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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채 칼럼]고교 무상교육의 허와 실

    기사입력 2019.04.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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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d3e378431dccdcbf5a3fd01b7070852_ZHxptAmBlqW4uxM8l6AtuhY.png▲ 박현채 주필

     

    올해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된다.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내년에 2, 3학년, 내후년에는 고교생 전원으로 확대된다.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현행 초·중학교 의무교육 무상지원 범위와 동일하게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이 모두 면제된다. 그러나 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는 사립학교 중 재정 결함보조를 받지 않는 학교는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한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유일하게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교 무상교육이 추진됐다. 하지만 매년 2조원 가량 소요되는 재원 마련이 어려워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일반고의 경우 정부 재정에서 교육비용의 약 4분의 3을 지원받고 나머지는 학부모가 부담한다.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학생 1인당 연 158만원 정도 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든다. 서민층의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면 민간 소비·투자 확대 등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도 거둘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고등학교 3학년 대상 고교 무상교육 예산 3856억원은 교육청이 모두 부담하고, 2020~2024년까지 매년 필요한 2조원은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5년 이후의 재원 확보 대책은 없다. 차기 정부가 추후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 발표가 있은 지 불과 이틀만에 17개 시도교육감들이 정부 발표와 사뭇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2021년까지는 소요 예산을 분담하겠지만 2022년부터는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발표와는 달리 2022~2024년까지 3년간은 절반 부담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그들의 입장을 밝히는 입장문을 통해 "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긴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노력을 지지하고 협력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원 마련에 대해 수차례 재정 당국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충분한 협의와 설득 없이 교육청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결정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재원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부가 온전히 책임지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이어 "고교 무상교육이 완성되는 때(2021년)까지 지방교육재정교부율 인상을 포함한 안정적 재원 대책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분담 문제를 놓고 오는 2022년부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어린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사태’ 같은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 사업인 누리과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요 예산 중 상당액을 교육청에 떠넘기려 했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하면서 누리 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재원 마련 방법을 놓고 정부와 교육청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엄청난 보육대란이 일어났다. 해마다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르면 보육예산을 놓고 승강이가 벌어지는 등 갈등을 겪다가 현 정부 들어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일단락됐다.

     

    고교 무상교육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예산문제로 삐걱대니 이 정책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사실 무상교육 예산을 교육청에 일부 부담케 하면 불가피하게 학교 기본 운영비가 감축돼 유.초.중학교의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고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면 이미 복지지출을 크게 늘린 상태에서 고령화 등으로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은 많아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이 아닌 고3부터 무상교육이 시작되는 이유가 아리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중학교 무상교육은 전면 실시되기까지 20년간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1985년 도서 벽지부터 시작해 1994년 읍·면 지역으로, 2005년에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부터 무상교육이 시작됐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무상교육은 학년을 기준으로 고3부터 시작하는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야당 일각에서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는 투표를 할 수 있는 선거연령이 낮아져 고3 학생들도 대부분 유권자가 되기 때문이다.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해서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이나 불만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상교육 못지않게 공교육의 정상화와 내실화가 무척 중요하다. 지금처럼 공교육이 사교육의 하위개념이 되도록 방치되서는 안된다.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돈이 없더라도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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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채 칼럼]걸리면 끝장
  • 박현채 주필|2019-05-17
