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몰입식 교육해도 사교육 줄지않아" 70%
- 영어중심주의 확산 등 부작용 우려… 신중검토 절실

지난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일부 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이른바 '몰입식'영어교육을 하겠다고 해 몰입식 영어교육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수위는 사교육의 방지 및 조기어학연수로 인한 가족해체를 낳고 있는 영어 광풍을 공교육을 통해 해결하겠다며 일부과목을 제외한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몰입식' 영어교육을 대안으로 내 놓았다. 하지만 여론의 반대에 힘입어 지난 28일 영어과목만을 전재로 한 몰입식 교육으로 한발 물러난 상태다.

그러나 인수위는 30일 "영어 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를 긴급하게 열 정도로 영어공교육을 '제2의 청계천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인수위에서는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에 대한 것은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다며 세계화를 위해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 초등영어 10년 성과는… ◀

작년 “초등영어 10년 성과 있었다”고 전 일간지는 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기사화했다.

교육부가 2006년 서울대 권오량 교수에게 의뢰한 “초등영어 10년 성과분석 연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영어교육 내실화를 위해 “2007년에 16개 초등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초등 영어 수업시수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며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대응해 2006년에 이미 전국 50개 초등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교육 도입 방안을 연구 중에 있고, 연구학교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 하반기에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교육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전교조와 청소년 단체는 권 교수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전교조에 따르면 보고서에서 나온 5개 고등학교가 서울의 목동고, 미림여고, 서울사대부고, 분당 대진고, 포항제철고 등이었으며 해당학교의 대부분이 속된 말로 '잘 나가는' 학교이며,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지역의 고등학교라는 것이다.

“이런 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시험성적을 분석한 후 초등영어 교육이 효과가 컸다고 발표하는 것은 일반화 될 수 없다. 사교육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차단할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교조 논평 2007년 1월 13일)

▶ 초등학교 영어교육도 사교육을 막을 수 없다. ◀

최근 서울시내의 한 학교의 학생들이 인솔교사와 함께 호주로 1개월 단기 어학연수를 떠났다. 이 학교는 영어 등 4개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몰입식' 영어교육을 하는 학교로 신입생을 대상으로 2개 반 70여명을 선발해 수업을 하고 있다.

영어 몰입식 교육의 목적이 국내 교육만으로도 어학연수의 효과를 얻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중 언어의 자연스러운 습득을 위해 특성화 고교 육성에 힘입어 서울시를 비롯해 점차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런 몰입식 영어교육을 하는 학생들마저도 국내 교육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현재 초등 1, 2학년 영어도입 시범학교인 가곡초등학교의 학부모들 중 앞으로 영어사교육을 시키겠다는 학부모가 91.6%로 나타났으며 72.4%의 학부모가 1, 2학년의 영어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교조 '1, 2학년 영어도입, 3, 4학년 영어 확대 연구학교 보고서 분석')

또 다른 설문에 따르면 만약 수업시간을 확대한다면 사교육비에 변화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70% 이상이 변화가 없다는 '보통이다'에 답을 하고 있다. 한국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영어 교육에 대한 목표가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비현실적인 기대치는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교육으로 달려가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방안” 좀 더 신중해야 ◀

조기어학연수를 일반화한 인수위는 몰입식 영어교육을 대안으로 내세웠고 그 대상을 초·중·고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었다. 지금은 한발 물러나 '영어만' 몰입식으로 한정지어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초등학생의 영어수업 시간을 초1, 2학년은 학부모·학교 선택에 따라 재량활동·특별활동, 방과 후 학교 등을 활용, 3~6학년은 영어를 영어로 하는 수업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확대 , 2010년 3-4학년, 2011년 3-6학년은 모든 영어수업을 영어로 실시키로 했다.

2007년 6월 서울영일초등학교 영어교사의 영어 발표회에 앞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 이상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었으며 받지 않는 학생들의 부모 3%를 제외하고 앞으로 받을 생각이라고 응답했다. 이 결과로 볼 때 1, 2학년 영어교육을 통해서도 사교육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학부모들은 기회가 된다면 양질의 사교육을 더 받겠다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도시 지역에서 영어 시수가 확대된다면 두 가지의 모습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영어 중심주의에 따른 영어 편중, 다른 하나는 교사들의 현실적 지도 능력의 한계 및 저항으로 현재의 부실한 영어 공교육이 확대 재생산 될 것이다.

어느 것도 영어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과목 담임제가 시행되고 있는 초등학교 교육 조차도 정체성이 흔들리고 사교육은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몰입식 영어교육에 대한 실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교육효과를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몰입식 영어교육에도 불구하고, 연수는 연수대로 나가야 한다는 판단이 학부형과 교사들 사이에 형성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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