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통해 미국 견제 움직임 강화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으로 초청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등 백악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을 모두 만나 북미대화 재개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양국간의 대화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톱다운’(정상들간의 대화를 우선으로 하는 방식)방식이 양국간 현안 해결을 하는데 필수적이라며 미 외교안보라인인사들을 설득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펜스 미국 부통령이 대화를 나눴다

다시 살아난 북미대화 모멘텀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강조했으며,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을 설명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 줄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흔쾌히 응하며 차후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직후 남북미 3자 정상회담까지 열릴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발표되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1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3차 정상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 더 해볼 용의가 있다.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해 미국과의 대화에 긍정적인 자세를 밝혔다.

이날 북한의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의중을 전하며 “미국은 현재의 태도로는 백번, 천번 우리와 다시 마주 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대화를 재개하자면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심상치 않은 北의 행보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입장 발표 뒤 좀 더 미국을 압박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18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란다”며 미국의 대북 외교라인 교체를 요구했다.

이어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보아도 일이 될 만하다가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하는데,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에 미국의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의 인터뷰를 통해 “그 누구도 미국에게 수석협상가로 누구를 임명하라고 말할 수 없다”며 “특히 그 사람이 국무장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는 정말로 모욕적인 일이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북한은 이 같은 발언 뒤 미국의 적대국인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미국에 대한 견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다며 25일쯤 블라디보스톡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반영하는 지난 17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 기차역을 답사하는 장면도 포착돼 북러정상회담은 기정사실인 분위기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외교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기존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여 미국을 압박하려는 모양새’라고 분석하고 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푸틴 러시아대통령(오른쪽)이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3차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를 선언하긴 했지만 서로의 셈법이 충돌하고 있어 3차 북미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수 있을 것인지 현재는 그 아무도 예단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양국 모두 현재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다며 자존심을 서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장관은 “북한은 자존심을 내세워 미국을 자극하면 뭐가 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그런 것은 착각이다. 또한 미국 워싱턴 정가 역시 북한에 대해 압박하고 제재하는 제제 만능론이 능사라고 생각하는데 그것 또한 착각이다”라며 “미국은 최강자이기 때문에 압박으로 제재를 하면 결국 상대국, 약소국은 우리말을 듣게 돼 있다하는 일종의 우월의식이 깔려있는데 북한을 상대로는 이득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미국은 베트남 전쟁 당시 뼈저리게 그것을 느끼지 않았는가?”라며 “결국 미국은 전쟁 비용은 과도하게 치뤘지만 베트남 전쟁을 이기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교훈을 알고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최근 문 대통령을 초청해 조언을 들은 것으로 봐선 미국의 태도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회담을 한번 더 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에 대해선 “제재 해제 요구에 목말라하지 않겠다는 얘기같다. 미국이 요구하는 소위 ‘미국식 계산법’으로는 협상 않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라며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접근법이 같아지면 대화를 한번 더 할 수 있다는 이야기 같다. 연말이라고 말한 것은 시간을 줄테니 미국이 접근 방식을 고쳐달라는 이야기로 해석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 폼페이오 장관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선 “북한이 최근 최선희 부상을 제1부상으로 승진시켰다. 이것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차관이다. 사실상 대미외교라인의 2인자가 된 것”이라며 “이른바 북한이 외교에 있어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최선희 제1부상 그 다음에 리용호 외무상, 그 다음에 리수용 국제담당 비서 겸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그다음에 북미 협상 윗선에서 뛰었던 김영철을 중심으로 다시 대미외교에 대한 새판을 짜는 것 같다. 다시 한다면 하노이에서 당했던 것처럼 당하지 않겠다”라는 이야기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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