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합헌' 결정 7년 만에 바뀌어...여론조사도 폐지 높아

▲ 11일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법 조항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낙태죄는 1953년 형법에 규정된 지 66년 만에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심판은 산부인과 의사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해 열리기 됐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은 위헌이라며 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중 9명은 2명은 합헌의견을 냈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현행법 조항의 효력은 내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되고, 그 이전에 국회는 낙태의 허용 범위 등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 구성된 6기 헌법재판관들은 낙태죄와 관련 부정·신중 입장이 지난 재판부에 비해 늘었다. 문재인 정부 신임재판관 6명 중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에 대해 '위헌'이라거나 바뀔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현직 재판관은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이다.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 내적 구성과 함께 사회적 분위기도 지난 합헌 결정 때와 사뭇 달라졌다. 미투 운동에서 촉발된 여권 권익 신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이번 선고가 예정됐을 때부터 여성단체 등은 낙태죄 폐지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낙태죄,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재판부는 "자기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 시술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형법 270조 '동의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불합치의 경우 위헌과 달라 기존에 낙태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수는 없다. 만약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렸을 경우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새롭게 낙태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었지만 무산됐다.


“낙태죄, 폐지 58.3% vs 유지 30.4%”


이번 결정을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헌재 내부의 변화와 낙태죄 폐지 여론에 힘입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확률이 크다고 관측했고 이는 사실이 됐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에 이르는 다수가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낙태죄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응답이 10명 중 6명에 이르는 58.3%로 집계됐다.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30.4%로 ‘폐지’ 응답의 절반 수준이었다. 모름/무응답’은 11.3%.


지난 2017년 11월 조사에서는 ‘폐지’ 응답이 51.9%(유지 36.2%)로 조사됐는데, 1년 4개월이 흐르는 사이 6.4%p가 증가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재판관 합헌 4대 위헌 4의 의견으로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낙태죄 처벌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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