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택시 ‘웨이고블루’ 체험...서비스는 만족, 요금은 부담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타고솔루션즈가 지난 20일 앱을 통해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면 ‘승차거부’ 없이 즉시 배차되는 ‘웨이고블루’를 출시했다. 웨이고블루는 사회적대타협기구에서 이룬 합의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협력해 플랫폼 운영체제를 장착한 택시다.
웨이고블루는 친절 교육을 이수한 우수 드라이버가 △불친절 △난폭운전 △과속 △말 걸기 등이 없는 ‘4無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승객 편의를 위해 공기청정기 가동, 스마트폰 무료충전 등 각종 편의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승차거부를 없앨 수 있었던건 택시 호출 시 기사에게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고 인근 빈 택시가 자동배차되기 때문이다.

<투데이코리아>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유니온센터 앞에서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태평로빌딩까지 웨이고택시를 타고 직접 이동해봤다.

▲ 웨이고블루.

◇ 100여대로 시범 운행 중인 웨이고블루...차량 내부는 쾌적

24일 오후 4시 25분 기자가 카카오T 앱을 구동하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 후 ‘택시 선택하기’를 누르자 △일반호출 △스마트호출 △웨이고블루 등 세 가지 항목이 표시됐다. 각 항목에는 예상금액이 나타나 있었고, 웨이고블루의 경우 일반호출 요금이 3000원이 추가된 금액이 적용돼 있었다. 요금이 부담스러웠지만 웨이고블루를 선택해 호출하기를 눌렀다.

웨이고블루를 선택하자 ‘부르는 즉시 오는 새로운 택시 서비스입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이어 ‘서비스 이용 시 3000원의 이용료(호출량에 따라 탄력요금 적용)가 결제된다. 배차완료 1분 이후 취소 시 수수료 2000원이 부과된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호출 후 배차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웨이고블루는 현재 100여대로 시범 운행 중이기 때문이다.

오후 4시 29분 ‘약 6분 후 도착’이라는 문구와 함께 배차완료 알림이 왔다. 배차된 택시는 양재동 일동제약 인근에서 출발해 유니온센터로 오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이 되니 ‘예약’ 이라는 표시를 한 K5 택시가 도착했다. 흰색 바탕에 ‘Waygo Blue’라는 문구가 적힌 택시였다. 다만 보닛에는 아무런 문구가 없기 때문에 얼핏 보면 일반 택시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택시에 탑승하자 기사는 “안녕하세요. 웨이고택시입니다. 태평로빌딩으로 가는 손님 맞으시죠”라는 말과 함께 부드럽게 운행을 시작했다.

웨이고택시 내부는 매우 쾌적했다. 출고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이기 때문에 담배냄새, 악취 등은 물론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공기청정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또 스마트폰 충전을 원하는 승객들을 위해 별도의 충전 케이블도 마련돼 있었다.

기사는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신호위반, 무리한 끼어들기, 과속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 비교적 한산한 도로를 달릴 때도 시속 80km를 유지했다.

▲ 웨이고블루 내부에는 공기청정기와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이 마련돼 있다.

◇ 기사는 웨이고블루에 ‘매우 만족’

웨이고택시 기사는 목적지에 대한 질문 외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4無 서비스’에 ‘말 걸지 않기’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기자가 먼저 웨이고택시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기사는 “아주 좋은 사업”이라며 입을 열었다.

10년째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고 밝힌 이 씨(61)는 “손님들이 승차거부가 없고 편해서 만족하기도 하지만 기사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도 좋아한다”며 “반응이 좋으니까 운전하기가 더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20일 웨이고블루 기자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태우고 직접 시범 운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장관은 이 씨에게 “앞으로 웨이고블루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씨에 따르면 웨이고블루는 법인택시 기사 중 ‘성실 근무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기사들이 앞서 받은 교육에서도 회사 측이 강조한 것은 ‘친절’ 한 가지다.

이 씨는 “연수원에 모여 1박 2일로 교육을 받았고 타고솔루션즈에서 따로 4시간의 교육을 추가로 이수했다”며 “그때도 강조한 것은 ‘친절’ 하나 뿐”이라고 설명했다.

웨이고 택시 기사들에게는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월급제’가 적용된다. 기사들은 하루 8시간 40분, 한 달 중 26일을 근무한다. 근무 시간은 회사 측에서 모니터링 한다. ‘호출받기’ 상태를 유지해야 근무 시간에 포함된다.

이 씨는 “기사 입장에서도 사납금 채우려고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며 “심적으로 안정되니까 승객들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웨이고블루 이용 과정.

◇ 목적지 도착하니 요금에 3000원 추가 결제

약 30분이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니 이 씨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말을 해주며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미터기에는 1만4600원의 요금이 표시돼 있었다. 미리 등록해 놓은 카드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요금은 기사에게 직접 결제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리니 운행요금(1만4600원)에 웨이고블루 이용료 3000원이 추가돼 총 1만7600원이 결제됐다.

쾌적한 환경과 안전한 운행, 친절함 등 웨이고블루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3000원이라는 이용료에 대해서는 부담과 아쉬움이 들었다. 택시 기본료에 가까운 가격을 추가로 내면서 탈 승객들이 많이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웨이고블루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승차거부 없는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타다’의 경우 택시요금보다 20% 정도 비싸다.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해 더 넓고 편안한 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타다 기사들도 말 걸지 않기, 스마트폰 충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장인 주 씨(27)는 “평일이나 주말 낮 시간대에는 빈 택시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3000원을 더 내고 웨이고블루를 호출하지 않을 것 같다”라며 “솔직히 승차거부는 없어져야 하는게 맞는건데 당연히 보장받는 것을 누리려면 3000원이라는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는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웨이고블루보다는 타다를 이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웨이고블루는 시범 서비스를 거쳐 오는 4월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타고솔루션즈는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연내 4000대 규모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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