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LG 5G폰에 최대 공시지원금+불법보조금 살포

▲ 서울 용산 휴대폰 판매점에서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국내에 두 번째 5G 스마트폰이 출시된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의 주도권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사상 최대의 공시지원금은 물론 불법보조금까지 살포하며 가입자 유도에 나서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첫 5G폰이자 우리나라에 출시된 두 번째 5G폰인 ‘LG V50 ThinQ’(이하 V50 씽큐)는 출시 후 약 일주일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작인 V40 ThinQ 대비 약 4배 이상 늘어난 실적이다.

이통사들은 지난 10일 V50 씽큐 출시 첫 날부터 가입자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V50 씽큐의 출고가는 119만9000원이다. SK텔레콤은 V50 씽큐에 사상 최대 규모인 77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했다. 이에 질세라 KT와 LG유플러스 역시 각각 60만원, 57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했다.

V50 씽큐는 출시부터 일부 판매처에서 ‘꽁짜폰’과 소비자가 오히려 돈을 받고(페이백) 구매하는 ‘마이너스폰’으로 풀렸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이 꽁짜폰이 된 것은 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첫 5G폰인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KT가 이통사 중 가장 먼저 가입자 10만명을 기록하는 등 이통사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감지됐다. 이에 그간 시장 1위를 지켜온 SK텔레콤이 위기를 느껴 V50 씽큐에 통신사 중 최대 공시지원금을 지원한 것이다.

특히 V50 씽큐 출시 첫 주말인 지난 11일 휴대폰 집단상가 등에서는 불법보조금이 살포됐다. 이통사가 책정한 공시지원금을 비롯해 판매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판매장려금)가 불법보조금으로 지급되면서 5G폰을 0원에 살 수 있는 진풍경이 그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5G 단말기 판매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이통 3사 임원회의를 열고 차별적 지원금 지급 등 불법을 동원하면서 5G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통신사는 단발성으로 50~60만원의 보조금을 얹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통사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애초에 단말기 출고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뒤 지원금 면목으로 싸게 파는 척 하며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팀장은 “불법보조금 대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통신사와 제조사가 단말기 출고가에 육박하는 규모의 불법보조금을 살포해도 이익이 남을만큼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란을 통해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탓에 차세대 통신망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통사들의 논리가 거짓임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5G폰 사태를 계기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른바 ‘호갱(호구+고객)’을 막고자 도입된 단통법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당국이 통신사와 제조사의 가격 폭리를 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은 당초 단말기 대당 33만원 이상 지원금을 주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정부는 2017년 지원금 상한 조항을 없앴다. 이통사가 33만원을 넘더라도 미리 공시지원금을 밝히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신형 휴대폰이 나올 때마다 불법보조금 사태는 되풀이됐다.

김주호 팀장은 “정부와 국회는 제조사의 배만 불리고 통신요금과 단말기 폭리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단통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장려금 및 보조금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법보조금이 설 자리를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불법보조금, 단통법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전국 5G 가입자는 4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최근 출시된 V50 씽큐는 이통사 과열 경쟁에 따른 최대 수혜를 누리며 순항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한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V50 씽큐가 나오면서 갤럭시S10 5G와 함께 5G폰에 대한 고객들의 선택지가 늘었다”며 “그간 다른 제조사에 비해 LG폰은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높은 공시지원금과 듀얼스크린 등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늘어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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