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자살 보험금 지급 대립과 비슷…삼성생명 법정 싸움두고 사외이사 선임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출입기자 신년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김정훈 기자] 즉시연금관련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는가로 금융 당국과 대형 보험사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업권에 대한 종합검사 가능성도 검토하면서 ‘자살 보험금 지급’ 등으로 미운털이 박힌 대형 보험사들에게 고강도 압박을 넣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금감원이 지난해 불거진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암입원보험금 관련 민원 등으로 소비자들을 공식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혀 생보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경영실태평가 검사 예정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로 전환해 시범 실시했다. 올해부터는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2∼3년마다 종합검사 대상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금감원이 일정한 기준을 정한 뒤 이 기준에 미달한 금융회사를 우선 검사하고, 충족하는 회사는 검사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위해 감독목표 이행 여부나 지배구조, 내부통제 적정성, 내부감사 기능 작동 여부, 소비자 보호 실태, 재무건전성 등의 항목을 가지고 평가지표를 만들었다. 금감원이 보유한 기초 자료와 이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금융회사들을 평가해 취약점이 많거나 업무 전반에 점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사 대상으로 선정한다.

금감원이 소비자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을 필두로 삼성생명은 최근 몇 년간 자살보험금·즉시연금 미지급금·암입원보험금 등으로 소비자보호 부실 민원이 많았다.

즉시연금이란 고객이 목돈을 한 번에 보험료로 내면 그 운용수익 가운데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왔을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는 만기환급형 상품이다. 운용하던 생보사들은 가입자가 낸 원금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비용에서 뺀 금액을 적립했다.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고자 매월 지급하는 연금이자의 일부를 떼어내 만기까지 적립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이 문제가 있다고 본 점은 바로 이러한 점이 약관 설명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소비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해당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상품 가입 시 설명한 최저보장이율에 연금액이 못 미친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것이 원인이 됐다.

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생보사가 연금을 과소지급했다고 판단해 제외됐던 돈을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5만5000여건을 포함, 생보사 전체 16만건이 넘는 유사 사례에 대해 일괄 구제를 지시했다. 관련 미지급금 규모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생보업계 내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이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미지급한 채무가 없다며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계약자 5명을 상대로 나란히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해당 계약자들을 돕겠다고 나서면서 삼성·한화생명은 사실상 즉시연금 고객이 아닌 금융당국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 삼성생명 로고(홈페이지 캡처)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때부터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워온 대표적인 금융사다. 2014년 국내 생보사들은 자살과 관련 약관대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왔다.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나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미지급의 정당성으로 내세웠으나 대법원은 2016년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주요 보험사들은 3월 주총 시즌을 맞아 기존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와 더불어 새로운 사외이사들을 들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신규 사외이사로 ‘법조인 출신’ 인사들을 불러모으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21일 주주총해를 통해 이근창·이창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허경욱 사외이사는 연임에 성공했다.

삼성생명 이사로 신규 선임된 이근창 사외이사는 보험개발원 연구위원과 한국보험학회 회장을 거쳐 영남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창재 사외이사는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로 시작해 59대 법무부 차관직을 역임, 현재 법무법인 아미쿠스 대표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재선임된 허경욱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부 국장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직을 겸직하고 있다.

이처럼 소송을 대비한듯한 만전의 준비를 다한 삼성생명은 법무부 장관대행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금감원과의 정면승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은 전문성과 다양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일뿐 법정 소송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나친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