탄무 무기 체계가 합의 사안에 빠져있어 회담이 결렬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북한 내 영변외 핵시설은 희천시로 사실상 지목되고 있는데, 사실상 희천시 외에도 수십년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 영변 외 핵 시설이 있다는 주장은 계속 나왔던 사안이라 새로울 게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나 이번에 지목된 희천시는 2011년에 탈북한 새터민이 “자강도 희천에 원심분리기 제작공장이 있다”고 이미 증언한 바 있으며 미국 군사전문가들 역시 희천시에 원심분리기가 있다는 정보를 오래전에 내놓은 바 있다.

또한 CIA를 비롯한 세계최고의 미국 정보기관으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 없으며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이유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 마이클 코언

코언과 민주당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당일 회담에 집중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로 도착한 날 워싱턴 D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파트너였던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엄청난 폭로가 이뤄졌다.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변호사로 무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며 ‘트럼프의 집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당시 코언은 의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주의자에, 사기꾼이며 협잡꾼이다”라는 발언을 하였으며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위키리크스를 통해 민주당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인사들과 만나 힐러리 이메일 문제를 논의하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가 러시아 인사들과 모스크바에 트럼프 타워 건립 계획을 세웠고,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 2명에 대해 거액의 수표를 전달했다”며 수표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코언의 말은 전부 다 가짜이며 코언이 수감기간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이를 쟁점화 시켜 어떻게든 내년 대선까지 트럼프와 관련된 의혹들을 증폭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 하노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의 재선전략

이 모든 것과 별개로 이번 회담 결렬은 트럼프 개인이 재선을 노린 포석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당시 선거 전문가들, 주류언론들의 예상과는 달리 샤이 트럼프(shy trump)라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힘을 등에 업고 당선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직후 오바마 케어 폐지, 반 이민자 정책, 멕시코 장벽 건설, 언론과의 전쟁, 막말 논란등에 줄곳 휩싸이며 미국 대중들과 민주당, 언론들과 지리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적으로 지지율이 급랭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타개책의 일환으로 외교에 눈을 돌렸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로 풀이될수 있다. 먼저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하자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했고 터키, 인도등의 신흥국들에게 미국인과 관련된 각종 사안을 빌미로 경제 제재와 완화를 조절하며 친미국가로 길들이기 정책을 취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최초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개최하면서 미국 내의 냉랭한 평가와는 달리 세계인들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공화당과 일본 정부로부터 노벨위원회에 평화상 추천을 받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야당 의원이 다수인 미 하원으로부터 ‘종전선언 요구 결의안’까지 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때문에 국제 정치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길게 지속해야 하며 한번에 통큰 합의를 취해주면 후에 북한과 만날 일이 적어지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을 재선에 이용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존 볼턴과 일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좀 다른 시각에서 이번 회담 결렬을 분석했다. 지난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회담 결렬에 대해 존 볼튼 국가 보좌관과 그의 배후로 일본을 지목했다.

정 장관은 “볼턴이 항상 주장하는 게 CVID(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폐기)다. 하지만 폼페이오는 FFVD(최종적이고 전적으로 검증된 비핵화)라고 말을 바꿨지만 존 볼턴은 CVID에다가 추가로 WMD(대량살상무기)도 제거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인권 문제도 거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볼턴이 이런 자세로 회담에 임한 것은 전적으로 일본의 요구가 볼턴을 통해 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볼턴은 북한이 현재 받아들일수 없는 큰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일본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며 “볼턴이 움직이면 일본이 거기다 부탁을 했을 것이다. 볼턴이 발언 기회가 있으면 우리 문제(일본인 납북 문제)도 얘기도 해 달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그간 일본의 기업들이 미국 정계에 지속적인 로비를 통해 굉장히 가까운 관계로 있었을 것이며, 실제 일본의 기업들은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을 관리한다”며 “반면 우리 기업들은 그런 생각이 없어 미국 정치인들이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 이번에 북한이 민생에 영향을 주는 다섯 가지만 해지를 해 달라고 했으나 결국 볼턴의 무리한 요구에 대화가 진전될수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도 일본은 일본재단(구 사사카와 재단)을 비롯한 각종 재단을 통해 미국 정계에 끊임없이 로비를 하며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려 하고 있다. 일본재단은 연간 35억이라는 거액을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미국 싱크탱크에 쏟아붓고 있으며 노무라재단, 도요타, 미쓰비시, 도쿄은행등의 기업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의 CSIS(전략국제연구센터)는 “최근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했지만 미사일 기지를 숨겨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진 한장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CSIS가 당시 주장의 근거로 내민 사진은 2018년 3월 초의 사진으로 알려져 큰 비난을 받았는데, 당시 안보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한반도의 정세가 평화무드를 이어가자 일본이 지원하는 CSIS가 이런 무드를 깨기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지만 양국은 서로 간 협상결렬을 두고 비난을 하지 않았다.

당시 두 정상이 결렬된 직후 사진을 봐도 김 위원장이 웃으며 헤어졌기 때문에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회담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아주 중요한 관계가 구축이 됐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레벨에서도 장관급에서도 좋은 관계가 구축되어 있다”며 북한과의 우호를 강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가졌고 문 대통령에게 적극 중재를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4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역할이 더욱 커졌다”며 “할수 있는 최대한의 방안들을 강구하여 북미간 입장차를 줄이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미 현지시각) 폼페이오 장관은 “아직 약속된 바는 없지만, 다시 만나서 협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향후 수주 내에 평양에 팀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끝>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