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검‧경 수사권 갈등 점입가경... 여야 대치 방불케 해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 수사권 조정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면서 검찰과 경찰 사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실 수사권 조정은 정권 초부터 강력히 추진됐던 핵심정책 중 하나였지만 경찰은 '버닝썬 사태',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패스트트랙 법안에 수사권 조정안이 포함되고 양 사건에 대한 여론이 사그라들면서 다시 수사권 조정 논쟁은 불이 붙기 시작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개적 반발... 검경 수사권 전쟁 불 붙어

▲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쟁이 격앙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일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문 총장의 공개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일선 검사들까지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경계 필요성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경찰도 이에 "관련 법안에 경찰의 권한을 통제할 요소가 있다"고 반박에 나서면서 두 수사기관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수사의 개시와 종결권은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 개시와 종결까지 맡게 될 경우 통제 불가능한 권한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돼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모든 기록을 검사가 60일 동안 검토하고 돌려보내게 돼 있다"며 "경찰이 일방적으로 사건을 종결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사권 논의 초반에는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강성 수사권 독립론자를 중심으로 검찰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도 서슴치 않았지만 경찰은 검찰의 주장을 비판해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사실과 다른 부분에 집중해 적극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찰 정책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청은 오는 10일부터 '고소 고발 입건 관행 개선 등 경찰 수사 개혁을 위한 권역별 간담회'라는 주제로 일선 경찰관들에게 법안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법리싸움을 넘어 사건논쟁까지

▲ 서울남부지법은 위탁모 김모씨에게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지금까지 경찰은 버닝썬 사태, 검찰은 김학의 사건으로 수사권 논쟁에 있어 다소 함구하고 있는 측면이 있었다.


여론이 등을 돌렸을때는 아무리 입을 열어도 마이너스 효과 밖에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강서구 위탁모 아동학대치사 사건이 검경 논쟁의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은 김모(39)씨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에서 15개월 된 문모(2)양을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사안이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강수산나 부장검사(51‧사법연수원 30기)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신고 접수 다음날 오전 전담 검사가 경찰에 김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 '초동 수사 지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검찰 수사 지휘권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검사는 김군의 경우 해당 병원에 의해 아동학대전문기관에 학대 의심 신고가 되고서도 경찰 수사로 전환되지 않았던 점을 강조하며 "아예 묻힐 수도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경찰은 "통상적 절차에 따른 현장의 판단 덕분"이라며 "추가 피해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계자 휴대전화를 제출받거나 압수해 포렌식을 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수사 절차 중 하나"라며 "장양에 대한 학대 정황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됐다"고 반박했다.


당시 김씨가 문양 외에도 장 모양과 지난 2016년 김 모군에 대해서도 학대를 가했다는 정황을 추가로 포착한 데 대한 검‧경의 자체 평가가 엇갈린 것이다.


피해자에게는 큰 상처가 됐을 사건까지 동원해서 검경은 자신들의 수사권 지키기에 여력이 없는 모양새다.


주인은 국민, 수사권이 아닌 국민 기본권을 위해 싸워야


▲ 대법원 초입에 국민의 기본권을 상징하는 '자유, 평등, 정의' 문안이 새겨져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기 귀국하면서 `국민 기본권 보호`를 화두로 내걸었다.

문 총장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의 업무수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해외 순방 중 내놓은 자신의 메시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불거진 `항명` 논란에 대해 해명을 하는 한편, 기본권 보호라는 `명분`을 부각해 향후 논의 과정에 대응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기본권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현재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가진 문제점을 분석한 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문 총장이 내놓은 메시지의 후폭풍은 거셌다.

우선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을 반대했다`는 보도가 잇따랐고 정치 일각에서는 "문총장이 항명을 했다"는 강력한 비판이 뒤를 이었다.

수사권 조정의 당사자인 경찰에서도 "촘촘한 통제장치를 설계하고 있다"며 설명 자료까지 내자,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검찰과 경찰은 국민의 입장에서 구체적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국민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고 국가없는 검경은 존립할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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