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주주 5배 증가한 삼성전자-엘리엇과의 표 대결 펼치는 현대자동차, 이번 주 주총

▲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이번 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2216개사 중 484개사가 이번 주(17~23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는 액면분할 이후 실질주주가 5배 이상 늘어난 삼성전자,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예상되는 현대자동차가 주총을 진행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7~23일 사이에 정기주총을 개최하는 회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254개사, 코스닥시장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 등 222개사, 코넥스시장에서는 메디안디노스특 등 8개사로 총 484개사다.

◇ 액면분할 후 주주 5배 급증한 삼성전자 20일 주총

삼성전자는 오는 2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주총을 연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이번 주총에는 유례없이 많은 주주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50대 1의 비율로 주식을 액면분할한 이후 처음 열리는 주총이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실질주주는 78만8047명이다. 이는 전년(15만8000여명) 대비 약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실질주주수 2위인 SK하이닉스(30만9613명)보다도 2.5배 이상 많다.

주주가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을 잠실실내체육관 등 대형 행사장을 빌려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올해도 작년과 같이 서초사옥에서 주총을 열기로 결정했다. 대신 약 400개였던 좌석을 2배 이상 늘리고, 메인 주총장 옆에 위치한 주주 좌석에서도 현장 시청이 가능하게 쌍방향 중계 설비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들의 분위기는 삼성전자에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주가가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말 5만3000원대였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월 3만5000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현재는 4만3000원대까지 회복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삼성전자가 100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만큼 현금 용처에 대한 주주들의 질의가 나올 수도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보유액은 총 104조2100억원으로, 전년(83조6000억원) 대비 24.7% 증가했다.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다.

아울러 이번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박재완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안규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장내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심의한다.

◇ 현대차, 엘리엇과 배당 규모 등 두고 ‘표 대결’ 예상

현대차는 오는 22일 주총을 개최한다. 앞서 지난 15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주총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이날 의장을 맡은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주주들에게 “올해 미국,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의 수익성 강화 및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리는 현대차의 주총에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현대차가 배당 규모, 이사 선임 등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사외이사 선임 건에서의 대결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번에 윤치원 USB그룹 자산관이부문 부회장, 유진 오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을 추천했다. 엘리엇도 주주제안 방식으로 3명을 추천한 상태다.

또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 당 2만1967원이라는 고배당을 제시한 상태다. 배당 총액은 5조8000억원이다. 엘리엇은 현금을 풀어 주주들에게 배당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엘리엇은 지난달 28일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순현금자산은 14조3000억원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8~10조원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현대차는 1주 당 3000원, 배당 총액 8000억원을 제시했다.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고, 고배당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저해하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 앞서 지난달 28일 R&D(연구개발)와 미래 기술 분야 등에 향후 5년간(2019~2023년)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당장의 고배당 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와 수익성 제고를 통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엘리엇은 “현대차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해당 투자에 대한 수익률이 과거와 어떻게 다를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표 대결에서 현대차가 무난한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고, 현대차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지원 사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자동차업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어, 당기에 대규모 배당을 실시하는 것 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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