  • 최근들어 ‘걸리면 끝장“이라는 말이 가축농가를 중심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나오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살아 남는 돼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ASF는 돼지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폐사율이 100%에 달한다. 감염되면 고열증세를 보인 뒤 피부색이 변하다가 혈변을 쏟으며 며칠 안에 죽는다. 살처분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국경 통제에 의한 방역활동으로 전염을 차단하는 게 유일한 방책이다. ASF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돼지뿐 아니라 냉동육 등 돼지고기 제품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한 후에도 계속 확산될 수 있다. “80도 이상에서 30분간 열처리를 하면 바이러스가 죽지만, 햄과 소시지 등은 그 이하 온도에서 주로 가공되기 때문에 축산물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다. 1920년에 발병해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생하던 전염병인 ASF가 지난해 8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에 전파됐다. 올해들어 몽골(1월), 베트남(2월), 캄보디아(4월) 등 주변국으로 확산됐다. 공식 발표만 없을 뿐이지 북한에도 전파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휴대 축산물에서도 관련 유전자가 7회에 걸쳐 15건이나 검출되면서 우리나라 검역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돼지의 절반 가량인 약 5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올해 2월까지 반년 동안 100만 마리가 살처분된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공식 통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추측된다. 브라질 농업부와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 등은 앞으로 중국에서 최대 2억 마리가 죽거나 살처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에서 사육되는 돼지 두수와 맞먹는 숫자다. 돼지고기가 총육류 소비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베트남에서도 지금까지 12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3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베트남 정부에 권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세계적인 돼지 파동이 일어나지 않을 까 우려된다.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ASF 발생으로 돼지고기 공급에 차질을 빚자 브라질에서 돼지비계까지 수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브라질산 돼지고기의 대 중국 수출액은 3천580만 달러(425억 원)로 전년 동월보다 42%나 급증했다. 이는 1997년 브라질 정부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국영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은 브라질돈육협회(ABPA) 자료를 인용, 금년 말까지 중국에서 최소한 100만∼200만t의 돼지고기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조차 중국의 소비량을 충족시킬 만큼 돼지고기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돼지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고 소, 닭, 오리 등 다른 육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결코 ASF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아시아 발생 국가들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아 언제라도 국내로 유입될 위험성이 높다. 벌써부터 중국 등을 다녀온 여행객이 가져온 돼지고기 축산물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이나 되는 등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바이러스는 야생 멧돼지의 이동으로도 감염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만에 하나 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7조원(지난해 기준) 규모의 국내 양돈업 붕괴는 몰론 농업 전반에 심대한 피해가 예상돤다. 역대 사상 최악으로 3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 되는 등 3조 원 이상의 피해를 냈던 2010년 구제역 사태는 양반일 것이다. 축산업계는 물론 사료업, 도축업, 육가공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되고 삼겹살집을 비롯해 정육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의 피해도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축산물 소비 위축으로 마늘·고추·쌈채소 등 원예 산업도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에는 육류가격 폭등을 수입으로 저지할 수 있었지만 수입대체마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생산기반 붕괴로 중국이 수입시장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할 돼지를 찾기가 하늘에서 별을 딸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발병 즉시 이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신고해야 하는 관계로 그 이후 한국이 무역 규제 대상이 되는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4월 10개부처 합동으로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ASF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역 인력과 탐지견을 늘리고 소시지나 햄 등 불법 축산물 반입 시 부과되는 과태료를 1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인상하는 등 국경 검역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지난 13일부터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나서는 등 방역에 안간 힘을 쏱고 있다. 이 개정안’은 ASF를 포함, 가축전염병이 발병했거나 발병의 우려가 있는 경우 음식물 폐기물을 가축 먹이로 생산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전체가 모두 힘을 합쳐 적극적인 예방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김성기 칼럼]신도시 추락 부르는 정책 혼선
  • 김성기 부회장|2019-05-14
  • 정부가 최근 경기도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2곳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주변 1기,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까지 허물어 서울과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 새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기존 신도시 집값을 추락시키고 미분양을 부른다는 반발이다. 정부가 신도시를 추가 지정하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간선급행버스(S-BRT)노선을 만들어 교통수요증가에 대비하고 기존 신도시 주민들에게도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주민 반발은 예사롭지 않다. 대규모 업무단지 입주가 지연되면서 도시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주택 노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일산 등에서는 최근 아파트값이 이미 몇 천만원씩 떨어졌다. 또 김포 한강과 인천 검단 등 2기 신도시에서는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지구 등 3기 신도시 1차 발표가 나오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구별 대책위원회에 이어 3기 신도시 백지화를 요구하는 연합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집회를 열고 청와대와 지방자치단체에 청원하거나 항의하는 등 집단반발에 나섰다. 