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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과 진행하고 있는 ‘카드수수료’ 협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이번엔 유통업계다. 온라인 시장 확대와 각종 규제로 고전 중인 대형마트 들은 이번 수수료인상 사태까지 덮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와 유통업계의 수수료 협상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돌입한 가운데 양 측은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 갈등은 정부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안’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연매출 5~10억원인 가맹점은 1.5%, 10~30억원인 가맹점은 1.6%로 수수료율을 하향 조정했다. 또 매출액 5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도 현행 2.2% 수준에서 0.2~0.3%p 낮춰 2% 이내가 되도록 유도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가맹점들에게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했다. 줄어든 중소가맹점 수익분을 카드사가 대형마트에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드사들은 대형마트에 수수료율을 0.1~0.3%p 인상하겠다고 통보하고 지난 1일부터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협상 당시 0.1%p 정도의 인상률을 제시한 카드사는 유통업계에 약 2~3배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상률이 클 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이 지난달 수수료 인상률과 인상 시점만 담긴 공문만 일방적으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GS리테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회원사로 속해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수수료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카드사가) 합리적인 수수료 산정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로 수수료율을 인상했다”며 “카드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적격비용 등 수수료 산정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통업계는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에 대한 근거자료 등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휴사항 같은 것들이 카드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각 사 별로 나눠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 명확한 근거자료는 받은게 없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가맹점 경영환경 변화 및 경쟁 심화에 따라 많은 경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백화점과 SSM(기업형슈퍼마켓)도 각각 1.2%, 2.0% 증가하는데 그쳤다.

체인스토어협회는 “회원사들은 이미 급성장하는 무점포소매업의 치열한 경쟁과 중소유통과의 상생을 위한 월 2회 의무휴업 등으로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현대·기아차와의 협상 당시 카드사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0.1%p 인상안을 제시한 카드사에 반발한 현대·기아차는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두며 맞섰고, 결국 기존 1.8% 초중반대에서 1.89%로 올리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경우 이같은 초강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마트의 경우 고객 불편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카드 수수료 인상이 수익성과 연결되는 만큼 어떻게든 수수료 인상률을 낮추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협상을 통해 카드사가 제시한 인상률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대형마트들의 출혈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경우 연간 140~150억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융당국은 수수료 협상을 하고 있는 대형 가맹점을 향해 경고를 날리며 카드사 지원 사격에 나섰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협상 과정을 점검하고, 위법행위가 있으면 형사고발 등 엄중조치를 취하겠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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