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 일주일만에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전부터 기존에 누렸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와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증세다”라는 민심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올해 말 일몰 기한을 맞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연장 방안을 추진하고 구체적인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13일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이날 오전 비공개 당정청협의를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청와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전날(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올해로 일몰이 도래하는 신용카드 공제와 관련 어제 기획재정부 입장 브리핑이 있었다"며 "민주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연장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 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65.9%가 세금부담 완화를 위한 공제 연장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해 탈세를 방지하려는 도입 취지가 충족됐으므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0.3%였다. (모름·무응답은 13.8%였다.)
특히 연령이나 정치적 성향, 정당 지지층 등에 상관없이 신용카드 소득 공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연장 83.7%, 폐지 0.0%), 사무직(73.8%, 15.9%), 노동직(70.1%, 24.4%)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30대(70.1%, 21.0%)와 50대(70.1%, 22.3%)가 높았다.
당정청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3년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은 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는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챙기려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시작된 것은 1999년 부터다. 당시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정부가 세원을 노출하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범위를 축소해왔다.
정부입장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되면 투명한 거래로 세원 확보에 문제가 없지만 소득공제로 인한 조세지츌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자 이에 대해 고민해왔다.
정부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였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면 ‘중산층 증세’에 대한 반발심이 생길 것이고,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입장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연말정산 대란 이후 비과세 감면 축소를 금기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초가세수가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예산(268조1000억원)보다 25조4000억원 더 걷혔다. 이는 2017년(14조3000억원)의 1.8배 수준이다. 초과세수는 2016년부터 3년째 반복됐지만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훨씬 커진 것이다.
이런 형국이니 비과세 감면이나 신용카드 소득공제 비율 감소·축소에 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받고 있는 혜택이다. 2016년 기준 51%가 넘는 근로자들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신용카드만큼 공제를 받을 만한 항목이 없고 수혜 혜택을 누리기 쉬워 보편화 된 만큼 이를 축소하게 될시 결과적으로 증세가 돼 반발의 여지를 살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이 소득공제 축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과도한 초과세수”와 “사실상의 증세” 두가지가 맡물린 모습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에 대해 직장인 A씨(36)는 “현재 정부에서 경제를 너무 살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최근 나빠진 민심을 붙잡기 위해 고육지책을 꾀는 거같아 씁슬하다”고 말했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정부가 국민과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 민생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이 편안하고 잘사는 것이다.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지는 못할망정 주던 것 마저 빼앗아 버리면 좋아할 국민이 없지 않겠는가.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 왔다. 그렇기에 정부가 민생을 조금 더 현실적인 부분에서 챙겨야 하는 이유도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