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규홍 정치부 기자


지난 17일 경남 진주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선 전국을 경악하게 할 끔직한 사고가 터졌다.

이날 새벽 아파트에 살고 있던 안인득(42)이 일부러 집에 불을 낸 뒤 놀라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무려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당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 발생 뒤 출동한 경찰들에게 체포 된 안인득은 범죄이유에 대해 “살기 싫어서 그랬다” 또는 “임금체불에 불만이 있어서”라는 등의 알 수 없는 소리들을 횡설수설하며 경찰을 당황하게 하였다.

안인득이 저지른 이 사고로 인해 해당 아파트는 쑥대밭이 되었고 한 가정에선 무려 사상자만 4명이 발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고 후 드러난 안인득의 과거 행적들이 드러나면서 부터다.

안인득은 지난 2010년 폭력 행위로 구속된 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1개월간 정신감정을 받았으며 감정결과 조현병으로 판정되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안인득은 조현병 판정이 난 이후에 아무런 격리조치 없이 2015년 12월 일반인들이 사는 이 아파트에 자연스레 입주했고 입주 이후에도 알 수 없는 행동을 남발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자주 일으켰다.

안인득은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알 수 없는 욕설을 내뱉거나, 윗층에 거주하는 미성년자들을 미행하고 이웃집 대문에 오물을 집어던지는 등 아파트내에서 갖가지 소동을 일으켰다.

결국 안인득은 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7번이 넘게 신고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출동한 경찰은 단순 소동으로 생각하며 훈방조치를 했다. 이 같은 경찰의 조치가 알려지며 시민사회는 경찰의 조치가 허술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18일 사망한 주민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분노한 유가족들은 “안 씨에 대한 신고가 10건 이상 있었다.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이 사람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느냐”고 경찰을 질타했다.

민 경찰청장은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할 것이며, 조사후 합당한 처벌조치를 취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지만 유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민갑룡 청장에 이어 78일만에 도정업무에 복귀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유가족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 경찰 등 기관이 함께 힘을 모았어야 하는 일 이었다”고 위로하며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번 일은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친 것”이라며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이번 가해자와 같은 사람에 대한 복지전달체계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이 개정돼 오는 10월부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보를 관계기관이 공유할 수 있게 돼 도와 시군, 의회 등과 힘을 합쳐서 안전한 경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안인득이 조현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안인득의 행적으로 보아 감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인득이 범행전 미리 흉기를 준비했고 범행 당일날 휘발유를 준비했으며 방화를 일으킨 뒤 미리 1층 계단 길목에 자리를 잡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을 봐선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계획된 범죄”라며 “조현병 환자라고 다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인득이 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미리 예후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취를 취하지 못한 경찰의 대응이 아쉽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지난 2003년 개봉한 ‘성질 죽이기’라는 헐리웃 영화가 있다. 평소 성격이 순했던 주인공 데이브(아담샌들러)는 비행기에서의 승객들 간 사소한 시비로 인해 법정까지 가게 되고 판사는 데이브가 잠재된 폭력적 성향이 보인다며 ‘성질 죽이기’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명령한다.

법정의 명령에 반발하던 데이브는 결국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심리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잠재된 폭력적 성향에 대해 깨닫게 되며, 이를 치유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헐리웃 영화의 소재로 쓰이긴 했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사법 시스템은 개개인의 우발적인 소동을 그냥 넘겨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수가 있다.

사소한 사고 하나라도 만일 있을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하는 태도를 보이며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외형적이 아니라 내면까지 선진국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선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회자가 되지 않길 바라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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