정부가 잇달아 신도시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서울로 집중되는 인구와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신도시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고 업무시설과 학교, 각종 편의시설을 유치해 자족기능을 높이려는 구상을 펼쳐왔다. 이러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우선 수도권 택지와 주택에 따르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부담을 완화해 부동산 시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주요 정책들이 대부분 부동산 거래 규제에 집중됐다. 은행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인상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대책도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 차등을 두지 않고 시행됐다. 실제 아파트값 급등의 진원지는 서울 강남권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각종 규제와 세금 중과 조치를 신도시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거래절벽’까지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특히 주택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시장의 수요에 맞춰 토지 공급와 자본 투자가 적절하게 이뤄져 새 주택공급과 기존 주택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토지 공급이 제한된 현실에서 가수요 즉 투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금융 행정규제와 세금 중과 조치를 퍼부어 매수세를 꺾는데 주력해왔다. 과거, 과도한 규제와 세금 부과로 시장 기능이 극도로 위축돼 미분양 사태와 건설회사 부도가 속출하게 되면 정부는 다시 규제를 대폭 풀고 세금면제나 경감 등 이른바 경기부양 조치를 취해 다급하게 매수세를 부추기는 정책을 폈다. 시장이 정책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취해진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시기에 과도한 규제와 세금 중과가 집중됐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현 정부는 그러나 임기 중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규제에 집착해왔다. 전국의 주택 미분양 사태는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째 늘어 지난 3월말 이미 6만2천 가구를 넘어섰고 수도권 미분양도 1만 가구에 달한다. 서울도 미분양이 발생하기 시작해 일부 노른자위 아파트에만 청약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거래 위축으로 수도권 미분양이 급증하는 시기에 정부가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 신도시를 추가로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거래 위축과 주민 반발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이미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관련 공청회가 주민 반발로 연기되는 등 거센 반응이 나왔다. 기존 아파트는 각종 규제에 묶여 재건축 재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처지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 매수세가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같은 새 아파트라도 입지가 불리한 지역의 거래는 심각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GTX나 지하철 등 건설을 서둘러 새로 발표된 신도시와 기존 단지 주민들이 함께 이용토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교통대책은 재원부족과 보상 부진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착공이 미뤄져 언제 개통될지 불투명한 형편이다. 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비를 부담해 공기를 맞춘다지만 사업비가 분양가에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고 전국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대형공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전국 곳곳에 공사판을 벌이면 수도권 교통대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우려가 적지 않다. 신도시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과도한 규제부터 완화하는 게 순서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 노후 단계에 들어선 기존 아파트 거래를 살리고 도시 인프라를 다양하게 확충하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와 경제력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도입한 수도권 규제 정책도 업무시설 유치 등 자족도시 건설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현실에 맞게 정비할 때가 됐다.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부과의 기준이 되는 아파트 공시가격 산정에서도 주민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배경을 소상히 설명하는 배려가 요망된다. 최근 시장동향은 정부가 온갖 조치를 동원해 집값을 잡는 데 주력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매수세 실종의 조짐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완급을 조절해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지혜가 아쉽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
  • 권순직 논설주간|2019-05-10
  • 9일 밤 문재인 대통령의 KBS와의 대담 방송을 놓고 난데 없는 댓글 논란이 빚어졌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대담 프로 진행자인 송현정 KBS 기자의 대담 진행 방식과 태도를 놓고, 문 대통령 지지층은 무례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진행자가 대통령의 발언을 중간에서 끊으려 했으며, 때론 찡그리는 표정을 지어 시청자들을 화나게 했고, 좌파독재와 같은 야당에서 쓰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이 같은 비난에 반대 댓글 또한 줄을 잇는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에게 무릎 꿇고 아뢰어야 하느냐, 밝지 않은 표정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나오는 긴장과 부담감 때문이 아니었겠느냐, 오히려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힘들어 하는 사항을 더 많이 묻기위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통령의 말을 끊으려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반대 진영의 반박이다. 대담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물을 사안이 많다면 진행자로서는 마땅히 적당한 선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와대 설명대로 사전에 질문서도 받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기로 했다면 더욱 진행자의 시간배분 노력이 필요했을 법하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소통과 홍보는 다르다 대통령은 이번 KBS와의 단독대담과 며칠 전 원로와의 대화 등 굵직한 두 차례 ‘소통행사’가 있었다. 소통이란 대저 무언가.