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규홍 정치부 기자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는 과학 이론이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가 1972년에 최초로 주장한 이론으로 ‘한 나비의 날갯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태풍으로 연결될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조그마한 현상하나가 나중엔 큰 태풍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설을 통해 그간 국내외의 대형사건의 발단에 조그마한 사건이 있었다는 비유법으로 적절히 쓰여왔다.

3월 내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버닝썬게이트’를 표현하는 단어는 역시 '나비효과'이다. 클럽에서의 단순 폭행사건이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이사와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김상교씨는 억울함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오히려 김 씨를 체포하고 경찰조사를 벌였다.

이 사건에 분노를 느낀 김 씨는 경찰이 자신을 부당하게 다뤘다고 주장했고 언론제보를 통해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알렸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빅뱅의 멤버 승리가 버닝썬의 이사로 재직중이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사건은 더욱 확장됐다. 이어진 경찰조사와 언론보도, 그리고 제보가 연일 이어지면서 '버닝썬 게이트'는 연예계를 넘어 거대한 사회문제로 확대됐다.

그간 이 게이트를 통해 강남 클럽에서의 공공연한 마약거래와 성범죄가 알려졌고, 유명 인기 연예인들의 비도덕적인 문란한 사생활과 경찰과의 유착, 고의적인 탈세의혹까지 불거졌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한 점 의혹없는 철저한 수사”를 지시내리면서 ‘버닝썬게이트’는 검경의 명운을 거는 일대의 대사건이 됐다.

이 게이트를 통해 그간 베일에 쌓였던 정경유착 카르텔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의 오영훈 의원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사건이 국정농단의 당사자 최순실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결되었다”며 사실상 ‘국정농단 사건 시즌2’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중들은 이 사건을 통해 적잖이 충격을 받고 있다. 그간 한류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국내외의 사랑을 받아왔던 어린 아이돌 가수들이 사실은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사생활을 누리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적발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과 유착해 왔던 사실 그리고 겉으론 대중들에게 사과를 하는 척하며 뒤에선 사건은폐를 시도하고 있었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을 목격하며 그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경찰이 연루된 사건인데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과거 일부 연예인들의 마약사건에 대한 봐주기 의혹이 일고 있는 검찰에게도 역시 사건의 진상을 밝힐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현안이 있기 때문에 경찰들 스스로가 정말 설 자리가 없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의 말대로 ‘버닝썬게이트’에 대한 검경의 수사규모를 보면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하지만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검경은 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공수처 설치 도입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이제는 검경의 명운을 걸때가 왔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길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부디 검찰과 경찰이 저버리질 않길 바란다.

국민들의 분노를 검경이 과연 어느 정도 해소 시킬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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