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에서 ‘공유경제’ 열풍이 불고 있다. 해외에서는 공유경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심심찮게 들려 온다. 하지만 한국은 이해관계자간 충돌과 각종 규제 등의 벽으로 수년째 제자리 걸음만 하는 상황이다.
공유경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서로 공유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지난 2008년 전 세계에 닥친 금융위기 때 저성장, 취업난, 가계소득 저하 등 사회문제가 심해지자 과소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자는 인식에 따라 공유경제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 2011년 공유경제를 ‘세상을 바꿀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만큼 공유경제가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의미다.

약 8년이 지난 현재 스마트폰 등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공유경제 활성화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50억달러(약 17조550억원)에서 오는 2025년 3350억달러(약 380조8950억원)까지 몸집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 뉴욕 라과르디아 공항에서 여성 한 명이 우버 택시에 타려 하고 있다.

공유 플랫폼 기업의 대명사는 미국의 우버(차량 공유)와 에어비앤비(숙박 공유)다.

먼저 우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서비스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약 113조원에 이르고 기업가치는 13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시작된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방이나 집, 별장 등 사람이 지낼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10년 만에 전세계 누적 이용객 5억명을 넘어섰고 전세계 190여개국에 숙박 시설 네트워크를 마련했다.

달리고 있는 글로벌 공유경제 시장과 달리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새로운 아디어로 시장에 변화를 시도하려는 시도는 매번 기존 산업과의 충돌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일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다. 카카오는 출·퇴근 경로가 비슷한 운전자와 승객을 매칭해주는 ‘카풀’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시행 초기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택시업계는 생존권의 위험을 받는다며 집회, 파업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들이 분신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에 카카오는 시범 서비스를 중단하고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지난달 정부와 카카오, 택시업계 등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출·퇴근시간에 각 2시간씩 카풀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카풀-택시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승차공유가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택시업계와 일부 중소 카풀업체들이 합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한 것이다.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카풀 일부 허용 합의는 그동안 카풀 자가용 영업행위가 근절되는 날까지 투쟁해달라며 분신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풀러스·위모빌리티·위츠모빌리트 등 카풀 스타트업 3사는 “기득권만의 대타협기구 협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업기회를 줄 수 있도록 다시 논의해주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주최한 '고 임정남 택시기사 추모 및 3.7 카풀 합의 거부, '타다' 추방 결의대회'에서 '타다' 화형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이 사이 카풀 반대를 외치던 택시업계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가 현행법의 허점을 노린 유사 택시라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 역시 업무방해 등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숙박 공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1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통해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내국인에게도 가정집을 빌려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1분기가 거의 끝난 현재에도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시장을 완전히 열어준 것도 아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도시 지역 공유숙박은 단독 주택,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5가지 형태의 주택에서만 허용된다. 영업일은 한 해 180일로 제한한다.

물론 우리나라 공유경제 기업들의 성장이 더딘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소극적인 규제 완화 의지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 철폐 등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앞서 승차공유 업체 쏘가 이재웅 대표는 정부의 ‘제2 벤처붐 확산 전략’과 관련해 “유니콘 기업인 우버, 에어비앤비, 리프트, 디디추싱, 그랩은 다 하는 공유승차, 공유숙박을 다 한국에서는 불법이거나 제한적으로밖에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제2의 벤처붐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규제개혁에 좀 더 집중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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