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헌재에 낙태죄 조항 위헌 취지 의견 제출

▲ 국가인권위원회 로고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2017헌바127)과 관련해 낙태한 여성을 「형법」 제269조 제1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여성 스스로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박탈하는 낙태죄는 경제적․사회적 사안에 관해 공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봤다.


민주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임신의 중단, 즉 낙태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형법」은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 또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2018년 제4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문에서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중절이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관점에서, 낙태를 합법화, 비범죄화, 처벌조항을 삭제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보건기구 역시 안전한 임신중절을 시기적절하게 받는 것을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바, 국가는 이러한 권고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실질적인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장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인권위원들은 낙태죄는 일본의용형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국가의 인구정책적 필요에 따라 작동 여부가 변화해왔고, 「모자보건법」상 우생학적 허용조건을 활용해 생명을 선별하였다는 문제 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낙태죄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게 실현되었는지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외에도 인권, 여성 시민단체들 또한 낙태죄를 통해 낙태의 예방 및 억제의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낙태죄는 상대 남성이 여성에게 관계 유지나 금전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할 경우 낙태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협박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낙태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적정한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은 "낙태를 형사 처벌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낙태의 합법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부동의 낙태 등 문제들은 의료법 개정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음에도 낙태죄 조항은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는 오랜 기간 여성을 옭죄어 왔던 낙태죄 조항이 폐지되어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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