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려는 의도가 제일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정책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일은 소통이라기보다 홍보이다. 소통과 홍보는 다르다. 원로와의 대화가 끝난 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대통령은 원로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국정에 참조하기보다는 홍보와 설득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럴 거라면 뭐하려 그 많은 사람들을 불러 귀한 시간을 소비했느냐는 말도 나온다. 다른 정부 고위인사도 자주 관저로 각계 인사를 불러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도 참석자들은 시중의 돌아가는 얘기나, 여론을 듣기보다 환담 수준이었다고 아쉬움을 전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 이번 KBS와의 대담은 사전 시나리오 없이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취임 2주년을 맞아 여러 국정사안에 관해 국민에게 알리고 싶어 한 것 같다. 다수의 기자들과 나누는 회견은 분위기도 어수선할 뿐만 아니라, 깊이 있게 얘기하기가 어려운 문제는 있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대담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대담은, 더구나 국영방송과의 단독 대담 프로는 애초부터 소통이라기 보다 국정홍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담에서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발언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고, 최저임금제의 시행착오 인정,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일부 계층의 어려움에 대한 안타까움 토로 등 진솔한 부분도 많았다. 반면 정부가 자주 내세우는 ‘훌륭한 경제지표도 많다’는 지표를 내세워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는 설명을 듣는 상당수 국민들은 답답해 했을 것이다. 야당이나 일부 세력이 정부정책을 무조건 실패로 몰아가는 데 대한 불만도 있겠다. 그러나 그 비판 속에 담긴 뜻은 주의 깊게 살피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보 못지 않게 소통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권 몰락의 가장 큰 요인이 소통부재였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참모들의 이론이나 견해, 편의주의적인 통계활용에 갇혀선 안 된다. 그러려면 국민과의 격의 없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거듭 ‘홍보 말고 소통’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대담 과정에서 빚어진 다소의 언짢은 해프닝은 잊길 바란다. 필자가 얼마 전 칼럼에서 소개한 미국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의 퇴임 기자회견 내용 일부를 다시 상기해본다. “여러분은 대통령인 나에게 아첨꾼이면 안 된다. 회의론자여야 한다. 나에게 거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정 봐주고 칭찬해도 안 된다. 언론이 비판적인 시각을 던져야 막강한 권한을 (국민들로부터)부여받은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민주주의는 여러분을 필요로 한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 [데스크 칼럼] 언론, 감시견(watch dog)역할 하고 있나?
  • 김충식 편집국장|2019-05-05
  • [편집국장 칼럼] 언론학자들은 언론의 여러 기능 중 세 가지를 기본기능으로 보고 있다. 첫째 의제설정, 둘째 적대자, 셋째 감시견이다. 첫째 의제설정은 아젠다(agenda)라고도 불리는데 ‘회의 등에서 거론되는 의제나 안건’을 뜻하기도 한다. 언론용어로 사용될 때는 현재 여론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쟁점 또는 이슈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버나드 코헨은 ‘신문과 외교정책’이라는 저서를 통해 “언론은 정보와 의견의 단순한 조달자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엇을 생각할 것이냐를 사람들에게 말해주는데 있어서는 항상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독자들에게 무엇에 대하여 생각할 것이냐를 말해주는데 있어서는 성공적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들은 한가지 사건을 두고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여론이지만, 언론의 기능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순기능을 얘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의제 설정 기능’은 대중에게 무엇을 알려야 할 것인지 혹은 무엇을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능이 있다. 이것은 대중의 상식 혹은 특정 지식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쟁점, 특히 국가운영이나 정책상의 주요 사안에 대해 일반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엠바고'는 의제설정 기능에서 최소한의 '시간적 제어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의제설정 개념은 1972년 맥스웰 맬콜과 도널드 쇼우에 의해 처음 수립됐다. 둘째 적대자, 영어로는 ‘adversary’이고 ‘적(敵)’이라고 한다. 이는 전투나 전쟁에서 말하는 승패의 유무로 생사와 운명이 달린 군사적 의미의 적(敵, enemy)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나 논쟁, 토론 등의 경쟁으로 승패를 다투는 상황에서 상대방인 경쟁자로서 적(敵)을 말한다. 다시 말해 경쟁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겨야 할 대상으로서 상대방이 ‘adversary(적)’인 것이다. 언론의 적대자라는 개념은 정부와 공생적 관계가 아닌 경쟁적인 적대자의 관계를 유지해야만 정부의 통치권력의 오남용을 감시, 견제, 비판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다는 신념을 토대로 한다. 역사적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수세기에 걸쳐 지배 통치권력, 즉 정부로부터 끊임없는 통제와 간섭에 시달려왔다. 언론이 투쟁해야 할 가장 큰 적이 바로 '통치권력', 즉 정부였기 때문에 언론의 적대자 개념은 18세기 이후 자유언론 사상의 중심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이 개념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할말은 많지만 분명 자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맞으리라 생각되기에 나열하지 않기로 한다. 셋째 감시견, 감시견으로서의 언론의 역할은 정부의 통치행위와 사회를 감시하는데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언론의 감시기능은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위탁된 정치권력을 오남용하는 것을 견제하고, 동시에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토대로 한다. ‘감시견’이라는 말은 ‘짖는 개’를 의미하기도 한다. 집에 도둑이 들어오면 개들이 소리를 내어 짖어대는 것을 두고 감시견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이다. 최근 언론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깨지지 않는 절대 다수가 있고, 이러한 지적에도 움직이지 않는 정권이 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로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명언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말은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만 정부 또한 건강해진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을 한 사건은 언론이 부당한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비단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사례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인 1위(2017년 기준)로 꼽히는 이가 손석희 앵커다. 