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중심으로 차별화된 프리미엄 가전 수요 높아

▲ 지난달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위치한 삼성 쇼케이스 매장에서 판매 직원이 고객에게 영상·음향기기 전문 매체들로부터 호평받은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최근 혼수용 가전을 찾고 있는 김은정(31)씨는 “자신보다 조금 일찍 결혼한 친구의 말을 듣고 TV는 무조건 큰게 좋다는 조언에 큰 TV 위주로 찾고 있다”며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만족감이 높아 큰 TV로 고르고 있다”고 답했다.

가전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TV는 점점 큰 대형을 선호하고 냉장고부터 선풍기까지 대부분의 상품들이 디자인과 성능을 이유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글로벌 소비 트랜드 분선 기관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50~59인치 TV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00만대 이상 늘어난 6719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인치대별 판매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며 2위인 40∼49인치 TV 판매량 예상치인 6천114만대보다 600만대 이상 많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TV를 큰 인치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상품들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어 제품소개를 할 때 기본적으로 프리미엄 상품 먼저 소개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 국내에 '날개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사의 에어 멀티플라이어. 흔히 아는 머리큰 날개달린 선풍기에서 날개가 사라지고 부피가 줄어 획기적이란 평을 듣고 있다. (다이슨 홈페이지 캡처)

이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선풍기까지 프리미엄이 붙는다. 일편일률적으로 디자인된 선풍기가 고소득자들을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에는 다소 촌스럽고 집 인테리어에 어울리지 않고 현대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에 프리미엄 선풍기 제품들은 비싸지만 매년 5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흔히 아는 머리가 큰 선풍기에서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을 취한 것이 큰 특징이다.

특히 영국 다이슨과 일본 발뮤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모터를 회전시켜 바람을 앞으로 밀어내는 선풍기의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모터의 종류, 날개 모양, 개수 등에 변화를 줬다. 이중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선풍기 스탠드에 날개를 숨겨 바람을 일으킨다.


▲ LG전자의 초 프리미엄 상품군 ‘LG 시그니처(LG SIGNATURE)’ (LG전자 홈페이지 캡처)

또한 프리미엄보다 더욱 비싼 ‘초프리미엄’까지 등장했다. 선두는 LG전자로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는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30일 LG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H&A사업본부가 매출 5조4659억원, 영업이익 72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0%, 30.5% 증가했다.

매출액은 국내시장에서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과 같은 신(新)가전 판매가 늘었고 유럽, 아시아 지역의 판매 호조가 실적 증가에 주효했다. 영업이익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에 힘입었다.

영업이익률도 분기 사상 최대인치 13.3%다. 지난해 1분기 LG전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10%를 넘어 선 11.2%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8%대를 유지하다 4분기에는 2.4%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가전의 힘은 빛을 발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한국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경상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수출 품목중 지난달 대비 화공품(-5.9%), 철강제품(-5.2%), 기계류·정밀기기(-3.9%), 전기·전자제품(-17.5%), 반도체(-16.2%) 등 대부분의 품목이 떨어졌다. 하지만 가전제품(14.4%)나 오르면서 성장치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유럽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9일부터 14일(현지시간)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19’에 참가해 총 620㎡ 규모로 'LG 시그니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브랜드관을 각각 선보였다. LG전자가 한 전시회에서 초프리미엄 브랜드관 2개를 동시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프리미엄의 출사표를 던진 LG전자는 고급화 전략이 가전 부문 실적 성장을 괄목하게 주도하는 효과가 크다. 전체 생활가전 이미지 개선과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와 경기불황속에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다만 초프리미엄 가전 제품은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비싸다. 통상 일반제품 대비 1.5~3배 가까이 가격이 높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초프리미엄 가전에 대해 “고부가 성장 제품의 비중이 성공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하이엔드로의 믹스 변화와 고부가 제품의 라인업 확대는 삶의 질을 중시하고 자동화되고 있는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소비 양극화와 고소득자들을 중심으로 초프리미엄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 계층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계층과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계층 간의 차이는 7.5배에 달한다.

▲ 중국 샤오미 사의 공기청정기 '미 에어'.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대비 가성비가 높다는 평이 많다.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또한 저가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은 일본 시장이 양분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용 가전제품중엔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며 “한국 기업들의 고급화 전략인 프리미엄 공략은 어느정도 합리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디자인과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전 제품의 차별성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선 ‘최첨단’ 기술을 접목했다기 보단 디자인이나 편의성을 개선한 수준이기 때문에 실효성 문제에는 지적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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