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장관...특별수사단 구성으로 가닥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지난 22일 밤 인천 국제공항에서 자그마한 소동이 일어났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해외출국을 시도하려다 출국을 제지당한 것이다.

당시 김 전 차관 일행은 11시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뒤 출국을 시도했다. 출국 심사대까지 무사히 통과한 김 전 차관은 비행기 탑승을 앞둔 몇 분전 법무부의 긴급조치로 출국을 제지당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공항엔 취재진이 몰렸고 김 전 차관은 내부 게이트에서 5시간 정도를 대기하다 결국 취재진을 밀쳐내고 도망치듯 공항을 떠났다.

김 전 차관은 해외로 도망가려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왕복 비행기표였으며 머리를 식히러 잠시 갔다올 계획이었다”고 밝혔지만 인천공항 관계자는 “원래 김 전 차관은 말레이시아 항공권을 구매하려 했으나 현장 발급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태국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밝혀 김 전 차관의 해명에 대해 거짓논란이 일어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과거사 재조사위는 지난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김학의 별장 성접대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 위원장 대행은 “우리 국민들, 심지어 판사들도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으로 출석 요청을 받아 응할 의무가 없음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전직 고위 검사가 우리 위원회의 조사에 협조는 커녕 심야 0시 출국이라니, 국민들을 뭘로 보고 그러셨느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김학의는 누구인가?

1956년생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며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법조인이다.

이후 검사가 된 뒤엔 수원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기획관을 거쳤고 대검 중수부 연구관, 법무 연수원 기획부장을 거치는등 검찰 내부에서의 신망도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엔 인천지방검찰청 지검장을 지냈고 2011년엔 광주 고검장을 지냈다. 2012년엔 대전 고검장을 지내다가 결국 2013년 3월 15일 법무부 차관의 자리에 오르며 검찰 내부에서 ‘출세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차관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문제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 불거졌고 이후 차관에 부임한지 일주일만에 스스로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던 김 전 차관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별장 성접대 사건을 문제삼아 변호사 등록을 거부했으나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를 뒤집어 2016년 1월 김 전 차관의 변호사 등록을 통과 시켰고 이후 변호사로 지내왔다.

김학의는 왜 무혐의가 되었나?

김학의가 법무부 차관자리에 오르자 평소 알고 지냈던 건설업자 윤중천으로부터 뇌물 수수를 비롯해 각종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김 전 차관은 윤중천의 소유로 알려진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별장에 초대되었고, 이 때 ‘별장 성접대 사건’이 이뤄졌다.


그리고 동여상이 나왔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동영상 속의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30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받아냈고 동영상 원본을 국과수에 보내 과학적 성분 분석까지 마쳤다.

▲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윤중천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13년 11월 동영상속의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인지 아닌지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하지도 또 은행 계좌조차 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풀리자 김학의 전 차관을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확실한 물증까지 존재하는 수사가 갑자기 무혐의로 결론나자 누군가 이 사건에 압력이나 외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자연스레 일어났다.


26일 JTBC는 김학의 사건이 터진 당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김기용 전 경찰청장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 수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밝혔고 이후 “청와대 인사로부터 ‘더 이상 일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면서 “당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메시지는 정확히 있었고 검증 차원에서 당시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알아봤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보장한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렵다’는 뜻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며 “사퇴압력이 있었단 것을 확실히 알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주진우 기자는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학의 전 차관의 아버지는 박정희가 총애하던 군인이어서, 집안 간 교류가 있었다. 또 최순실하고도 관련이 있다”며 “두 사람의 친분이 두터웠다”고 말했다.


주 기자는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김학의가 가장 중요한 검찰 인사였다. 사실은 김학의를 검찰총장시키려고 했는데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조사해 보니까 부정한 일이 너무 많았고 성접대 의혹 사건이 워낙 명확하게 드러나 그때 후보로 못 올렸다”며 “총장에서 미끄러지면 보통 물러나는데 가만히 있다가 법무부 차관으로 보냈다”고 차관 임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의 입장은?

본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돌입한 대검찰청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


27일 대검찰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확정된게 아무것도 없다.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서 검찰의 입장을 말해 드릴수가 없다”고 말하고, 이어 “수사 방향이 정해지면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검찰은 특별수사단을 꾸려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김학의 사건 재조사에 대한 질문에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며 “검찰총장과 수사 주체에 대해 협의했고, 효율적이고 신속하면서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 김부겸 행안부장관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을 가졌다


박 장관은 “세부적인 특별수사단 구성에 관해선 더 논의해봐야 하며 외부인사는 참여하지 않는다. 수사대상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행안부장관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버닝썬, 김학의, 장자연 사건 수사 보고를 받으면서 “한점 의혹없는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며 “검경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것”이라고 특별한 지시를 내렸다.


과연 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각종 의혹을 해소시킬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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