손 앵커는 2016년 4월 27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언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언급하며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언론은 언론학자들 사이에서 흔히 개에 비유되곤 합니다. 애완견(Lapdog) 랩독은 말 그대로 권력의 애완견 같은 언론으로 주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달콤한 간식을 받아먹는 그 안락함에 취해버린 언론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랩독은 결코 권력구조에 비판적일 수 없습니다. 다만 거기에 동화되고 기생할 뿐이지요. 권위주의 시대의 언론은 이런 비판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경비견(Guard dog)은 언론 그 자신이 기득권 구조에 편입되어서 권력화 되었고, 그래서 권력을 지키려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이 지키려 했던 대상을 향해서도 공격적이 되는 것. 물론 그것은 지키려 했던 대상의 권력이 약해졌을 때, 혹은 지키려 했던 대상이 자신의 이익과 반하게 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슬리핑독(Sleeping dog)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언론입니다”라고. 이 때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모습을 바꾼 보수언론을 지칭한 것으로 기억된다. 애완견은 당시 정부로부터 잘 길들여진 언론들을 지칭한 것이라 할 수 있고, 경비견은 권력화된 언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여 권력마저 공격했던 언론을 지칭한 것이고 세 번째 슬리핑독은 침묵했던 언론을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 지금은 어떠한가? 최근 언론의 의제설정을 보면 '갑툭튀 기사'가 눈에 띈다. 수십년이 지난 사건을 꺼내들고 나오는 경우다. 마치 청와대의 누군가가 깊숙히 감추어진 캐비닛에서 감춰져 있다가 꺼내온 문건처럼 나오는 보도들. 뿐이랴, 핫하게 올라왔던 뉴스들이 어느샌가 갑자기 흐지부지 사라지는 경우도 눈에 띈다. 필자의 나름의 시각으로 본 언론의 기능과 사명을 다하고 있는 미디어는 몇 개 보이지 않는다. 자유시장경제가 무너져가고 있고, 정부의 정책에 의아심을 품는 이들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제대로 된 지적은 커녕 비판기능조차 없이 오히려 받아쓰기에 열심이다. 공부하지 않고 취재하지 않으니 엉뚱한 소리를 한다. 참다못한 독자가 기자가 쓴 기사에 댓글을 단다. “기레기 양반, 공부하시오!”라고. 2019년 신년기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는 문 대통령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여론이 굉장히 냉랭하다는 걸 대통령께서 알고 계실 것이다. 현실 경제가 굉장히 얼어붙어 있다.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희망을 버린 건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하다."라고.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계속해서 이와 관련해서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그럼에도 대통령께서 현 기조에 대해서 그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시려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서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라고 질의한 바 있다. 또 뉴스타파 기자 최승호(현 MBC 사장)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길에서 만나 질문을 던졌다. 당황했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가자 최승호씨가 소리쳤다. "언론이 질문을 안하면 나라가 망해요"라고. 언론은 스스로 돌이켜보아야 한다. 언론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제대로 질문하고 있고 편협되어 있지는 않는가?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독재만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watch dog' 역할을 하지 못했던 언론은 훗날 다시 적폐로 남을런지도 모른다. 김충식 투데이코리아 편집국장
  • 기자수첩
  • [기자수첩] 검찰, 쇄신의 마지막 기회... 꼭 잡아야
  • 유효준 기자|2019-05-17
  •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이 탄력을 받자 검찰은 쇄신을 외치며 내부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적 원칙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일 해외 순방 중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리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수사권 조정 법안 보완책'을 공개하며 접점을 모색하려 했지만, 그 정도로는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반대입장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이전과 같이 마냥 변명거리만 늘어놓지는 않고 있다. 검찰의 총수가 "현재와 같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벌어진 것은 검찰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검찰부터 민주적 원칙에 맞게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고 검찰의 과오를 자인했기 떄문이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반발이 경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검찰 권한을 내려놓지 않기 위한 의도라는 일각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문 총장은 이번을 끝으로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서는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입장을 더이상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도 했다. 국민은 검찰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문총장의 말처럼 검찰은 변명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쇄신에 착수해야 한다. 이번에도 '얼버무리기 식'으로 대응했다가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 아래 고유 수사권과 인권옹호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될 것이다. 검찰은 그들의 수사권 보존과 국민 기본권 수호를 위해서는 그들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 [기자수첩] 르노삼성 노조, 이제는 대승적 결단 내릴 때
  • 유한일 기자|2019-05-03
