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안주면 집앞 길막고 행패...떠나는 귀농인에 군청은 합의 종용?

 
[지역 농촌에서 귀농 귀촌인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투데이코리아=이지현 기자 | 최근 전라남도 완도군의 한 마을에 입주한 주민에게 마을에서 ‘마을자치법’을 근거로 새로 이주해오거나 귀촌한 이들에게 입주금으로 300만원을 받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도시인들에겐 '마을자치법'은 처음 들어보는 법일 수 밖에 없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도시에서 타도시로 이사를 가는데 입주금을 내라는 곳은 없을 뿐더러 아예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소할 수 밖에 없고 '입주금'을 달라는 이야기도 터무니 없는 얘기로 들린다.

 

새로 이사해 간 아파트에서 부녀회장이 입주금을 받는 일도 없다. 그런데 유독 지방 농촌 마을에서는 입주금을 잘못이해하고 강제성을 둔 마을들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완도군 **면으로 귀농하여 살고 있는A씨는 주민들이 ‘마을자치법’에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은 입주금으로 300백만 원 내게 되어 있다며 돈을 요구했다.  A씨는 납득이 되지 않았고, 새로 이사왔다고 돈을 달라하는데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A씨 가족은 농사도 짓지 않고 가축도 기르지 않는 순수한 주거목적으로 집을 마련했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었기에 마을에서 조용히 지내기를 원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마을자치법으로 정해 놓은 것이니 무조건 따르라’며 돈을 요구했다.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주민들은 철제 울타리와 돌덩이로 집 앞길을 막고 차량통행도 막으며 방해했다. 집 안에 주차를 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트렉터나 농기구 등으로 길을 막아 통행을 방해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마을자치법’이라며 주민들이 입주금으로 300만원을 요구한다는 내용과 돈을 내지 않았더니 집 앞길을 막고 차량통행도 막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완도군에 민원을 넣었다. 이날이 4월10일이었다.
 
이같은 문제에 봉착한 이는 귀농한 A씨 뿐만이 아니었다. 옆 마을로 귀농한 B씨도 같은 고충으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급기야 B씨는 행패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가 버렸다.
 
A씨는 견디다 못해 지난 5월 1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으로 이 내용을 올렸다. 

 

동의 숫자는 340명으로 적었지만, 대부분 공감하는 이들이었다. C씨 또한 유사한 경우를 겪었다. C씨는 마을 주민들이 경작지로 들어오는 길을 바위덩어리로 막고, 하지도 않은 일로 비방하고 마을사람들이 떼로 몰려와서 난리를 친다고 했다. 그는 참다못해 마을 주민들을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마을주민들과 대치 중이다. 그러나 완도군은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도 없고 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그런데 취재 결과 드러난 ‘입주금’은 완도군에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CJ Hello TV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라남도 고흥군의 한 마을에서도 입주금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고 있었다. 경남 통영시에서는 귀농해 사업을 하려던 부부에게는 사업 허가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입주금을 요구했다.
 
충북의 한 마을에서는 입주금을 거부한 귀농인이 마을 이장을 고발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농·어촌 지역의 마을 발전기금 관련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CJ Hello TV 뉴스는 최근 고흥군이 마을 515곳을 대상으로 입주금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전체 마을의 약 20%, 94곳의 마을에서 입주금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지역 민원 사항 자료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마을발전기금 관련 민원은 모두 74건. 한 달에 평균 2건의 민원이 접수된 셈이다.
 
중요한 것은 담당군청이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건에 대해 완도군청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수방관하는 것이 아니고 마을주민과 협의를 하라고 조정했다”고 했다. 금지가 아닌 협의였다.
 
담당자는 마을자치법에 대해서 “마을 구성원들끼리 규약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라며 “완도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 많은 마을들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마을자치법이 따로 정해진 법처럼 운영되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말이다. 
 
하지만 A씨는“마을자치법이라는 것은 실정법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귀농을 함에 있어 따로 돈을 내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마을 이장들은 “입주금은 예전부터 이어져 온 마을의 관행”이라며 “(입주금은) 마을 공동 사업을 위해 쓰인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마다 열리는 총회에서 입주금을 포함한 지출 결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치단체, 특히 사적인 조직이 걷는 게 법률상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해야만 하는건데 동의를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 없이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내가 이 지역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강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최근 고흥군은 마을 주민과 귀농 귀촌 발전협의회, 지자체가 직접 참여하는 가칭 '귀향 귀촌 갈등조정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는 고흥군 뿐만 아니라 입주금을 받는 전 지역이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전통이라 할지라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강제로 입주금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도시생활하던 이들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도 또한 이해되지도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귀농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법률상 근거가 없는 '마을자치법'을 기준으로 입주금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귀농인을 대상으로 입주금을 협의하고 이해를 도울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적인 제도를 강제성을 띄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제대로 교육하고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키워드

#마을자치법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