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부부가 35억원대의 주식을, 그것도 상당 부분은 그들의 업무와 연관된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팔았다. 부부 합산 5,500여회의 주식거래를 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장에서 이 사실을 “자신은 몰랐다. 남편이 다 알아서 했다”고 증언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엔 스트레스 쌓이는 소리가 요란하다. 혼자 깨끗한 척 다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우쭐대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엄청난 부동산투자(투기)를 해놓고 국민들로부터 묻매 맞으며 물러나면서 “아내가 다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내가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어찌 이리 판박이란 말인가. 한사람은 아내 탓, 한사람은 남편 탓, 코메디다.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장관 고위직 인사 때마다 빚어지니 국민들 가슴은 스트레스로 멍든다.
아내 탓, 남편 탓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
국회의 청문회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고위직 임명권에 대한 의회의 최소한의 견제 장치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고, 그래서 함께 일할 사람을 자신이 고르는 건 맞다. 그럼에도 국회에 청문회 권한을 부여한 것은 독주나 독선 과오를 막으라는 취지일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도 국민들의 손으로 뽑았기에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간 국회 청문회는 후보자들의 업무 수행능력이나 인품 등을 검증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했지만,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인신모독적인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에 적지 않은 견제 역할을 했다. 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반성도 많다. 그래서 제도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다.
그동안 표출된 청문회 후보자들의 주된 흠결은 부동산투기, 주민등록 위장전입, 부동산 매매시 다운계약서 작성, 주식투자, 논문표절, 세금탈루 등등이다. 일반 서민들도 이런 일을 하면 당당하게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다. 그런데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가장 막중한 나랏일을 할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다반사로 했다니 국민들은 억장 무너진다.
영(令)이 설 사람을 지휘자로 뽑아야
예컨대 부동산투기 편법증여 등으로 얼룩진 인사가 부동산정책 주무장관이 되고, 석사 박사학위 논문 표절자가 교육이나 문화 관련 장관이 된다 치자. 우선 소관 부처 직원들이 그를 어떻게 볼까. 인격적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지, 그런 사람이 내리는 지시를 정당하다고 여기고 몸을 살라 일을 할지 뻔 한 이치 아닌가.
인품도 훌륭하고 해당 분야 업무에 능통하고, 국민들 지탄받을 부동산투기나 논문표절 주식투자 위장전입 안한 인물이 대한민국에 없는걸까. 청와대 사람들은 그런 인사들은 거절하여 좋은 인재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코드 빼고, 캠프 줄이면서 탕평하면 얼마든지 재야 재조(在野 在朝)에 훌륭한 인물 많다고 본다. 검증 불신은 이제 도를 넘었다. 민정수석실이나 인사수석실의 무능 탓인지, 아니면 캠프 코드 위주의 인사 중에서 뽑다보니 그런건지 너무 심하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해놓고, 국민 눈높이에 도저히 맞지 않는 인사라서 낙마한다면 검증한 민정수석은 책임져야 마땅하다. 국회 인사 청문회 제도 개선은 아무래도 이 정부의 인사시스템 개선 이후에나 검토되는 게 순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