  •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두고 벌이는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회사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지역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커지자 부품사들과 부산지역 경제계가 임단협 타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지루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지난달 19일까지 약 250시간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이 기간 르노삼성의 누적 손실금액은 약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르노삼성은 ‘벼랑 끝’에 몰렸다.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만료되지만 신형 로그 후속물량 배정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닛산 측에서는 르노삼성이 계속되는 파업으로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자 당초 오는 9월까지 위탁생산 물량인 10만대를 6만대로 감축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은 로그 생산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크로스오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 수출 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르노 본사가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스페인공장으로 물량을 돌리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사 분규가 길어지면서 지역 협력업체들은 생산량 감소와 고용 어려움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노조의 파업으로 지역 협력업체들은 15~40%에 가까운 납품물량이 감소,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했다. 부산공장은 수출비중이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부산공장이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가동률은 30%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또 르노삼성이 XM3 수출 물량 확보 실패시 근무형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서 30% 이상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집행부는 자신들의 입장과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어려워진 회사를 압박해 실리를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노조 역시 자신들의 행보가 어떤 악순환을 유발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노조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꼬일대로 꼬인 노사 관계를 풀고 르노삼성, 협력업체, 지역경제 모두 살아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파업을 이어온 노조가 먼저 대승적 판단들 내려 상생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다. 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한국GM 군산공장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길 희망한다.
  • [기자수첩] 일본의 사토리 세대, 한국의 N포 세대
  • 최한결 기자|2019-04-26
  •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문 대학교를 지난 2월 졸업한 대학생 A씨(26). 군대도 다녀왔고 학교 성적도 준수하게 끝냈으나 지난 8월부터 준비한 취업준비기간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A씨는 “처음에는 본인의 학교 선배들과 취업 조건등을 고려해 대기업 위주로 서류를 넣었고, 10곳중 1곳만 1차 서류를 통과해 2차 면접시험까지 갈수 있었다”며 “선배들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으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어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눈을 낮춰야하나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청년기본법’ 등의 국민발언을 듣고자 시민사회단체 등을 초청한 간담회가 열렸다. 그날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청년들은 수 많은 기대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 정부가 청년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은 단편적”이라며 “사회 이슈에 따라서 때로는 비정규직 문제였다가 때로는 젠더 문제 정도로만 해석이 될 뿐,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해석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눈물을 보였다. 취업은 청년이 느끼는 사회현상의 일부분이다. 경제적인 자립도와 사회 기여, 자아 실현 등 다양한 가치관을 여는 첫 단추이지만 현재 경제 상황과 정부 정책들이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년일자리 주요 사업 실적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지난 3월 기준 청년 고용률이 42.9%로 작년 3월보다 0.9%포인트 상승했고, 실업률은 10.8%로 0.8%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청년체감실업률은 25.1%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대한민국 청년중 4명중 1명은 취업준비생이거나, 실업자라는 의미다. 또한 취업이 아닌 결혼도 현재 청년들의 삶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결혼이 없으니 출산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2월 출생아 수는 2만5700명으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1900명(6.9%) 감소했다. 이 수치는 2월 기준 1981년 월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치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대비 출생아 수’ 수치는 39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인구 1000명당 낳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은 6.5명에 그친다. 아이를 낳는 조건에 먼저 선행될 조건은 ‘혼인’이다. 당연히 2월 혼인 건수 역시 1981년 통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성향때문에 혼인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경제적 요인이다. 책임감, 인간성은 그 다음의 문제다. 연봉 4천만원의 중견기업에서 근무 중인 30대 중반의 A씨는 “연애 5년차라 결혼도 해야겠지만 능력이 부족하다. 결혼할 때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만 2000만원이 든다”며 “맞벌이하면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N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취업·출산·연애를 포기한 3포 세대에서 취업·내집마련 포기가 추가된 5포, 더 나아가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세대란 의미다.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비슷한 의미로 일본의 さとり世代(사토리세다이), 사토리 세대가 있다. 사토리세다이는 득도(得到)란 의미로 도를 깨우친 세대인 만큼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비꼬는 말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20~30대 청년들을 위한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 높은 청년 실업률, 가난한 현실, 부모의 노후자금을 빌려 자신의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청년들은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적으로 관심이 없어 졌다. 본인이 닥친 현실이 너무 무겁고 차갑기 때문이다. 꿈을 가지고 나아가야할 청년들은 현재 길을 잃고 헤메고 있다.
