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오는 7일은 제63회 신문의 날이다. 1896년 4월7일 서재필 윤치호 등에 의해 독립협회 기관지 ‘독립신문’ 이 창간된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1957년 한국신문인협회가 결성되면서 신문의 날을 정해 ‘신문의 사회적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신문인협회는 동시에 신문윤리강령을 선포했고, 신문주간을 정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신문주간 표어를 선정해 발표해왔다. 제1회 신문주간 표어는 “신문은 약자의 반려(伴侶)”였다. 지금 생각해도 선배 언론인들의 생각은 간결하고 강렬하다.

신문은 약자의 반려 (伴侶)

최초의 순한글 민간신문 독립신문이 창간된 지 120년이 넘었고, 신문인협회가 만들어진 지 6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신문, 미디어 환경은 급변했다. 언론은 종이신문 위주에서 라디오 TV 인터넷 SNS 등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사명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신문은 약자의 반려”라는 경구(警句)는 오늘날에도 한 치 어김없이 언론인들의 뇌리를 짓누른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 환경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誌)는 작년 말 올해(2018년)의 인물에 보도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거나 감옥에 갇힌 4명의 언론인과 신문사 1곳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들을 ‘진실에 대한 전쟁과 수호자들’(The Guardians and the War on Truth)로 명명했다. 수십 년 전과 크게 바뀌지 않는 언론 현실을 상징한다.

언론자유가 꽃피었다는 미국의 상황을 보자. 트럼프대통령은 자신에 불리한 기사를 쓴다며 “뉴욕 타임즈(NYT) 보도는 거짓이다. 그들은 진정한 국민의 적이다”라고 몰아 세운다.


이에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발행인은 “국민의 적이란 말이야 말로 거짓이며 위험하다. 독재자와 폭군들이 휘둘러 온 추한 역사가 있다”고 맞섰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성명서에서 “미국 건국자들은 자유언론이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믿었다”고 상기했다.


그리고 그는 역대 대통령들의 언론관을 인용했다. “모든 이의 안전이 자유언론에 있다”(토머스 제퍼슨) “활발한 언론이 없는 자유 사회는 위험하다”(존 F 케네디) “자유롭고 강력하고 독립적인 언론보다 더 필수적인 요소는 없다”(로널드 레이건)


‘권력을 비판하는 뉴스가 가짜 뉴스’라는 프레임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가짜뉴스 논란이 자주 일어난다. 정부는 물론이고 서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뉴스를 가짜뉴스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짙다. 요즘 좀 조용해졌지만 정부 여당이 앞장서서 이른바 ‘가짜뉴스 금지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작년 말 국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새뮤얼 프리드먼 NYT칼럼니스트는 “권력은 정확하고 진실한 뉴스에도 자신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가짜 뉴스’라는 말을 붙인다. 미국에서조차 권력자가 동의하지 않는 뉴스, 권력을 비판하는 뉴스가 가짜 뉴스가 된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라고 말한다.


비민주주의적인 정권일수록 가짜 뉴스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정직하고 정확한 기사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충고다.

가짜 뉴스, 그리고 팩트 체크

오늘날 언론계의 화두는 ‘팩트 체크’다. 팩트 체크란 무엇인가. 더 이상 과거처럼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식의 전달만으로는 언론의 책무를 다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저널리스트들로 하여금 기계적인 균형을 넘어서 판정자를 자임하게 됐다.


언론은 오랜 시간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무력하게 받아쓰기만을 반복해온 이른바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정치보도에 대한 반성에서 팩트 체크가 시동했다. 기존 저널리즘의 누적된 실패에 대한 반성의 팩트첵킹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저널리즘 실천양식을 ‘발명’했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팩트 체크 저널리즘의 주요 원칙)


언론의 거듭되는 실패를 목격하면서 워싱턴 포스트의 노장기자 데이비드 브로더가 “기자들이 정치인들의 발언이 진실인가를 검증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끈질기게 게재하면서 팩트 체크에 불을 당겼다.


2004년을 전후하여 미국에선 주요 언론사와 기관들이 앞다투어 팩트 체크 기관을 설립,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언론사가 팩트 체크를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쪽은 비정부기구(NGO)의 팩트 체크 사이트가 주종을 이룬다. 그들의 활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팩트 체크 저널리즘은 분명히 기존 언론 관행을 뛰어넘는 혁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이나 회의도 없지는 않다. 체크 대상 선정에서부터 체크의 객관성 투명성 주체의 중립성 등에 대한 엄격한 관리에 대한 우려이다.


국제 팩트 첵크 네트워크(IFCN)는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면서 정치적 불편부당성, 독립성, 투명성 등을 지키기 위해 2016년 팩트 체크의 국제기준이라 할 수 있는 ‘IFCN준칙’을 만들었다.


전세계적으로 54개 기관이 이 준칙을 준수하는 기관으로 승인받았다. 우리나라도 몇몇 언론사가 팩트 체크를 하고 있지만 IFCN준칙 준수기관으로 승인받은 곳은 없다.어떤 곳은 팩트 체크를 내세워 자신들의 비판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도 없지않다. 어쨌든 우리 언론계도 국제적으로 대세인 팩트 첵크 저널리즘에 등승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본다.

이쯤해서 팩트 체크는 접어두고, 신문의날을 맞아 떠오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상기하고자 한다(2017년 1월 18일)


“그동안 감사했다. 여러분이 쓴 기사가 다 마음에 들었던 건 결코 아니다. 그게 우리(권력과 언론)관계의 핵심이다. 여러분은 대통령인 나에게 아첨꾼이면 안된다. 회의론자여야 한다. 나에게 거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정 봐주고 칭찬해도 안된다. 언론이 비판적인 시각을 던져야 막강한 권한을(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민주주의는 여러분을 필요로 한다”


아, 멋지지 않은가!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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