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에 책임을 묻는 정부와 주주들, 누구든 잘못하면 책임을 지는 시대

▲ 최한결 기자(경제부)

 

최근 국내 항공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오너리스크' 대응에 실패해 ‘불시착’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28일,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깜짝 사퇴를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난 발표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입장문에서 “박 회장이 아시아나그룹의 재무지표 악화 등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유는 회사 사정을 해결하지 못한것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감사결과 ‘한정’을 받은 바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주가거래가 금지되고 상장이 폐지 되는 것 아니냔 괴소문까지 퍼졌다.

물론 재감사 결과 ‘적정’을 받아내긴 했지만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공시된 2018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한정을 받았던 1050억원 손실보다 900억원이나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82억원으로 88.5% 감소했다. 한정 의견을 받은 887억 당시 4분의 1이다.

가장 충격을 안겨줬던 것은 부채비율로 한정당시 626%보다 25%포인트 높아진 649%로 나타났다. 부채금액은 수정 전 보다 1400억원이나 늘어났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현재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떨어질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조 1328억원에 달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을 즉시 상환해야 할 상황도 직면했다.

박 회장은 “주주와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퇴진이 임직원 여러분에게는 저의 책무를 다 하지 못한 것이라는 모순에서 많은 고심을 했다”며 “그룹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그룹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명망 있는 분을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회장이 물러났다고 해서 경영권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형태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31.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금호산업의 대주주는 금호고속 등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약 45%다. 직·관접적으로는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최근 ‘불시착’한 다른 항공사 오너는 조양호 한진그룹회장이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이 반대로 부결됐다. 찬성이 64.1%로 주주총회 참성 주주들이 찬성 66.66%가 넘어야 했지만 2.5%가 부족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한 것은 ‘오너리스크’에 따른 주주들의 민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 지난 2014년, ‘갑질’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탄생하게 한 ‘땅콩회항’부터 ‘박창진 사무장 혹사’, ‘조현민 전무 물벼락 갑질’, ‘이명희 여사의 폭행과 폭언 영상’부터 가장 최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남편 폭행·폭언 영상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오너 일가의 일탈과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반기를 든 것은 국민연금이었다. 글로벌 의결권 가문사 ISS와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등은 이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그리고 그에 동참한 개인주주와 외국인 등이 합세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직 연임을 막았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듀십 코드를 활용해 경영을 방해할 수 있다는 논란도 있지만, 국내최초로 주주들이 주주권 행사와 ‘스튜어쉽 코드’에 힘으로 오너 퇴출이라는 최초 사례가 됐다.

시대는 ‘보스’보단 ‘리더’를 원한다. 리더는 자율적이고 자신의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알며 보듬고 이끌 자격이 있다. 하지만 보스는 수동적이고 자신밖에 모르고 내치기 바쁜 존재다.

글로벌 경제가 어두운 전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오너리스크와 리더가 아닌 보스는 시련의 과정에서 함께하고 싶은 시대상은 아니다.

또한 잘못을 했으면 사과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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