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예측 불가능으로

▲ 4.3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여영국, 정점식 당선자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2020년 총선을 1년 남겨두고 열려 그 어느때보다 관심을 많이 받은 4.3 재보궐 선거가 무승부로 끝났다.

투표결과 창원 성산구에는 진보 단일후보인 정의당의 여영국 후보가 당선되었고, 경남 통영,고성은 자유한국당의 정점식 후보가 당선됐다.

각 당은 이번 재보궐을 앞두고 당의 지도부가 모두 총출동하여 다가올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진보, 보수진영에서 각각 1석씩 따내며 내년 총선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황교안 대표 논란이 결정지은 창원 성산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지역은 단연 창원 성산구였다. 이 지역은 정의당의 전 원내대표였던 故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로 드루킹 사건에 연루되었던 노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정의당은 노 의원의 죽음을 슬퍼할 새도 없이 다시 수성을 하기위해 골몰했고 결국 여영국 후보를 이 지역에 공천했다. 여 후보는 경남 사천 출생으로 창원대를 나와 전국금속노조 조직국장을 거쳐 9대, 10대 경남도 의원을 지내며 창원을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벌여 이 지역에서 나름 인지도를 쌓아왔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 지역에 권민호 후보를 공천시키는 바람에 진보후보 단일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결국 두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단일화를 결정하기로 했고 여론조사결과 여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는 결과가 나오며 권 후보는 자진 사퇴했다.

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역시 창원대학교를 나왔고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기윤 후보를 공천해 여 후보와 대결을 벌였다. 강 후보역시 7대, 8대 경남도 의원을 지냈고 경남 창원일대를 무대로 정치활동을 해온 지라 예측할수 없는 승부가 예상되었다.


두 후보 모두 약점이 있었다.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노동운동을 했지만 '폭력 등 전과 7범'이라는 타이틀이 있었고, 강기윤 한국당 후보는 공안검사 출신이지만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약점을 뒤로하고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친 것은 경남FC 경기장에서 유세를 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축구장에서 선거유세를 하여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30일 황 대표는 강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창원을 찾았다. 마침 이날은 경남 FC가 대구FC와 경기를 펼치는 날로 경기장에 많은 시민들이 찾을것이 예상되었다.

각 정당들은 일제히 경기장으로 몰려가 선거유세를 펼쳤는데 이중 황 대표와 강 후보는 경기장 안으로 진입하여 선거운동을 펼쳐 논란에 휩싸였다.

프로축구연맹은 규정을 통해 경기장 내에서의 선거운동 및 정치적 발언등을 일체 금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황 대표와 강 후보는 경기장 내에서 선거운동 점퍼를 입고 기호 2번 손가락을 펼쳐보이며 논란을 자초했다.

자유한국당은 처음엔 그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지만 경남 FC는 입장문을 통해 “당시 출입구에서 직원들이 이들에게 경기장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안된다고 고지하고, 선거운동 점퍼를 벗으라고 요구했지만 황 대표와 강 후보는 이를 무시했으며 벗는척을 하고 경기장에 입장해 다시 점퍼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경남 FC는 졸지에 연맹 규정을 어겨 최대 승점 10점 삭감을 비롯, 무관중 경기, 고액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일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말리지 못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경남 FC에 벌금 2천만원의 징계를 처분했다.

징계후 경남 FC는 입장문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벌금을 대납하지 못할 경우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자유한국당은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결국 이런 논란을 안고 선거는 치뤄졌다. 애초엔 이 같은 논란을 등에 업고 여영국 후보가 무난히 당선될 줄 알았지만 선거는 의외로 박빙속에 치러졌으며 결국 자정쯤되어 여 후보의 당선이 결정됐다.

정치 컨설팅 업체인 윈지코리아의 박시영 부대표는 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확실히 황 대표 논란이 선거를 결정지었다고 분석했다. 박 부대표는 “선거의 승부는 사전 투표함이 열리면서 결정되었는데 창원의 사파동, 상남동, 가음정동에서 여 후보 득표가 많이 나왔다”며 “특히 사파동은 경남 FC의 홈구장이 있는 동네였다. 이 곳에서 2천표 정도가 뒤집어지며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말했다.


여영국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새벽 출근전에, 퇴근 이후의 시간을 이용해 투표장을 찾아준 유권자들에게 감사한다”며 “이번 선거는 그 분들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창원의 경제가 어려운데 창원 경제를 살리겠다는 열망으로 당선된 것이 아닌가싶다. 저의 당선보다는 창원 시민들의 승리라고 이번 선거를 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양문석 후보 지원에 나선 이해찬 대표, 정점식 후보 지원에 나선 황교안 대표

보수강세 재확인한 통영·고성

반면 통영·고성에서의 승부는 예상대로 별 다른 이견없이 자유한국당의 정점식 후보가 당선됐다.

전통적으로 통영·고성은 보수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40년간 진보계열의 후보들이 한번도 이기지 못한 곳이다.

이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역에 대해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려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고 결국 이군현 후보가 무투표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다시 이 지역에 재보궐이 이뤄졌다.

거기에 이 지역을 먹여 살리던 조선 산업이 불황을 겪으며 지역민심이 나빠진 기회를 잡아 여당은 통영출신의 양문석 후보를 공천해 정점식 후보와 대결을 벌였다. 여당은 이곳에서 반전을 만들기 위해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릴레이로 선거유세에 뛰어들어 지역 민심을 공략했다.

그러던와중 정 후보에게 악재가 터졌다. 지난 23일 정 후보의 측근이 지역 신문사인 한려투데이의 기자에게 금품을 주어 정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달라는 로비를 한 것이 전격적으로 폭로되었다.

당시 로비제의를 받았다는 한려투데이의 김숙중 기자는 “정 후보의 측근인 오 모씨가 접근해 정 후보가 지난 2009년 통영지청장을 지낼 때 내가 모셨던 사람”이라며 “50만원을 주며 정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기자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그럴수 없었다”며 이 사건을 폭로했고 통영시 선관위는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선거 당일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투표결과 정 후보는 47082표를 얻어, 28490표를 얻은 양 후보를 2만표 차이 정도 앞서며 여유있게 당선 됐다.

정 후보는 당선 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는 주민의 염원으로 당선됐다”며 “선택해 준 주민의 믿음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주당은 그간 40년간 보수의 텃밭이었던 곳에서 2만표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는것에 만족하고 내년 총선을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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