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요금제 준비 미흡...“차질없이 준비하겠다”

▲ 5G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정부가 줄곧 내세워온 3월 말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통신사의 준비가 아직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정부 “올해 3월 말 상용화” → “가능성 높지 않다”

당초 정부는 지난 2017년 2월 ‘5G 상용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올해 3월 말 5G를 상용화하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선언했던 시기가 다가오자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7일 ‘2019 과기정통부 업무계획 발표’ 브리핑에서 “(5G 상용화를) 3월 말까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높지는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상용화 지연 이유로 단말기 품질 문제를 꼽았다. 품질이 완비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가는 걸 선호하고, 그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진 실장은 “상용화에서 걸림돌이 됐던 단말기의 품질 부분 확보를 위해 충분한 테스트 등을 진행하도록 제조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조금 진행을 해 봐야 알 것 같다. 언제가 딱 된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해 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삼성·LG 5G 단말기 출시 늦어질 듯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중 5G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3월 출시는 힘들어 보인다.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는 오는 22일 사전예약을 시작해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부품 수급 및 품질 안정화 작업이 다소 늦어져 이달 출시가 힘들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갤럭시S10 5G 출시 일정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달 9일 출시될 것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LG전자 5G 스마트폰 ‘V50씽큐’의 경우 퀄컴의 5G 모뎀칩 양산 일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달 말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4월 중에도 출시가 안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정부와 통신사간의 요금제 ‘기싸움’

5G 상용화는 단말기 뿐만 아니라 요금제 문제도 난항을 겪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유·무선 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는 요금제와 이용약관 출시에 앞서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된다.

SK텔레콤이 인가를 신청한 5G 요금제는 약 7만원대로 알려졌다. 데이터는 150GB를 제공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는 SK텔레콤이 신청한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중소량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진 실장은 “심의회에서 저가 구간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문제가 있다는 판단했다”라며 “사실 LTE(롱텀에볼루션·4G)를 시작할 때도 최저가 구간부터 전체가 다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5G에서도 그런 부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G 상용화가 다가오면서 요금제가 과도하게 비싸지지 않겠냐는 우려는 그간 계속해서 제기된다. 지난 14일 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시민모임·민생경제연구소·참여연대는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G 단말기 가격과 요금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통신비 인하 여력이 있다”며 “2~4만원대 5G 요금제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28일 예정됐던 ‘코리아 5G 데이’ 행사 개최 여부도 불확실해 졌다. 이 행사는 과기정통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기념해 기획한 것이다. 상용화를 이뤘을 때 개최가 가능해 4월 중에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과기정통부 측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당초 못 박은 3월 내에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도록 단말기 제조업체, 통신사 등 관련 업계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지적에 대해 “성공적인 5G 상용화를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품질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관련 업계와 적극 협력·소통하면서 우리나라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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