  • [기자수첩] 충분히 막을수 있었던 참사
  • 권규홍 기자|2019-04-19
  • 지난 17일 경남 진주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선 전국을 경악하게 할 끔직한 사고가 터졌다. 이날 새벽 아파트에 살고 있던 안인득(42)이 일부러 집에 불을 낸 뒤 놀라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무려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당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 발생 뒤 출동한 경찰들에게 체포 된 안인득은 범죄이유에 대해 “살기 싫어서 그랬다” 또는 “임금체불에 불만이 있어서”라는 등의 알 수 없는 소리들을 횡설수설하며 경찰을 당황하게 하였다. 안인득이 저지른 이 사고로 인해 해당 아파트는 쑥대밭이 되었고 한 가정에선 무려 사상자만 4명이 발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고 후 드러난 안인득의 과거 행적들이 드러나면서 부터다. 안인득은 지난 2010년 폭력 행위로 구속된 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1개월간 정신감정을 받았으며 감정결과 조현병으로 판정되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안인득은 조현병 판정이 난 이후에 아무런 격리조치 없이 2015년 12월 일반인들이 사는 이 아파트에 자연스레 입주했고 입주 이후에도 알 수 없는 행동을 남발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자주 일으켰다. 안인득은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알 수 없는 욕설을 내뱉거나, 윗층에 거주하는 미성년자들을 미행하고 이웃집 대문에 오물을 집어던지는 등 아파트내에서 갖가지 소동을 일으켰다. 결국 안인득은 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7번이 넘게 신고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출동한 경찰은 단순 소동으로 생각하며 훈방조치를 했다. 이 같은 경찰의 조치가 알려지며 시민사회는 경찰의 조치가 허술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18일 사망한 주민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분노한 유가족들은 “안 씨에 대한 신고가 10건 이상 있었다.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이 사람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느냐”고 경찰을 질타했다. 민 경찰청장은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할 것이며, 조사후 합당한 처벌조치를 취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지만 유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민갑룡 청장에 이어 78일만에 도정업무에 복귀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유가족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 경찰 등 기관이 함께 힘을 모았어야 하는 일 이었다”고 위로하며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번 일은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친 것”이라며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이번 가해자와 같은 사람에 대한 복지전달체계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이 개정돼 오는 10월부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보를 관계기관이 공유할 수 있게 돼 도와 시군, 의회 등과 힘을 합쳐서 안전한 경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안인득이 조현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안인득의 행적으로 보아 감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인득이 범행전 미리 흉기를 준비했고 범행 당일날 휘발유를 준비했으며 방화를 일으킨 뒤 미리 1층 계단 길목에 자리를 잡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을 봐선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계획된 범죄”라며 “조현병 환자라고 다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인득이 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미리 예후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취를 취하지 못한 경찰의 대응이 아쉽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지난 2003년 개봉한 ‘성질 죽이기’라는 헐리웃 영화가 있다. 평소 성격이 순했던 주인공 데이브(아담샌들러)는 비행기에서의 승객들 간 사소한 시비로 인해 법정까지 가게 되고 판사는 데이브가 잠재된 폭력적 성향이 보인다며 ‘성질 죽이기’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명령한다. 법정의 명령에 반발하던 데이브는 결국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심리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잠재된 폭력적 성향에 대해 깨닫게 되며, 이를 치유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헐리웃 영화의 소재로 쓰이긴 했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사법 시스템은 개개인의 우발적인 소동을 그냥 넘겨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수가 있다. 사소한 사고 하나라도 만일 있을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하는 태도를 보이며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외형적이 아니라 내면까지 선진국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선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회자가 되지 않길 바라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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