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잠정합의안 결국 부결...경영 정상화 위해 해결해야 할 일 산적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의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 1차 잠정합의안이 노동조합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결국 부결됐다. 지난해 6월부터 약 11개월간 이어진 임단협 갈등이 드디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다시 한번 암초에 부딪히며 경영 정상화는 안갯속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21일 조합원 총회는 열고 조합원 2219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과반수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잠정합의안이 최종 승인되는 상황이었지만 찬성 47.8%, 반대 51.8%로 부결됐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6일 4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본급은 동결하는 대신 이에 따른 보상금 100만원 지급 및 중식대 보조금 3만5000원 인상, 성과급 총 976만원에 생산격려금(PI) 50% 지급, 근무 강도 개선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였다.

이와 함께 임단협 최대 쟁점인 전환배치와 관련해서는 ‘전환배치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단협 문구에 반영한다’는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부산공장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찬성 52.2%, 반대 47.2%로 노조 출범 이후 1차 투표결과로는 역대 찬성률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정비직 위주로 구성된 영업지부 근로자였다. 영업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찬성 34.4%, 반대 65.6%로 표를 던져 이번 투표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서는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 이유로 ‘소통 부재’를 꼽고 있다. 부산공장 기업조고 소속 조합원들은 그간 파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집행부와 소통이 많이 이뤄졌지만 영업지부는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잠정합의안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대부분 공감한 기업노조와 달리 영업지부 근로자들은 소통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르노삼성의 경영 정상화에는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11개월이 넘는 노사 갈등으로 인해 부산공장 신규 물량 확보는 미정 상태로 남아있고, 지역 협력업체는 납품 물량 감소라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노사간의 분규로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62차례, 약 250시간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으로, 르노삼성 측은 파업으로 입한 손실이 약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장 급한 과제인 닛산 로그 위탁생산 후속 물량 배정은 더 미뤄질 전망이다. 부산공장 총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당장 오는 9월 종료된다. 로그 생산을 중단하면 부산공장 가동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르노삼성은 2020년 출시 예정인 크로스오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 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순탄치 않다.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로 또 위기를 맞았다.

XM3 수출물량 배정은 르노그룹이 한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의 임단협 미해결과 파업 장기화로 인한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며 부산공장을 신임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에는 XM3 수출물량을 스페인 공장으로 돌리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공장 생산 물량확보가 무산될 경우 현재 2교대 근무 형태를 1교대 근무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당장 실적 악화도 해결해야 될 문제다. 르노삼성은 올해(1~4월) 내수 판매대수가 5만2930대에 불과했다. 전년동기(6만1538대) 대비 39.8% 감소했다.

지역 협력업체들은 부산공장 정상화가 지연돼 불안에 떨고 있다. 이미 노조의 파업 여파로 지역 협력업체들는 생산량 감소와 고용 어려움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상공회의소의가 지역 협력업체 3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15~40%에 가까운 납품물량 감소로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했다.

르노삼성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소식이 나오자 부산상공회의소는 다시 한번 지역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를 위한 대승적 결단을 노사에 촉구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노조의 투표 결과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의 찬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생존의 경계에 서 있는 협력업체들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간 안에 노사가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차려 임단협이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르노삼성 측은 향후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입장을 정한 뒤 사측과 다시 협상에 돌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노조 내부에서 부산공장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영업지부 소속 조합원들의 의견차를 정리하고 입장을 도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사례를 되돌이켜 볼 때 조만간 빠른 시일 내에 2차 찬반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4년과 2016년, 2017년 1차 투표 부결 이후 재투표를 통해 노사간의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