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거래소 폐지·금지 법안 마련부터 1년 지난시점…블록체인은 남았다

▲ 2017년 말부터 2018년 1월까지 폭등했던 가상화폐가 불과 1년사이 4분의 1 가격이 됐다. (비트코인 이미지)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지난해 1월 10일, 가상화폐 규제가 법안 마련 이전 최고가를 찍었던 비트코인은 1비트코인당 2600만원이 넘었다. 2017년 11월 기준 800만원이던 비트코인이 단 몇 개월만에 두배를 넘는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법무부를 필두로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와 강도 높은 금지법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가격 급등락 원인이나 이런 것들이 상품거래와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버블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손해가 너무나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엄청난 패닉, 공포 심리로 폭락을 면치 못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정부가 국민의 꿈을 막아버렸다”며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올렸다. 결국 20만명이 넘는 청원인들이 몰리면서 청와대에 정식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정부가 국민들의 꿈을 빼앗아 갔다’는 주장에 대해 “가상화폐 관련 문제는 크게 3가지다. 가상통화자체,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행위, 블록체인 기술”이라며 “정부가 중점적으로 보는 문제는 거래행위 분야로 불법 행위나 불투명성을 막는데 있다”고 밝혔다.

▲ 비트코인의 1년 사이 거래금액 그래프.단위는 원으로 지난해 1월 규제발표 이전 2600여만원을 기록했고 불과 몇달만에 폭락을 연이어 현재 500만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인원 비트차트 캡처)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의 가격은 어떨까? 오늘(2일) 오후 1시기준 가상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500여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2500만원대를 기준으로 보면 반의 반토막 가격이 됐다. 단 1년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우려했던 부분인 거래소의 불법적 행위도 문제가 됐다. 지난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선 가상화폐 140여억원이 유출됐고, 내부자 소행으로 추정됐다.


또한 국내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해 말 250조원대 허수 주문으로 1500억원대 비트코인을 판매해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운영업체 임직원 3명이 기소됐다.


이들은 서비스 오픈 초기인 2017년 9월에서 11월까지 가짜 계정을 만들고 1221억원 상당 실물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를 꾸몄다. 이후 시장 주목도가 높은 비트코인 거래시장에 깊게 관여하면서 35종의 가상화폐에 거래에 참여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2개월 동안 시도한 가상매매 규모는 4조2670억원, 허수주문은 254조538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도 이 사건은 재판중에 있다.


또한 블록체인 방식이 보안이 높다는 장점 때문에 일명 ‘검은 돈’으로 은닉하기 좋아 범죄 수익으로도 사용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해 5월 대법원 판결을 받은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을 몰수한 일이다. 이 법원 판례로 전자파일 형태인 가상화폐가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게 됐지만 그만큼 검은 돈으로 활용되는 가상화폐의 어두운 면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30일 안모씨는 세간에 유명세를 떨친 불법 음란물 사이트 ‘AVSNOOP.club’을 2013년 12월부터 운영한 사이트의 사용료 명목으로 비트코인 등을 받아 1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5월 구속 기소됐다.


이때 대법원은 범죄수익으로 챙긴 191비트코인을 몰수하고 당시 시세로 환산한 6억9587만원을 추징하라는 명령도 확정했다.


또한 가상화폐 실명제를 적용하기 이전엔 탈세에도 유리했다. 따라서 A가 B에게 거래했을 내역은 남을 지라도, A가 누군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범죄 수익이나 검은 돈들을 세탁할 때 가상화폐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17년 말 가상화폐 특별대책에서 추진된 실명제를 도입하고 2018년 1월부터 적용했다. 많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거래되던 가상화폐 거래소가 그동안 냈던 세금은 단 한푼도 없었다.


이런 흐름은 당시 주요 국가들도 인지했다. 지난해 G20(주요 20개국) 경제수장들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는 “암호자산(crypto-assets)을 비롯한 기술 혁신은 금융시스템과 전반적인 경제에 상당한 유익하다. 하지만 하지만 투자자 보호, 시장 무결성, 탈세,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의 위험성이 있다”며 “기축통화로서의 속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사고들로 ‘가상화폐’는 안전하지만 ‘거래소’는 안전하지 않다는 역설이 태어났고 이를 불신하는 투자자들도 증가해 전체적인 가상화폐의 이미지가 끝없이 추락했다.


정부에서 우려하던 투자 목적이 아닌 투기 정황과 시장 교란, 낙폭이 커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알려진것이 불과 몇 개월 사이였다. ‘꿈의 투자’, ‘성공의 사다리’에서 ‘사기’, ‘투기’, ‘다단계’라는 인식으로 전환됐다.


가상화폐 투자자 A씨는 “지난해 2월 각종 규제안들이 발표된 시점을 ‘악몽’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당시 은행이 가지고 있던 돈과 급여이체되는 통장까지 전부 가상화폐 계좌로 사용했다”며 “주변에 가상화폐를 하지않는 사람들이 바보로 보였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다른 투자자 B씨는 “지난해 5월까지 가상화폐에 투자했지만 8월 이후 그만둔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한달만에 3000만원을 벌었는데 2주만에 5000만원을 잃었다. 당시 너무 힘들었지만 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언젠간 일어질 배드엔딩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한다.


▲ 하이먼 민스키 모델. (인터넷 커뮤티니 캡처)

가상화폐를 설명하는데 가장 많은 인용이 되는 것은 ‘하이먼 민스키’ 모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그래프 모습은 하이먼 민스키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


하이먼 민스키 모델은 현명한 투자자들이 자산가격을 올려 놓으면 이를 평가하는 기관이나 투자가들이 1차 현금화를 통해 가격을 올려놓고,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참여를 부추긴뒤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하지만 ‘열정’단계와 ‘탐욕’, ‘환상’ 단계를 거치고 ‘이것이 가치가 있는가’란 새로운 논리가 탄생하는 순간 2차하락과 함께 공포심리와 투매가 이루어져 폭락하게 된다. 현재까지 가상화폐가 밟은 일련의 과정과 매우 닮은 모습이 많다.


다만 우리에게 가상화폐의 근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기술인 블록체인은 현재 무궁무진한 발전을 앞두고 있다. 정부도 블록체인 전문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기술검증(PoC) 지원 사업’과 ‘블록체인 기술 컨설팅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8일 밝혔다.


김정원 과기정통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은 “정부는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상용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동 사업을 통해 우수한 블록체인 전문기업이 발굴·육성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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