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7일 ‘제5차 회의’를 가진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카풀 서비스 제한적 허용을 포함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택시업계, 카카오 등이 참여한 사회적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에서 카풀 관련 합의안을 내놓은지 두 달이 지났지만 의미있는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으며 국내 승차공유 시장이 공회전을 이어가고 있다.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던 카카오는 사업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고, 타협의 첫 결과물로 내놓은 ‘한국형 우버’ 서비스는 기사를 확보하지 못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또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내놓은 택시 동승 중개 어플리케이션(앱)과 대형택시 합승 서비스는 규제 샌드박스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3월 7일 더불어민주당, 카카오, 택시업계 등이 참여한 대타협기구는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저녁 6~8시에 카풀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당시만 해도 극적인 타협안이 나오면서 갈등이 봉합될 것처럼 보였지만 후속조치 이행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제한적 카풀 허용 및 월급제 관련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사이 승차공유 스타트업들은 합의안에 명시된 운행 시간을 지키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이 입법화 되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합의안이 도출된 후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손 잡고 지난 3월 20일 야심차게 출시한 플랫폼 택시 ‘웨이고 블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사들에게 월급제 적용을 조건으로 승차거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이고 블루는 출범 당시만 해도 ‘한국형 우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 웨이고블루.

웨이고 블루는 출범 초기 100대로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약 두 달이 다돼가는 현재 운행대수는 230여대에 불과하다. 당초 업체 측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연내 4000대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이정도 성장세로는 목표치 달성이 힘들어 보인다.

웨이고블루를 운영하는 타고솔루션즈 관계자는 “현재 회사 내부에서 그래프를 확인해 보면 수요는 많지만 운행대수가 적어 다 감당하기는 힘들다”며 “적어도 (운행대수가) 500대 정도는 돼야 정상적인 배차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운행대수를 늘리려면 외부에서 기사를 수혈해야 하는데 50년동안 이어오던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월급제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택시회사와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택시도 신차만을 사용하고 기사들의 자격요건도 늘었을 뿐 아니라 근로계약의 문제도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풀 합의에 따라 국내 승차공유 시장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컸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얼마 전에는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택시와의 협업 모델로 내놓은 서비스들은 줄줄이 규제 샌드박스의 문턱을 넘지 못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일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을 위해 ‘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나투스’가 신청한 ‘앱 기반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 실증특례’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벅시’와 택시 운송사업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가 신청한 ‘대형택시와 6~10인승 렌터카를 이용한 공항·광역 합승 서비스 실증특례’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 코나투스 앱 기반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심의위원회는 코나투스에 대해 택시산업발전법이 금지한 ‘합승’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합승 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용자 편익과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벅시와 타코솔루션즈의 경우 사업용 6~10인승 차량이 디젤 자동차이기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 정책 기조에 어긋나고 현행법상 11인승 이상 승합차에만 허용된 운전자 알선이 이하 인승으로 확대되면 택시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돼 택시업계의 반 기류가 예상된다는게 심의를 보류한 이유였다.

이번 심의위원회에서 배달용 오토바이 배달상자 외부면에 디지털 패널을 설치해 상품을 광고하는 서비스와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VR 모션 시뮬레이터에 대한 규제를 풀렸지만 유독 승차공유 안건은 모두 좌초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모빌리티 관련 2개의 안건은 관계부처 등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다음 심의위원회로 보류됐다”며 “조속한 논의를 거쳐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타협기구 합의 이후 규제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혁신적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규제 샌드박스 마저 등을 돌려 모빌리티 업계의 불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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